[Seoul Serenade] 악플의 악몽
[Seoul Serenade] 악플의 악몽
흉기로 남을 찌르면 죄가 되는데 ‘말’이라는 비수로 마음에 상처를 내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 걸까? 그 고통 때문에 밤낮으로 피눈물을 흘리게 되는데도 죄가 되지 않는 걸까? 최근 한국의 유명 여배우가 인터넷에 집요하게 떠도는 ‘악플’(악성 댓글)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여배우에 관한 루머를 인터넷에 유포한 사람은 20대 젊은 여성으로 밝혀졌다. 지금은 그녀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나돌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일제히 그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보낸다. 그녀는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입장이 뒤바뀌었다. 남에게 가했던 언어폭력이 거꾸로 자신에게 돌아올 줄 그녀는 예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녀를 공격하는 이들도 그녀와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그런 행동이 옳다고 굳게 믿으며, 그래서 무슨 짓을 해도 좋다고 판단하는 이들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권리도 없지만 그럴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녀는 자신이 했던 잘못된 행동으로 이미 인격에 흠결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 전 펴냈던 ‘도키나와 코코로: 후지타 사유리의 도쿄, 오키나와 감성’이란 책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했다. 악플을 다는 사람은 상대방을 깎아내릴 심산이었겠지만 진정으로 인격에 상처를 입는 쪽은 남을 비방하는 자신이다. 남을 욕보이려 해도 결국 수치심을 모르는 행위로 자신의 인격만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나도 지난해부터 어떤 남성으로부터 계속 괴롭힘을 당해 왔다. 한국에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로 악담은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도를 한참 넘어서는 행동을 계속해 왔다. 매일 수백 건이나 되는 유언비어와 악담을 유명 포털 게시판이나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올렸다.
그래도 조금 지나면 수그러들겠지 생각하면서 참았지만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미수다’(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는 동료나 PD, 작가들에게까지 반복적으로 나를 비방하는 내용의 메일을 집요하게 보냈고, 내가 출연한 국제전화 CF 회사에도 거짓말 전화를 하고 팩스를 보냈다. 어느 날 그로부터 메일이 왔다.
“네가 나를 고소하려 해도 아무도 너를 도와주지 않아. 왜냐하면 너는 외국인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한국인은 한국인 편이다. 그러니까 빨리 죽어줘. 부탁이다.” 나는 어느 작가의 말을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내가 남에게서 받은 고통, 그리고 내가 남에게 준 고통은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소중한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에는 가족도 없다. 집에서 혼자 있을 때는 되도록이면 그것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악플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친구들과 함께 외출할 때나, 길을 걸을 때나,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 ‘악플’은 검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며 내 목을 조여 왔다. 마주 오는 사람이 나를 쳐다보기라도 하면 ‘혹시 나에 대한 악플을 쓰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친절하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을 만나도 ‘행여 인터넷에다 악플을 달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을 품기도 했다. 틈만 나면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이 괴로움이 절대로 헛된 일이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그랬더니 하늘에서 말씀이 들려오는 듯했다. 괴로워하라. 더 몸부림쳐라. 그리고 그 괴로움을 마음의 십자가에 새겨둬라. 남에게 그런 고통을 주지 않도록.
내 마음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깨끗한 거즈로 닦아준 사람들도 많다. 괴로워하는 나의 손을 잡고 함께 울어준 동생들, 나의 상처받은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준 친구들, 늘 나를 격려하는 남희석 오빠, 상담하러 갔을 때 상냥하게 맞이해준 경찰관들…. 그들은 내 삶의 또 다른 버팀목이기도 하다.
사람을 두려워하고 의심하던 내가 사람으로 인해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됐다.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도,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그리고 그중 어떤 사람이 될지 스스로 선택하는 것도 인간이다.
[일본인인 후지타 사유리씨는 현재 KBS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 중이며 서울에서 3년째 살고 있다. 그녀의 일본어 기고문을 번역해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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