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이 어학 시장엔 오히려 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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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외국어 학습 소프트웨어 기업 ‘로제타스톤’에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던 미국의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가 중국어를 공부하고 싶다며 도움을 청한 것이다.
펠프스는 로제타스톤의 중국어 기초 프로그램을 수강했고 그 인연으로 로제타스톤의 TV광고에까지 출연했다. 펠프스가 올림픽에서 8관왕의 대기록을 수립하면서 광고 효과는 극대화됐다.
“펠프스가 애완견과 함께 출연한 광고 영상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지난해 12월 한국을 찾은 에릭 아이크만(40)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말했다. “그의 몸값이 치솟기 전에 계약한 건 우리에게 큰 행운이었다”고 그가 말했다.
로제타스톤의 판매과 마케팅, 해외시장 발굴, 사업 개발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아이크만COO는 “한국 시장이 펠프스에 이어 두 번째 도약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92년 창업한 로제타스톤은 영어뿐 아니라 러시아어, 한국어, 베트남어 등 31개 언어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모국어를 배우듯이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돕는다. 미국에선 국무부,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여러 기업과 학교에서 이용하는 업계 선두 기업. 해외 진출도 활발해 이미 세계 150여 개국 500만 명이 로제타스톤 소프트웨어로 외국어를 배운다.
한국엔 2006년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진출했다.(상표권 문제로 아시아 지역에선 ‘로제타월드’라는 이름을 쓴다.)“한국은 세계적으로 다섯 번째로 큰 언어 교육 시장”이라고 아이크만 COO가 말했다. “언어를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하다. 특히 학부모들이 적극적이다. 전체 가계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는 점도 우리에게 고무적이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교육 업계는 이미 포화시장에 가깝다. 기존의 온라인 교육업체들과 대형 학원들까지 합세해 경쟁이 치열하다. 더욱이 올해에는 전반적인 경제 불황의 영향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후발주자인 로제타월드로서는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크만 COO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불경기일수록 자기계발에 힘쓰는 사람들이 늘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소비심리가 위축되더라도 자녀 교육비는 가장 나중에 줄이게 마련이다.” 학원 같은 전통적인 교육수단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로제타월드의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세계적인 불황 한파가 불어 닥쳤던 지난해에도 로제타월드는 전년도에 비해 50%나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새로 선보인 CD 패키지의 반응이 좋았다. 얼핏 보아 63만원에 이르는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2~3개월 학원비로 평생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 불황기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듯하다.
로제타월드는 올해 전국 주요 서점에 키오스크(로제타월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단말기)를 매월 한 대씩 설치하는 등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미국 본사도 적극적으로 광고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120여 명의 연구진을 두고 새로운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과감한 전략은 무엇보다 기술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듯하다. “아무리 불황기의 포화시장이라도 업계의 상식을 뒤엎는 혁신적인 시도를 하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아이크만 COO는 말했다. 그는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를 예로 들었다. 태양의 서커스는 기껏해야 누가 더 많은 동물을 가져오느냐가 관건이었던 서커스 공연에 예술적인 연출과 내러티브를 결합해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로제타월드 소프트웨어는 암기와 분석 위주의 기존 학습 방식과 180도 다르다. 직감과 연상 작용을 통해 언어를 학습하는 모국어 습득방식(Dynamic Immersion)이 특징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처음 말을 배웠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외국어를 익힐 수 있다.” 예를 들어 ‘fence’란 영어 단어를 익힐 때 ‘울타리’란 뜻을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게 아니라 울타리 그림과 ‘fence’란 단어를 여러 번 조합해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식이다.
또 특허 받은 음성인식기술을 통해 이용자가 컴퓨터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한 번 익힌 내용은 동영상 속의 인물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복습한다. “사람의 자연적인 언어 감각을 활용하기 때문에 진도가 빠르고 특히 회화 실력이 향상된다.”
러시아계 아내를 둔 아이크만 COO도 자사 소프트웨어를 통해 러시아어를 배우는 중이다. “120시간을 투자하면 중급 정도의 언어 실력을 갖추게 된다.”물론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외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하길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교실 수업방식에 대한 신뢰가 높은 듯하다.”
아이크만 COO는 한국의 언어 교육이 주로 시험 대비용으로 이뤄지기 때문인 듯하다고 나름대로 분석한다. “독학 방식에 익숙한 유럽과 달리 한국 시장에선 독학의 효과에 대해 먼저 소비자를 설득시키는 게 과제일 것 같다.”로제타스톤 전사 차원의 과제를 묻자 “세계 각국의 이용자들이 서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글로벌 커뮤니티를 만들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먼저 지금의 소프트웨어로 연습하다가 중급 이상의 실력이 쌓이면 우리 사이트를 통해 자발적으로 네트워킹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독학이라도 꼭 외롭지만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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