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에 재합류할 묘수 있을까
NATO에 재합류할 묘수 있을까
나토에 배속된 프랑스군. |
1966년 3월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에게 다섯 단락으로 된 편지를 보냈다. 프랑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에 남겠지만 통합군사조직에선 철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동서 간의 긴장, 베트남 전쟁, 프랑스 내 미군 기지 팽창 등의 문제를 놓고 존슨과 벌인 심한 말다툼이 그 불화의 씨앗이 됐다.
그러나 드골은 편지에 더 큰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프랑스는 자국의 주권이나 ‘독자적’ 외교정책 수행에서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당시엔 말이 많았지만 그의 입장은 결국 프랑스 정치인들의 좌우 성향을 막론하고 하나의 신조로 자리 잡았다. 그로부터 43년, 이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세계도, 프랑스도, 나토도 드골 시대 이후 크게 달라졌음을 인정한다.
프랑스 정계의 일부 거물들과는 달리 사르코지는 프랑스가 유럽-미국 동맹의 대안으로 유럽연합(EU)을 토대로 한 ‘유럽’ 방위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고 있지 않다. 최근 뮌헨 국제안보정책회의에서 그는 “프랑스가 나토 내의 역할을 더욱 키워가는 마당에 오히려 나토를 허약하게 만들기를 원한다는 의심을 받다니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나토를 제 입맛대로 대하는 프랑스식 입장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사르코지의 목표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스트라스부르(프랑스)와 켈(독일) 정상회담에서 프랑스와 나토의 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제 사르코지는 드골의 추억에 무례를 범하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나토의 군사조직 참여와 프랑스의 독립은 양립할 수 없다는 드골의 전제를 반박해야 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에게 ‘정상화’를 설명해야 하는 사르코지의 첫 과제는 그리 어렵지 않다. 나토는 9개국에 11개의 큰 본부가 있고 준장에서 대장에 이르는 100명의 장군과 제독들의 지휘를 받는다. 최고위직은 일정 기준에 따라 배분된다. 나토 군사예산의 분담금, 작전에서의 역할(아프가니스탄 같은 어려운 작전엔 가산점이 주어진다), 나토 핵 전력의 참여도, 본부 직원으로 배정된 1만5000명에 이르는 장교와 하사관의 몫 등이 그 기준이다.
현재는 미국이 ‘최고사령관’직 두 개를 포함해 4성 장군 직위 세 개를 갖고 있다. 나머지 네 개의 4성 장군 직위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가 나눠 갖는다. 그러나 나토 작전에 많은 병력(아프간 2800명과 코소보 1800명 포함)을 파견하면서 많은 예산을 분담해온 프랑스는 나토 본부에 1성 해군제독 두 명과 본부직원의 겨우 1%만을 제공할 뿐이다.
이로 인해 동맹의 전략 노선, 외교 정책과 전력의 개발, 작전의 계획과 수행에 미치는 프랑스의 영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편 동맹의 다른 나라들로서는 프랑스군이 보유한 소중한 지식을 활용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프랑스군은 유럽 군대 중에서 복잡한 안정화 임무에 가장 많은 경험을 축적해온 나라다.
최근 프랑스 언론은 프랑스가 현재 미군이 가진 고위 군사직위 한두 개를 차지하고 수백 명의 장교와 하사관을 나토에 파견하며 1966년 탈퇴한 방위기획위원회에 재가입하는 잠정협약을 보도했다. 사르코지의 일부 비판자는 비용이 덜 든다는 이유로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 또 일부는 ‘정상화’로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이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들은 때로는 드골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위대한 프랑스가 동맹 내 미국의 다른 ‘부하들’과 같은 신세로 비칠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프랑스가 나토 본부에 어느 정도나 참여하느냐의 문제가 탈레반의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러시아인이나 이란인들, 또는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의 다른 지도자들이 특히 프랑스가 나토의 주요 위원회 한두 개에 참여하든 말든 신경을 쓰리라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나토 조직에 전적으로 참여하는 동맹국들을 우습게 여기는 프랑스 정치인들은 EU 내에 유럽국 정부들과 방위협조체제를 구축할 뜻도 없다. 결국 정상화 주장의 가장 좋은 논거는 직설적 어법이다. 나토의 단합과 능률 개선을 위해 프랑스가 취하는 모든 조치는 조만간 유럽의 방위(전력, 상호 운용성, 작전 성과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프랑스와 나토의 바람직한 화해로 아프가니스탄, 테러리즘, 무기 확산을 포함한 21세기의 큰 도전에 대응하는 유럽-미국 파트너들의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사르코지는 프랑스 국방안보백서를 발표하면서 그 점을 요약해 “유럽과 미국 간의 나토 동맹은 유럽 국가들 사이의 동맹이기도 하다. 이 점을 특히 강조해야 한다”고 국민에게 상기시켰다. 그러나 동맹 강화가 회원국들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는 일은 여전히 그의 몫으로 남아있다.
[필자는 워싱턴 소재 국가안보전략연구소(INSS)의 선임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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