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반할 한식 레스토랑
외국인이 반할 한식 레스토랑
민가다헌은 명성황후의 조카 민익두 대감의 생가를 개조해 만든 한식 레스토랑이다. 불편하지 않은 식탁에서 한식 특유의 정갈함을 외국인에게 선사할 수 있는 곳이다.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나 e메일이 종종 사람을 난감하게 만든다. 말만 던지면 답이 척척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다.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건넨 정보라곤 ‘외국인’뿐이다.
몇 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잘 먹었다”는 답이 돌아올 음식점을 추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 번호나 찍어놓고 1등 당첨을 기다리는 ‘로또맨’의 처지나 다를 바 없다. 음식점을 정할 땐 상대방의 나이, 성별, 음식에 대한 관심도 등 기본적인 정보는 알아야 한다.
여기에 예상 음식 값까지 제시해주면 ‘괜찮은’을 뛰어넘어 ‘썩 훌륭한’ 곳도 찾아낼 수 있다. 질문으로 돌아가 ‘음식점 한 곳’을 고르는 과정을 살펴보자. ‘우리의 음식을 알려줄 한식당이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런데 다행히 접대할 외국인이 대장금 얘기를 할 정도로 우리 음식에 관심이 많단다. 그렇다면 답은 ‘정갈한 한정식집’으로 쉽게 모아진다.
찌그러진 냄비에 팔팔 끓여먹는 김치찌개 집이나 기름이 팍팍 튀는 소란한 삼겹살구이 집은 서로 친해졌을 때 “소주 한 잔”을 외치며 안내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어쨌든 외국인 손님 접대용 음식점 한 곳을 골라보자. 외국인이라면 온돌 방은 무조건 “노(No)”다.
의자나 소파 생활에 익숙한 외국인을 맨바닥에 앉히는 건 크나큰 고통이다. 그렇다면 양반다리가 일반적인 한정식집은 결국 추천불가? 그렇진 않다. 요즘은 한정식집도 외국인을 배려해 의자와 식탁으로 꾸민 곳이 꽤 많다. 메뉴도 문제다. 전통만 고집하는 곳은 동화 속 ‘여우와 두루미’꼴과 다름없다.
외국인도 잘 즐길 수 있도록 메뉴에 살짝 변화를 주고 수저뿐 아니라 포크나 나이프도 챙겨준다면 정말 ‘탱큐’다. 그렇게 하나하나 답을 찾아 도착한 종착역 중 하나가 서울 인사동에 있는 민가다헌이다.
이곳은 명성황후의 조카인 민익두 대감의 생가를 개조해 만든 한식 레스토랑으로, 서구의 신문물이 몰려오던 구한말 상류층의 개량 한옥에 서양식 가구와 소품을 배치했다.
빛 바랜 마룻바닥과 서까래가 드러난 높은 천장과 여기에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빅토리아풍의 의자와 티 테이블. 한 세기를 되돌려 과거로 여행을 온 듯하다. 음식도 한식 메뉴에 서양 스타일을 덧붙였다. 외국의 다양한 소스나 조리법을 도입해 국적의 경계가 모호한 메뉴도 있다.
테이블에 포크와 나이프, 수저를 함께 세팅했다. 포크든 젓가락이든 익숙한 것을 골라 쓰면 된다. 사실 5년 전 개점 당시만 해도 이곳의 음식은 손님들에게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어설픈 퓨전’이란 쓴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최근엔 한식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는 곳으로 자리 잡아 주요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철형 사장은 “주방 식구들이 계절에 맞춰 창의력을 가미한 신메뉴를 개발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럼 슬슬 메뉴판을 살펴보자. 점심 세트 메뉴가 재미나다. 여섯 단계로 이어지는 코스 메뉴다. 메인으로 어떤 것을 고르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청경채를 곁들인 와인 숙성 삼겹살 찜(2만6000원)과 밤, 대추를 넣은 전복 쇠꼬리 찜(3만3000원)이란다.
두 가지 모두 간장으로 맛을 낸 가지겣觀?요리로 시작한다. 옥수수로 만든 오늘의 수프에 이어 유기농 토마토로 만든 샐러드가 나온다. 그 다음이 주 요리. 삼겹살 찜은 중국 음식 동파육을 닮았고 쇠꼬리 찜은 한국의 맛이 강하다. 식사는 콩나물밥에 달래장이 나온다.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그 양이 고양이 오줌만 하다. 한 숟가락에 듬뿍 담아 한입에 넣고 싶지만 아쉬운 마음에 밥알을 세 듯 조금씩 입에 넣고 음미한다. 후식으론 커피나 식혜가 나온다. 그 가운데 식혜를 강력히 추천한다. 기장밥으로 만들어 노란색이 나는 별난 메뉴다. 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와인 마시기. 민가다헌의 운영 주체가 국내 굴지의 와인 수입업체다. 그래서 이곳 손님에게 와인을 저렴한 값에 제공한다.
(필자는 중앙일보 음식전문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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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상류층의 개량 한옥에 서양식 가구와 소품을 배치한 민가다헌. |
“외국인 손님에게 식사 대접하기로 한 날인데 어디로 모셔야 할지 고민스럽네요. 괜찮은 음식점 한 곳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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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잘 먹었다”는 답이 돌아올 음식점을 추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 번호나 찍어놓고 1등 당첨을 기다리는 ‘로또맨’의 처지나 다를 바 없다. 음식점을 정할 땐 상대방의 나이, 성별, 음식에 대한 관심도 등 기본적인 정보는 알아야 한다.
여기에 예상 음식 값까지 제시해주면 ‘괜찮은’을 뛰어넘어 ‘썩 훌륭한’ 곳도 찾아낼 수 있다. 질문으로 돌아가 ‘음식점 한 곳’을 고르는 과정을 살펴보자. ‘우리의 음식을 알려줄 한식당이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런데 다행히 접대할 외국인이 대장금 얘기를 할 정도로 우리 음식에 관심이 많단다. 그렇다면 답은 ‘정갈한 한정식집’으로 쉽게 모아진다.
찌그러진 냄비에 팔팔 끓여먹는 김치찌개 집이나 기름이 팍팍 튀는 소란한 삼겹살구이 집은 서로 친해졌을 때 “소주 한 잔”을 외치며 안내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어쨌든 외국인 손님 접대용 음식점 한 곳을 골라보자. 외국인이라면 온돌 방은 무조건 “노(No)”다.
의자나 소파 생활에 익숙한 외국인을 맨바닥에 앉히는 건 크나큰 고통이다. 그렇다면 양반다리가 일반적인 한정식집은 결국 추천불가? 그렇진 않다. 요즘은 한정식집도 외국인을 배려해 의자와 식탁으로 꾸민 곳이 꽤 많다. 메뉴도 문제다. 전통만 고집하는 곳은 동화 속 ‘여우와 두루미’꼴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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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명성황후의 조카인 민익두 대감의 생가를 개조해 만든 한식 레스토랑으로, 서구의 신문물이 몰려오던 구한말 상류층의 개량 한옥에 서양식 가구와 소품을 배치했다.
빛 바랜 마룻바닥과 서까래가 드러난 높은 천장과 여기에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빅토리아풍의 의자와 티 테이블. 한 세기를 되돌려 과거로 여행을 온 듯하다. 음식도 한식 메뉴에 서양 스타일을 덧붙였다. 외국의 다양한 소스나 조리법을 도입해 국적의 경계가 모호한 메뉴도 있다.
테이블에 포크와 나이프, 수저를 함께 세팅했다. 포크든 젓가락이든 익숙한 것을 골라 쓰면 된다. 사실 5년 전 개점 당시만 해도 이곳의 음식은 손님들에게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어설픈 퓨전’이란 쓴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최근엔 한식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는 곳으로 자리 잡아 주요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철형 사장은 “주방 식구들이 계절에 맞춰 창의력을 가미한 신메뉴를 개발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럼 슬슬 메뉴판을 살펴보자. 점심 세트 메뉴가 재미나다. 여섯 단계로 이어지는 코스 메뉴다. 메인으로 어떤 것을 고르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청경채를 곁들인 와인 숙성 삼겹살 찜(2만6000원)과 밤, 대추를 넣은 전복 쇠꼬리 찜(3만3000원)이란다.
두 가지 모두 간장으로 맛을 낸 가지겣觀?요리로 시작한다. 옥수수로 만든 오늘의 수프에 이어 유기농 토마토로 만든 샐러드가 나온다. 그 다음이 주 요리. 삼겹살 찜은 중국 음식 동파육을 닮았고 쇠꼬리 찜은 한국의 맛이 강하다. 식사는 콩나물밥에 달래장이 나온다.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그 양이 고양이 오줌만 하다. 한 숟가락에 듬뿍 담아 한입에 넣고 싶지만 아쉬운 마음에 밥알을 세 듯 조금씩 입에 넣고 음미한다. 후식으론 커피나 식혜가 나온다. 그 가운데 식혜를 강력히 추천한다. 기장밥으로 만들어 노란색이 나는 별난 메뉴다. 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와인 마시기. 민가다헌의 운영 주체가 국내 굴지의 와인 수입업체다. 그래서 이곳 손님에게 와인을 저렴한 값에 제공한다.
(필자는 중앙일보 음식전문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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