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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호감 갖는 사람은 살펴서 써라

누구나 호감 갖는 사람은 살펴서 써라

CEO는 인재를 철저히 능력 위주로 평가해야 한다. 사적 네트워크가 강한 조직은 발전이 어렵다. 제대로 된 인재는 맡은 일을 잘 해내고, 공을 자랑하기보다 팀원에게 돌려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CEO에게는 힘든 일을 먼저하고 선한 일을 남모르게 하면서도 자랑하지 않는 인재가 필요하다.



인재 등용은 능력 위주로 해야 한다.
子謂仲弓曰 犁牛之子 且角 雖欲勿用 山川其舍諸? (논어 옹야편)
공자께서 중궁에 대해 얘기했다. “얼룩소의 새끼라도 털빛이 붉고 뿔이 반듯하다면 비록 제물로 쓰지 않아도 산천의 신이 그냥 내버려 두겠느냐?”


춘추시대에는 털빛이 붉고 뿔이 반듯하게 자란 소만 제물(祭物)로 사용했다. 털빛이 붉지 않고 뿔이 휘었으면 상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얼룩소의 새끼라도 털이 붉고 반듯하면 제물로 썼다. 공자가 얼룩소 얘기를 한 데는 그의 제자 중에 집안은 미천하지만 능력이 뛰어난 중궁을 뽑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공자는 인재를 뽑을 때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고, 실력과 지도력으로 평가했다. 공자는 중궁의 사람됨을 들어 “임금 노릇을 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학식과 덕을 갖춘 군자와 백성 간의 신분 차이가 컸던 그 시대에는 혁신적인 사고였다. 공자의 성장 배경이 인재철학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공자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젊었을 때 세상을 떠나 고생을 하면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 제도가 없어진 요즘은 어떨까. 각종 기관에서 채택하는 인재 채용 기준을 보면 여전히 지연, 학연, 혈연에 얽매여 있다. 과거엔 수많은 학파와 학자가 난무한 가운데 서로의 주장이 난세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던 시대였다.

어느 문하에서 공부했느냐가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요즘은 학교에 따라 학문 분야가 나눠져 있지 않다. 학교는 주로 성적이나 학업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면 된다. 출신 학교가 인재 선발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세계적인 인재 선발’이라는 허울 좋은 인사 정책은 한낱 구호에 그치고 편 가르기로 일관된 인사는 동문으로 똘똘 뭉친다.

인맥으로 구성된 조직에서는 누구도 최고지도자의 의사 결정에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경영자가 결정한 대로 따라가는 조직이 된다. 그 조직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지난 외환위기 때 심심찮게 보았다. 무리한 사업 전개에도 불구하고 CEO 주변에는 그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말할 수 없는, 학맥이나 지연으로 연결된 사람만 있었다.

이 기업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무너졌다. 지나치게 가족적인 분위기나 동문, 아니면 동네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에서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의 객관적인 직언은 불가능하다. 회사의 모범이 되는 인재를 뽑아라. 좋은 일을 하고도 남에게 자랑하지 않고, 힘든 일은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子曰 孟之反 不伐. 奔而殿 將入門 策其馬曰 非敢後也 馬不進也. (논어 옹야편) 공자께서 말했다. “맹지반은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전쟁터에서 싸우다 퇴각할 때 군대의 후미(後尾)를 맡았었는데, 성문에 들어올 무렵 그 말에 채찍질하면서 말하기를 ‘감히 뒤에 처지려 한 것이 아니라 제 말이 그간 계속된 전투로 몹시 지친 나머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맹지반은 노나라의 장수다. 한번은 전쟁터에 나가 싸우다가 전세가 불리해지자 군대를 본국으로 철수시킬 상황을 맞았다. 그때 그는 부대의 맨 뒤에 남아 추격하는 적군을 뿌리치는 임무를 맡아 철수작전을 지휘하면서 돌아왔다.

그는 공을 세웠으면서도 “내가 감히 철수하는 군대의 후방을 맡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 내 말이 지쳐서 달릴 힘이 없었기 때문에 뒤에 처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적과 맞붙어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후퇴하는 과정이 더 힘들다고 한다. 어려운 임무를 완수하고 성문을 들어오면서도 맞이하는 사람들의 지나친 칭찬을 의식해 “말이 지쳐 뒤따라 올 수 밖에 없었다”고 얘기하는 맹지반은 장수이자, 훌륭한 리더다.

흔히 공(功)은 부하에게 돌리고 과(過)는 자신이 책임져야 진정한 최고지도자라는 말이 있는데, 맹지반이야말로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한 사람이다. 전투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에게 공을 돌리고 스스로는 힘든 일을 자처했으면서도 결코 자랑하지 않는 사람 됨됨이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늘날 CEO들은 맹지반의 겸손함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인재가 한두 사람만 있어도 그 조직은 바람직하고 부러운 조직이라 할 수 있다. 공을 부하에게 돌린다고 해서 공이 모두 부하에게 돌아가고 과가 모두 내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조직을 이끄는 데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하지만 지도자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 성과는 CEO를 포함한 임직원 모두의 노력과 열정의 결과로 평가된다. 힘든 일은 내가 먼저하고 선한 일은 남모르게 하면서도 결코 자랑하지 않는 인재가 필요하다.



정도(正道)를 걷는 사람이 인재다.
子游爲武城宰, 子曰 女得人焉爾乎? 曰 有澹臺滅明者, 行不由徑, 非公事未嘗至於偃之室也. (논어 옹야편)


자유가 무성의 읍재(邑宰)가 됐다. 공자께서 말했다. “너는 거기에서 인물을 얻었느냐?” 자유가 “담대멸명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길을 가도 지름길을 가지 않으며, 공적인 일이 아니면 아직까지 제 집에 찾아온 적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행정단위라 해도 우두머리의 힘만으로는 원만한 행정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보좌하는 훌륭한 인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을 한데 모아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데, 공자의 제자인 자유는 스승의 가르침을 성실하게 따랐던 사람이었다. 더욱이 맡은 일에 철저하고, 공적인 일이 아니면 절대로 윗사람의 집에 찾지 않는 강직한 부하 담대멸명이라는 사람을 얻었다고 하니 참으로 행복한 리더라 하겠다.

아무리 급해도 지름길로 가지 않는다면 원칙을 지킬 줄 아는 인재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힘이 될 만한 사람에게 아부할 수 있는데, 전혀 윗사람의 집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는 것은 작은 이익에 눈을 돌리지 않고 맡은 일에만 전념했던 강직한 부하였다. 무성은 노나라의 작은 고을이었지만 자유(子游)와 같은 훌륭한 지도자가 부임하면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선정이 베풀어졌던 곳이라고 전한다.

다음은 <논어 양화편> 에 소개된 자유에 관한 이야기다. 공자가 무성에 가서 현악기와 노랫소리를 들었다. 공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겠느냐?” 이에 자유가 답했다. “전에 제가 선생님의 가르침을 들었는데, 군자가 도를 배우면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사람을 부리려 든다고 하셨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후 공자가 제자들에게 얘기했다. “제자들아! 자유의 말이 옳다. 아까 한 말은 농담이었다.”

공자는 자유가 대견스러운 한편 ‘작은 고을을 다스리는 데 음악으로 이끌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던진 말이었다. 자유는 스승께 배운 그대로 실천했는데 스승의 얘기에 조금은 속이 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르침을 철저하게 따르는 자유의 모습에 공자의 마음은 흐뭇했을 것이다.

요즘 세상은 어떠한가? 중요한 직책을 맡긴다고 하면 황송해서 머리를 조아리는 게 보통인데, 그 직책이 내게 적합한지를 한번쯤 숙고해 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것이다.

공적인 일이 아닌 데도 실력자의 집을 찾아다니는 청탁 행위도 없어져야 한다. 윗사람의 집에 사적인 일로는 결코 들르지 않는 부하들이 많을수록 그 조직은 크게 발전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고 인재는 아니다.
子貢問曰 鄕人皆好之 何如? 子曰 未可也. 鄕人皆惡之 何如? 子曰 未可也. 不如鄕人之善者好之, 其不善者惡之. (논어 자로편)


자공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공자께서 “안 된다”고 말했다. 자공이 다시 “마을 사람이 모두 미워하는 사람이라면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이번에도 “안 된다”며 “마을 사람 중에서 선한 사람이 좋아하고, 선하지 않는 사람이 미워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보면 옳고 그름을 밝힐 수 없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떤 사람에게도 미움을 받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해관계에 어긋나지 않는 무난한 관계에서 성립된다.

조금이라도 이해관계로 부딪치는 사이라면 결코 좋아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은 남의 비위를 잘 맞출 수는 있겠지만 옳은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진정으로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들에게는 사랑과 지지를 받지만 착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골호인(無骨好人)이 우리 사회에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없듯이 누구에게나 호감을 받는다고 해서 훌륭한 인재라고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 기업에서도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호감을 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회사 조직에서의 역할은 그리 바람직한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다.

술자리에서는 인기가 많아서 늘 좌중을 주도하지만, 정작 회사의 중요한 일 처리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묵묵히 자기 할 일을 수행하면서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참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주변 아무에게나 호감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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