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이어 직무대행까지 ‘쇠고랑’
회장 이어 직무대행까지 ‘쇠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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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컴퓨터산업게임중앙회(한컴산)가 또다시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인천지검 마약범죄수사부는 6월 중순 한컴산 조모 회장직무대행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조 대행은 2008년 8~11월 게임제조·유통업자와 공모, 불법 개·변조한 아케이드게임 ‘민속윷놀이’ 1330대를 유통해 2억66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조 대행은 이 게임의 제작에 수천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 전망이다. 한컴산은 2006년 김민석 전 회장이 ‘바다이야기’ 사건에 얽혀 낙마하고, 뒤이어 키를 잡은 직무대행까지 구속 수감되자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회장에 이어 직무대행까지 쇠고랑을 차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탓이다. 한컴산 관계자는 “회장과 직무대행의 일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한컴산은 전국 1만5000여 개 성인 게임장을 대변하는 국내 유일의 단체다. 신규사업자·법규위반자 소양교육, 불법 제작 유통되는 게임물의 고발 및 선도사업 등을 펼친다. 그러나 철만 되면 비리 의혹에 휘말려 ‘이익단체를 넘어 권력화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애초 게임물 등급 심의를 담당했던 한컴산은 1998년 뒷돈을 받고 불법 사행성 경품게임을 통과시켰다 적발돼 심의 권한을 박탈 당했다. 2006년엔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바다이야기’ 파문에 휘말려 회장이 실형을 받고, 전직 고위 관계자가 핵심 로비창구로 지목 받기도 했다.
김민석 전 회장은 당시 불법 게임기 150여 대를 들여놓고 사행성 게임영업을 하고, 경품용 상품권을 환전해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억5200만원을 확정 받았다. 이뿐 아니다. 이 단체는 현안이 발생하면 정부를 상대로 금품 로비를 펼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05년 강혜숙 전 의원(열린우리당)이 발의한 ‘경품용 상품권 폐지 법안’이 국회에서 흐지부지된 배경에 한컴산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다는 의혹은 대표적 사례다. 이 법안은 경품용 상품권이 환전되는 실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지만 별다른 논의도 없이 자동 폐기됐다.
문제는 한컴산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게임물심의등급위원회 한효민 대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은 단체도 아니고 정부 보조금을 받지도 않는다”며 “현재로선 이 단체를 단속하고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은 정부 부처에 없다”고 말했다. 한컴산 스스로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단체는 정화 의지를 다지기보다는 불만불평을 늘어놓기 바쁘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지기 직전, 김 전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는 사행성 근절 대책의 발표로 성인 게임장 업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때였다. “…30만 명 종사자의 생계를 막아버리나. 우리는 국민이 아닌가? 사행성을 우리부터 버리겠다….”
하지만 정작 그는 사행성 게임기를 불법 운영하다 실형을 선고 받았다. 조 대행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규제 위주의 법령과 형평성 없는 등급심의는 업계가 자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마저 없앴다. 일부 몰지각한 업계 종사자들은 이 틈을 타 불법 개·변조 게임물을 제작·유통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 불법 게임물을 제작·유통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사행성 근절 대책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성인 게임업계가 정화되면 자연스럽게 ‘성인 게임=사행성 도박’이라는 편견이 사라지고, 규제도 풀리게 마련이다. ‘규제가 강화되니까 더욱 음지로 들어간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볼멘소리보다 중요한 것은 정화 의지다. 전문가들은 먼저 고치고,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한다. 툭하면 비리 홍역에 시달리는 한컴산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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