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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로 나온 카지노 산업

양지로 나온 카지노 산업


아시아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 서울 강남점 전경.

TV 드라마 ‘에덴의 동쪽’의 주인공 이동철(송승헌 분)에게 카지노는 꿈과 사랑을 일구는 둥지이자 비정한 생존의 터전이다. 이 드라마의 제작진은 서울 삼성동에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세븐럭’(Seven Luck Casino) 강남점에서 촬영한다. 드라마 속의 카지노는 여전히 배신과 음모가 도사리고, 폭력과 뒷거래가 판친다.

주먹패들이 이권을 다투며 피를 흘리고, 권력의 힘을 빌리려고 돈 가방이 오가는 장면도 보인다.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카지노=도박’이라는 등식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카지노 업계는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런 통속적 이야기 구성이 달라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이들 드라마가 흥미는 유발하지만 불투명한 카지노 허가와 운영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1980년대 이전의 카지노 그림자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세븐럭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Grand Korea Leisure)의 권오남 사장은 “그렇게 스릴 넘치는 액션의 세계는 현실의 카지노에선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GKL은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로 서울 강남점 이외에 밀레니엄 힐튼점, 부산 롯데점 등 모두 3곳에 사업장을 운영한다. 영업에 관한 모든 절차는 전산으로 관리돼 사람의 손을 탈 여지가 없다고 GKL 관계자는 말한다. 카지노 시설 및 기구, 게임의 종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규칙에 따라 엄격히 관리된다.

출납창구, 환전영업소, 카운트 룸 등의 설치기준과 주사위, 카드 등 게임기구의 기준이 세세하게 법률로 정해져 있다. 영업장 내 CCTV 설치는 필수가 된 지 오래여서 고객들의 출입, 환전 및 출납, 게임, 카운트 룸의 계산 장면 등이 실시간 녹화된다. 또 입장객 및 매출액 현황 등도 신고해야 하고, 내국인은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매장 어디에도 드라마 속에서처럼 음침한 분위기를 떠올릴 만한 구석은 없다. 그런데도 GKL 측은 왜 드라마 제작진에 촬영장을 제공했을까? 지난 1월 14일 드라마 팀의 촬영이 이뤄진 세븐럭 강남 사업장은 한류스타 송승헌의 얼굴을 보려는 일본 아줌마 팬들로 넘쳐났다. 정답은 바로 해외 홍보효과에 있었다.

국내에서 제작된 드라마가 일본, 중국 등 해외로 수출되면 촬영장소도 덩달아 유명세를 타기 때문이다. 드라마 한류의 이정표를 세운 ‘겨울연가’의 촬영지인 강원도 춘천의 남이섬은 아직도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권 사장은 “에덴의 동쪽이 올해 일본 후지 TV에 방영될 공산이 크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에덴의 동쪽이 일본에서 시청률 대박을 떠뜨리면 남이섬이 그랬듯이 세븐럭도 관광 상품으로 떠오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관광객 유치효과도 만점이고, 외화벌이에도 큰 도움이 된다.” 카지노업은 좀처럼 불황을 타지 않는 업종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 카지노 사업장은 모두 17개. 이 중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강원랜드 카지노 한 곳을 제외한 16개소가 모두 외국인 전용이다.

서울(3곳), 부산(2곳), 인천(1곳), 강원(1곳), 경북(1곳), 제주(8곳) 등지에서 외국인들이 게임을 즐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1년간 단 한 차례(2003년)를 제외하곤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지난해에도 매출액은 7555억원으로 2007년의 6242억원보다 21%나 증가했다.

이 중 서울 2곳과 부산 1곳에 카지노 사업장(세븐럭)을 운영하는 GKL 매출액이 절반에 가까운 3634억원을 차지했다. 전년도인 2007년의 2850억원보다 21.5% 늘어난 수치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황으로 빠져든 올해에도 매출 목표를 3800억원으로 늘려 잡았을 정도다. 이런 공격적인 목표치는 이 회사가 갖춘 독특한 입지에서 비롯된다.

2007년 싱가포르 카지노 기공식에서 모형을 살펴보는 외국인들.

우선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업체 중 유일한 공기업이다. 2005년 정부는 그동안 서울·부산 등지에서 특정 업체가 독점적으로 운용해 왔던 카지노 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한국관광공사에 3개의 카지노를 허가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사업은 2000년대 초반까지 매출액이 완만하게나마 성장해 왔지만 4000억원 선에 묶여 있었다.

이용객들도 1990년대 이후 60만 명 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관광공사가 2005년 9월 자회사 GKL을 설립하고 2006년 1월 세븐럭 서울 강남점, 5월 밀레니엄서울 힐튼점, 6월 부산 롯데점을 잇따라 열면서부터다. 이들 사업장은 대도시 도심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게 특징이다.

이들이 카지노 시장에 새로 진입한 2006년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계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10%가량 늘었고, 이용객도 72.3%나 급증했다. GKL은 2007년엔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액의 46.5%, 입장객의 51.5%를 차지하는 등 단박에 업계 1위로 떠올랐다. 지난해엔 카지노 업계 전체 매출액의 48.1%, 입장객의 68.7% 실적을 거둬 선두 입지를 더욱 굳혔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권정규 사무국장은 “공공기관의 자회사라는 브랜드 파워에다 한국관광공사 해외 지사를 활용하는 판촉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고 분석했다. GKL이 국내 카지노 산업의 외형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광훈 연구위원은 “신규 카지노 허가 후 매출액과 이용객 규모가 거의 두 배가량 증가했을 정도로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힘이 한쪽으로 쏠리다 보니 카지노 업계에서 양극화 문제가 불거졌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체 중 지속적인 흑자를 내는 기업은 GKL과 (주)파라다이스 등 두 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주지역은 특히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이 지역 카지노 업장 중엔 한 해 매출액이 1억원이 채 안 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2008년 매출액이 전년도의 절반 아래도 급락한 곳도 세 군데나 된다. “과거 제주도를 즐겨 찾던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이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면서 제주도 카지노 업계의 사정은 말이 아니다”고 이병국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과장이 전했다.

그래서 카지노 공급이 수요를 앞지른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GKL은 카지노 산업이 외화에 목마른 한국경제에 때 아닌 단비라고 강조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엔 국내 카지노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3억불 관광진흥탑’을 수상했다. 3억 달러 매출은 승용차 1만5000대, 휴대전화 260만 대 수출에 버금가는 실적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카지노의 외화가득률(상품수출가격에서 수입원자재 가격을 뺀 금액을 다시 상품수출가격으로 나눈 비율)도 94%로 자동차(71%), 휴대전화(52%), 반도체(43%)를 압도한다고 말했다. 업계 설명으로는 카지노 산업은 내수 시장과 국가재정에 기여하는 몫도 크다. 숙박, 교통, 음식점 등 연관 산업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액의 10%를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순이익의 25%를 세금으로 납부한다. 카지노 산업의 사업성이 확인되자 과거 카지노 산업에 무관심하던 아시아 국가들도 정부 차원에서 카지노 산업에 뛰어든다. 대만입법원(국회)은 지난 1월 12일 카지노를 합법화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10년 동안 찬반 논쟁을 일으킨 이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대만 정부도 카지노 산업에 본격 뛰어든다. 올가을엔 싱가포르에도 첫 카지노가 들어선다. 싱가포르 정부는 카지노 산업을 일구기 위해 최근년에 수십 억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우던 싱가포르가 카지노 산업에 손을 대자 한때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자료: 한국카지노업 관광협회

하지만 3만 개의 일자리 창출에다 연 0.8%의 국민총생산(GDP) 증가라는 수치에 국민도 정부에 승복했다. 일본 자민당도 현재 불법인 카지노 합법화를 겨냥한 입법을 논의 중이며, 벌써 도쿄와 오키나와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단기적으로 세계 카지노 산업은 이번 글로벌 불황의 쓰나미를 비켜가지 못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업체들이 줄어든 고객 때문에 적자로 돌아섰고, 마카오 카지노 역시 매출액 급감으로 해고와 기존 신규 프로젝트 중단 같은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아시아 일부 국가가 카지노 산업에 공을 들이는 건 그 잠재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2007년 보고서에서 전 세계 카지노 매출액이 1087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카지노 관광객을 유치하게 되면 막대한 세금이 굴러들어온다. 게다가 외화유출 방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일본, 싱가포르, 대만이 카지노 사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외화획득도 있지만, 외화유출을 막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고 권오남 GKL 사장이 말했다. 카지노를 자국에 만들면 해외로 나가는 국민을 붙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 국내 카지노 업계에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은 아니다. 업계에선 일본이 카지노 산업을 활성화할 경우, 한국 카지노 산업이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해 세븐럭 카지노를 찾은 외국인 입장객 87만6746명 가운데 일본인 관광객이 절반이 넘는 44만4288명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카지노 산업이 일어서면 이런 수요의 상당부분이 줄어들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난해 국내 카지노 매출 신장도 엔고에 힘입은 바 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총 237만8000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6%가량 늘었다. 특히 엔화 가치가 본격적인 강세를 보이던 2008년 9월 이후엔 매달 20만 명 이상이 한국을 방문했다(2007년 9월 이후엔 10월과 11월 단 두 차례 20만 명을 넘었을 뿐이다).

카지노 산업에서 차지하는 일본인 관광객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이런 와중에 일본이 카지노 붐 조성에 나선다면? “앞날이 암담하다”고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권정규 사무국장이 말했다. 딱 부러지는 해법은 아직 안 보인다. 우선 한국의 카지노 산업은 외국의 카지노 산업과 추구하는 방향부터가 다르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호텔과 테마파크 등이 한데 어우러진 리조트형 카지노를 추구한다. 숙박시설에다 쇼핑센터, 극장, 박물관, 연회장 등을 갖춘 복합 휴양시설에 카지노를 끼워 넣는 식이다. 반면 한국은 달랑 게임만 즐기는 단일 카지노로 시장이 짜여있다. 그만큼 카지노 산업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카지노는 동떨어진 길을 걷고 있다”고 대구가톨릭대 조광익 교수(관광학과)가 말했다. 국내 카지노 업계가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 복합 리조트 카지노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바로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문제다. 1960년대엔 내국인들도 카지노 출입이 허용됐다.

그러다 1969년 ‘복표 발행 현상 기타 사행행위 단속법’이 개정되면서 내국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지금은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강원랜드에만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다. 따라서 현행 법체계에선 복합 리조트 카지노를 조성한다 해도 타산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싱가포르를 비롯해 카지노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내국인의 출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간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모든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아니더라도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엔 예외적으로 내국인 출입을 허용해줘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에 대한 당국의 입장은 단호해 보인다. 2006년 사행성 오락게임 ‘바다이야기’로 온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사행산업을 강력히 규제·감독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 이듬해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이 법에서 카지노(외국인 전용 포함)는 경마, 경정, 경륜, 복권 등과 함께 ‘사행산업’으로 묶였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07년 한국 GDP에서 사행산업 순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0.67%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의 평균(0.58%)보다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오히려 2013년까지 매출을 점차 줄여 OECD 수준에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카지노 사업은 국가이미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과의 시각이다.

카지노를 반대하는 측에선 한국이 아시아에서 마카오 다음으로 많은 카지노를 운영하는 국가군에 속한다며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런 판국에 규제를 더 풀 순 없다는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이병국 관광산업과장은 “내국인 카지노를 증설하거나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카지노 업체의 채산성 악화와 정부의 사행산업 총량규제가 맞물려 국내 카지노 산업은 제자리걸음을 한다. 지난해엔 서울시도 답답했던지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이라도 사행산업과 총량규제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을 정부에 내놓았다(서울시는 내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1200만 명을 불러들이겠다고 공언해 관광객 유인 요인이 절실하다).

사행산업으로부터 내국인을 보호하려는 취지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을 외국인 전용 카지노까지 확대·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주장이었다. 그렇지만 이는 뒤집어 얘기하면 카지노가 내국인에겐 사행산업이고, 외국인에게는 관광산업이냐는 국내외 비판에 노출될 수 있다. 대구가톨릭대 조광익 교수는 “카지노 정책의 2중성은 윤리적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국인은 규제하면서 외국인은 풀어서 도박 중독에 빠져도 된다는 얘기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전문가들은 경제논리로 보면 단순히 카지노만 운영해서는 해외 주요 카지노들과의 경쟁에서 밀린다고 말한다. 경희대 이충기 교수(관광학부)는 “소규모 카지노를 늘리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리조트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미국의 경우 성인의 약 80%가 카지노 출입을 일과 후 레저나 즐거운 나들이로 생각한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결국 이 문제는 카지노 산업에 대한 여론의 향배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업계도 카지노가 역기능뿐만 아니라 순기능도 많다는 점을 국민에게 직접 알릴 계획이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는 부산, 제주, 강원 등 전국 시·도를 돌며 학계 전문가. 민간단체 등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연다. GKL도 올해 안에 카지노 인식을 개선코자 외국전문가를 초빙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카지노 산업의 비전과 경제성을 부각하겠다는 취지다. TV 드라마도 순기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1월 19일 방영된 ‘에덴의 동쪽’에서 부친의 카지노를 이어받은 여주인공은 외화획득 산업으로서의 카지노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외국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카지노의) 부정적인 시각과 편견도 타파하겠다”고 말했다. 카지노 업계의 이 같은 다양한 베팅이 잭팟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일본 카지노 풀면 한국엔 치명타”
Q&A 권오남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 “투명한 게임산업으로 키울 터”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권오남 사장은 한국이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1977년)할 무렵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 무역관으로 처음 파견 근무를 한 뒤로 줄곧 수출 최일선에서 일해 왔다. 지난해 카지노업체인 GKL의 CEO직에 오르기까지 근 30년 세월을 ‘메이드 인 코리아’를 팔아온 셈이다.

카지노 게임에는 문외한에 가깝지만 이젠 외국인을 상대로 카지노를 팔아 외화를 벌어들인다. 박성현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카지노산업의 인프라를 조성해야 할 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에서 본 카지노 산업은 어땠나?
무질서와 속임수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카지노야말로 제대로 된 룰이 지배하는 법치(法治) 경영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카지노의 영업준칙, 전산시설 기준, 기구검사 업무규정 등 130여 쪽에 달하는 고시와 규정을 만들었다. 카지노 허가에서부터 카지노 운영 시스템, 회계 시스템 등까지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된 상태다.



카지노 하면 범죄와 폭력이 떠오른다.
미디어에 비치는 카지노는 음울하고 폭력적이다. 돈이 쏟아지는 노다지 사업에다 조작·횡령 같은 부정한 이미지가 겹친다. 하지만 실제와 거리가 먼 이야기다. 요즘 카지노는 실상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자산업이다. 국가 차원에서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게 6개월간의 경험에서 얻은 신념이다.



그래도 카지노는 도박산업 아닌가?
도박이 아니라 게임산업이다. 카지노 저변이 일부 특수계층이 아닌 대중 관광객으로 확대됐다. 세계인들이 즐기는 놀이문화이자 미래의 신성장동력산업 가운데 하나다.



올해 치중할 사업분야는?
매출액의 90% 가까이가 카지노를 찾아 방문하는 VIP 고객에게서 나온다. 올해는 매출의 20% 이상이 단체관광이나 개별관광객에게서 나오도록 힘쓰려고 한다. 공기업은 수입도 중요하지만 관광객을 많이 유치해 산업연관효과를 키우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각국이 카지노산업 진출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계산도 있겠지만 더 넓게는 자국민들이 해외에서 게임에 쏟아 붓는 돈줄기를 국내로 되돌리려는 포석이다. 일본에도 카지노가 들어선다면 되레 한국인 고객들이 일본으로 건너갈 수도 있다. 우리도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을 막으려고만 할 게 아니라 제한적이나마 개방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일부 부작용을 우려해 시대의 흐름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어렵게 번 돈을 일본 등 해외 카지노에 빼앗길 수 있다.



국내 카지노산업이 홀대 받는다는 말인가?
카지노 같은 사업은 국민 여론의 지지가 없다면 정책 담당자들도 용기를 내서 일하지 못한다. 내 임기 중 최대 목표가 국민의 의식 전환이다. 취임 후 카지노가 투명하고 정직한 게임임을 보여주고자 사업장과 감시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국제학술대회도 개최한다.



해외시장 개척에 열심인데.
세븐럭 카지노를 찾는 고객의 50% 이상이 일본인이다. 일본이 카지노를 합법화할 경우 한국 카지노 업계는 적잖이 타격을 입는다. 그에 앞서 고객 다변화 차원에서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 신흥시장을 개척하고자 한다. 조만간 직무분석을 통해 조직을 재편성한다. 해외 조직을 확대하고, 마케팅 인원도 늘리겠다.



국가별로 특별히 선호하는 게임이 따로 있나?
일본·중국 등 아시아인들은 액션이 큰 바카라게임을 선호한다. 미국이나 유럽인들은 블랙잭과 룰렛 등 즐기기에 적합한 게임을 좋아한다.



카지노 영업준칙에 보면 일명 타짜(카드카운트·전문도박인)의 입장을 금한다. 어떻게 추려내나?
그건 비밀이다.(웃음) 다만 그런 사람을 체크하는 전문요원을 두고 있다고만 말하겠다. 1∼2개월에 한두 명씩 그런 사람이 나온다. 우리가 가서 정중히 말하면 자리에서 순순히 일어나 나가버린다.



딜러에 따라 고객 승률이 달라지나?
딜러는 카드를 돌리는 기계적인 일만 한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 승률이 다를 수 없다. 게임은 확률 싸움이다. 드라마에 나오듯이 딜러를 교체해 판을 뒤집는 일은 없다.



현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에 따라 GKL도 민영화를 앞두고 있다.
GKL이 51%의 주식은 가지고 49%를 민간에 공개한다.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계획이다. 사업 다각화 등 회사의 발전과 재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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