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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 차명거래도 과세 대상

가족 간 차명거래도 과세 대상

자금세탁방지규정이 강화되면서 고객확인제도가 까다로워졌다. 강화된 이 제도는 세금에 영향을 준다. 가족을 대리인으로 해 금융 거래를 했거나 소득이 전혀 없는 자녀가 금융 거래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명 거래자는 증여세나 종합소득세를 낼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은행에서 강화된 자금세탁방지규정으로 인해 직원과 고객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직원이 일부 고객에게 자금의 실제 소유주가 맞는지 확인하고, 어디에 사용할지 일일이 확인하기 때문이다. 자금세탁방지제도는 국내외에서 이뤄지는 불법자금 세탁을 적발하고 예방하기 위한 장치다.

국내에선 혐의거래보고제도,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 고객확인제도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자금세탁방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08년 12월 22일 그중 고객확인제도가 더욱 강화됐다. 전에는금융기관들이 고객에게 주민등록증, 성명, 주소, 연락처만 요구했다. 이제는 기본 인적 사항을 입력한 뒤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위험도를 확인한다.

고위험 고객에겐 거래 목적, 재산 현황, 직장 정보 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고객확인제도 대상은 신규 계좌를 만들거나 하루 누적 금액으로 2000만 원 이상의 돈을 계좌 없이 거래할 때다.

단 위험도가 낮은 고객은 기존과 동일하게 신분만 확인되면 거래할 수 있다. 강화된 고객확인제도로 세금이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은 두 가지 정도다.

실제 소유주가 아닌 가족을 대리인으로 금융 거래를 하는 경우와 가족 구성원 중 주부, 학생, 미성년자, 무직자 등이 본인을 실소유자로 확인하고 거래하는 경우다.

만약 이러한 내역이 전산 자료로 확인된다면 대리인을 통한 차명거래는 이자소득에 대해서 종합소득세가 추징될 수 있고, 경제력이 없는 가족이 실소유자로 거래한 부분은 명의상 소유자에게 증여세가 과세된다.

여기에 가산세가 추가로 과세되기 때문에 그 부담은 가중된다. 그렇다면 가족 간에 명의를 빌려서 금융 거래를 할 경우 현행 우리 세법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예금 같은 금융자산을 차명으로 하는 경우엔 주식과 달리 차명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가족 간에 차명으로 거래했더라도 관리 목적의 계좌임을 증명하거나 그 통장의 실제 소유자를 입증하면 증여세는 피할 수 있다. 차명으로 거래했던 기간의 이자는 실질 소유자의 소득으로 보기 때문에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가 추징된다. 결국 차명으로 거래하는 계좌를 조사하면 증여세와 종합소득세 중 어느 하나는 과세될 수 있다. 강화된 고객확인제도가 시행되면 조사 및 과세의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명으로 집 사면 형사처벌
세무 상담 Q&A


Q 본인 이름으로 거래하지 않고 차명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거래를 할 경우 세무적으로 어떤 불이익이 있는가.



A 세법에는 등기 등록이나 명의 변경을 필요로 하는 자산에 대해 조세 부담 회피를 목적으로 차명거래할 경우 형식상의 차명 소유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한다. 결국 차명거래 행위 자체를 세무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규정은 주식 거래에 국한한다. 일반 금융재산은 등기, 등록, 명의 변경 등을 요구하지 않아서 형식상의 명의와 상관없이 거래의 실적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즉 차명거래를 하더라도 실질 소유자를 입증할 수 있으면 증여세 문제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차명으로 관리하는 동안의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실질 소유자에게 귀속시켜 누락된 금융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가 과세될 수 있다. 결국 차명으로 관리하는 계좌에 대해 조사가 나온다면 둘 중 하나의 세금은 과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 부동산을 거래할 때 차명으로 구입할 경우 불이익이 더 클 수 있다. 세무적으로는 규제를 하지 않지만 부동산 실명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과징금과 형사처벌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Q 강화된 자금세탁방지규정으로 수집된 자료는 국세청에 보고돼 증여세나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근거 자료로 쓰이나.



A 강화된 고객확인의무는 과세권자의 조사 및 과세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가족 구성원 중 주부, 학생, 미성년자 등 경제적 무능력자가 본인을 실소유자로 확인하고 거래하는 경우엔 관리 목적의 차명거래로 주장하기도 어렵다. 이미 고객거래확인서에 실소유자라는 것을 확인한 후 자필 서명을 남겼기 때문이다.

강화된 고객확인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도 차명계좌가 확인되면 증여세나 종합소득세의 추징은 있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고객확인제도는 차명계좌가 밝혀질 가능성이 더 많아진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엔 차명계좌에 대한 일률적인 조사는 없었다. 과세 자료를 파악하려면 행정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화된 고객확인제도로 국세청은 금융기관을 통해 정제된 과세 자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Q 가족 간에 관리 목적으로 차명을 사용할 경우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보고 99% 세율로 원천징수해야 하나.



A 차명예금이 금융실명법을 위반해 비실명자산의 이자소득에 해당된다면 99%(주민세 포함)의 세율로 원천징수해야 한다.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에는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제 이름으로 금융 거래를 해야 하며,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나 배당소득에 대해선 99%의 세율로 과세하도록 돼 있다. 그래서 과세당국에서 차명으로 거래하는 계좌에 대해서 증여세를 과세하지 못할 경우, 금융실명법 위반을 문제 삼아 99%의 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심판사례(국심96광 3281, 1997년 3월 10일)에선 관리 목적의 차명계좌를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것으로 해석하지 않았고, 과거 재정경제원(현재의 기획재정부)에서도 개인 간 합의에 의해 차명으로 거래하는 금융 거래 중 실명 확인된 계좌에 의해서 정상적으로 취급한 금융자산은 비실명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한 사례도 있다.

이는 금융기관 종사자는 금융거래자의 외형상 나타난 주민등록증(개인), 사업자등록증(법인) 등에 의해 실명 여부를 확인할 뿐 자금의 실질소유자인지 확인할 의무는 없다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번에 강화된 고객확인제도는 금융실명법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지만, 금융실명법 위반 사례는 늘지 않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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