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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중동에 묻어둬라

행신·중동에 묻어둬라


최근 한 부동산정보업체가 조사한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평균 3.3㎡당 3300만원이라고 한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전셋값은 2억원을 넘어섰다.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강남 집값 급등’ 소식은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첫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투자의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솔깃할 정보는 없을까? 부동산 전문가들이 2억원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수도권 유망 지역을 콕 집어 알려줬다. 2억원대 예산으로 살기 편하고 투자 가치가 있는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가 고개를 갸웃했다. 한 전문가는 추천하기 어렵다며 아예 손을 내저었다.

몇 십억, 몇 백억원대 부동산 상담에 익숙한 탓이다. 닥터아파트의 윤송희 애널리스트는 “실제 이 가격대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많긴 하지만 차익을 기대하기엔 작은 규모라 특정 지역을 추천하기보다 객관적으로 매물 현황을 제공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이곳저곳 뒤지니 눈에 띄는 지역이 드러났다. 어느 지역인지 알아보기 전에 과연 지금이 집을 살 때인지부터 살펴보자. 결과부터 말하면 ‘그렇다’다. 국민은행의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하락 변수보다 상승 변수가 강하게 작용해 더블 딥(경기가 좋아진 뒤 다시 침체하는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하락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매력 감소 같은 하락 변수가 개선될 여지가 크고 규제 완화,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하에서 주택 공급 부족 등 상승 변수가 점점 강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실수요자라면 지금이 집을 살 적기라고 했다.

더 기다려도 집값이 크게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기업은행의 김일수 부동산팀장은 “실수요자라면 금리가 최저 수준인 지금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실수요자들은 보통 집을 구할 때 주변의 교통 여건을 먼저 본다. 그리고 아무리 적은 돈으로 샀다 해도 나중에 팔릴 집인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

실거주보다 투자에 큰 비중을 뒀다면 더욱 그렇다. 교통 환경과 환금성이 지역을 선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실제 부동산 전문가들이 꼽은 지역 역시 이 두 조건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부동산연구실장과 닥터아파트의 윤송희 애널리스트는 경기 고양시 행신동 일대를 추천했다.

소형 아파트가 밀집된 이곳은 경의선 개통으로 서울로 진입하는 시간이 줄었다. 행신동 주민들은 그동안 마을버스를 타고 서울 지하철 3호선 화정역을 통해 서울로 와야 했지만 이제 걸어서 10분 정도의 경의선 행신역을 이용해 마포로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이용 최적기”

또 전문가들은 서울 은평구 불광·증산·녹번동 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가 아직 남아 있어 중장기적으로 매매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은행의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신촌, 여의도권으로 출퇴근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합수 팀장은 경기 부천시 중동 지역을 유망하게 봤다.

아파트 값이 저평가돼 있고 공사 중인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선이 2011~12년에 개통되면 강남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구로 디지털가산단지에서 소형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광명에서 부천까지 확대될 것이고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데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가장 이슈가 된 교통 호재는 아무래도 9호선 개통이다. 안명숙 팀장과 외환은행의 양용화 부동산팀장은 이와 관련해 강서구 가양동을 추천했다. 가양동은 교통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CJ, 대상의 공장이 있어 주상복합아파트가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몇 년 뒤 아파트를 판다 해도 시세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안명숙 팀장은 9호선 개통으로 강서구 마곡지구(마곡·가양동 일대)의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많은 전문가가 동북·서남권 르네상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추천했다.

동북·서남권 르네상스 개발은 서울시가 준공업, 단순 주거용이었던 이 지역을 경제·문화·교육 거점 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것으로 완료 시점인 2020년까지 주변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피드뱅크의 김은경 팀장은 이 지역 가운데 역세권인 서울 강서구의 방화동·가양동·등촌동과 영등포구 문래동, 구로구 등을 유망 지역으로 꼽았다.

김 팀장은 “영등포구 문래동은 9호선이 지나고 준공업지역 내 아파트 건립 규제가 완화돼 개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양지영 팀장은 동북권 개발 지역에 속하면서 중랑천을 끼고 있는 성북구 지역을 추천했다. 김일수 팀장 역시 동북권 개발뿐 아니라 경전철 공사 호재가 있다며 은평·노원·도봉구와 함께 성북구 지역을 꼽았다.

윤송희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경기 수원시 우만동은 광교신도시와 접해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우만주공2단지는 수원에서 마지막으로 재건축을 기대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윤 애널리스트는 “2011년에 신분당선이 개통되면 광교까지 차로 5분 거리라 교통 호재가 있다”고 말했다.

가산디지털단지를 안고 있는 경기 광명시 철산동과 하안동 일대는 환금성 면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하안동 일대는 최근 오름세인 데다 매물을 내놓고 거래되기까지 한 달이 소요되지 않는다. 또 2013년에 강남순환도로가 개통돼 소하지구 개발 등 개발 호재가 있다.



9호선, 7호선 연장, 신분당선 인근 주목

이외 일반 매매가 아닌 다른 전략으로 눈을 돌리라는 조언도 있었다. 전세를 끼고 매입하면 당장 거주할 수는 없지만 거래 규모를 대폭 키울 수 있다. 또 신규 분양은 계약금만 있으면 살면서 대금을 납입할 수 있어 예산이 넉넉지 않은 이들에게 유리하다. 청약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일수 팀장은 결혼해 아이가 있다면 신혼부부를 위한 보금자리주택 청약이 유리할 것이라며 강남 세곡, 서초 우면, 하남 미사, 고양시 지구를 추천했다. 또 수입이 많지 않은 사람은 올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도시형생활주택을 눈여겨볼 만하다.
집을 살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대출이다.

대출을 이용하면 실제 투자한 돈보다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 박합수 팀장은 “대출은 보통 집값의 30~40%가 적당하다고 하는데 상황에 맞게 조정하면 된다”며 현 시점에서는 금리가 오를 여지가 있어 상환 능력을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60%에서 50%로 낮아졌지만 6억원대 미만 아파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양용화 팀장은 “가급적 제1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고 사전에 충분히 상담해 대출 가능 금액을 미리 확인하고 매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기준이 까다로워 예상만큼 대출을 못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 팀장은 “물론 대출이 적을수록 좋지만 상황에 따라 가능한 한도까지 대출을 받아 좀 더 나은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용어설명
도시형생활주택 1~2인 가구와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한 새로운 주거 형태로 단지형 다세대주택(85㎡ 이하), 원룸형 주택(12~30㎡), 기숙사형 주택(7~20㎡)으로 나뉜다. 도시 지역에만 지을 수 있고 완화된 건설 기준을 적용한다. 청약통장 없이 분양 받을 수 있고 재당첨 제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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