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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에코 버블’이다!

이번엔 ‘에코 버블’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 투자자들은 마치 1999년처럼 행동해 왔다. 그해, 다우 지수가 처음으로 1만 선을 돌파했고 주식시장은 현실과 완전히 딴 세상인 듯 고공비행을 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당시엔 말하나마나 주가에 실제보다 거품이 많이 끼었다.

그러나 요즘 미국의 고용전망은 지난 한 세대 사이에 최악이고, 많은 주 정부가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선진국의 소비자 신용도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그런데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 모두를 호재로 보는 건가? 가격이 뛰지 않은 투자자산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큰 폭으로 상승한 자산도 적지 않다.

스탠더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저점 이후 58%나 올랐으며, 나스닥은 67% 상승했다. 신흥시장(MSCI 지수 기준)은 95% 급등했다. 각종 원자재 값도 뛰어, 원유가는 2월의 저점 대비 132% 치솟았으며 금값은 최고치 수준을 맴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금융규제 강화 조짐으로 금융주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금융위기를 불러온 바로 그 원흉들이 업계의 비상을 이끌어 3월 이후 무려 126%나 뛰어올랐다.

베스트셀러 ‘비이성적 열광(Irrational Exuberance)’의 저자 로버트 실러는 이런 때 어디 갔을까? 2001년의 주가폭락을 정확히 예언했던 그 예일대 교수는 실상 미국의 선도적 주택시장을 대상으로 한 최신 케이스-실러 지수의 산정을 막 끝냈다. 그 결과를 보면 집값이 지난해 12월~올해 4월 7.2% 떨어졌다가, 올해 4~8월엔 5% 상승했다.

과거의 통계가 없는 경우도 있어서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미국 집값이 한 세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고 실러는 믿는다. 영국과 호주 시장도 오름세로 돌아섰고 많은 아시아 도시의 부동산 값도 들썩거린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용이 감소하고 임금이 정체되고 공공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데도 집값이 어떻게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을까?

“사람들의 행동이 상당히 투기적으로 변했으며 이런 변화는 한동안 지속될 듯하다. 새로운 거품이 형성되는 중이라고 본다”고 실러가 말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반사거품(echo bubble)’이다. 이는 커다란 거품 뒤에 따르는 작은 거품을 일컫는 경제학 용어다. 보통 일차 피해를 복구하려고 당국이 막대한 자금을 살포한 뒤 나타나며 저리자금을 바탕으로 2차 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

이런 현상은 1830년대 영국 철도거품부터 2005년 사우디 주가거품까지 역사를 통틀어 곳곳에서 나타났다. ‘금융투기의 역사(Devil Take the Hindmost: A History of Financial Speculation)’의 저자 에드워드 챈슬러는 “반사거품은 대체로 더 작은 편이며 첫째 거품보다 빨리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평균적으로 먼저 거품의 30~40% 수준까지 커진 뒤 붕괴하면서 시장가격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려 놓는다. 반사거품의 상승분은 날아가지만 대체로 이전 저점 수준까지는 내려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우 지수가 7000 또는 8000선까지 떨어진다는 뜻이다. 새로운 거품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 유행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편이지만 반사거품은 대체로 기존의 패턴을 답습한다.

요즘 원자재(2008년 정점) 같은 자산과 신흥시장(2007년 후반 정점)에서 가장 큰 폭의 가격상승이 이뤄지는 추세도 우연이 아니다. “요즘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시장이 이끌어가는 무한한 글로벌 성장신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꿈”이라고 모건 스탠리 투자운용의 루치르 샤르마 신흥시장 팀장이 말했다.

하지만 그 꿈은 글로벌 시장이 지난해 가을 신용시장의 심장발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아직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금융위기를 찰과상 정도로 치부하는 투자자가 너무 많다”고 투자사 PIMCO 최고경영자 모하메드 엘-에리안이 말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금융 시스템의 주변이 아니라 기둥째 흔들렸다”고 그는 덧붙였다. 기둥이란 미국 금융시스템을 일컫는다. 규제강화가 현실화되면 투자자들은 미국 금융주들을 전기·가스 업종 대하듯 하리라고 엘-에리안은 믿는다. 인기 성장주가 아니라 둔하고 굼뜬 저성장주로 본다는 말이다.

현재의 주가 수준은, 주식시장이 ‘달콤한 환상’에 빠져서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중단 없이 계속되고 GDP 증가율이 3%를 웃돈다는 가정 아래 형성됐다고 그는 말한다. 안타깝게도 그런 주가수준은 경기회복이 민간부문 고용과 투자의 건강한 회복보다는,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재고 확충 같은 “일시적이고 1회성 요인들의 영향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런 시나리오에선 미국이 2%만 성장하면 운 좋은 편이라고 엘-에리안이 말했다. 현실은 민간부문이 언제 건강을 회복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대형 다국적기업들이 올린 이익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매출증가에서 나왔다기보다 상당부분 비용절감으로 짜냈다.

골드먼 삭스 같은 은행이 최근 몇 분기 기록적인 수익을 올린 이유 중 하나도 대형은행이 많이 도산한 바람에 수익성 좋은 거래에 예전처럼 많은 대형은행이 몰려들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 파산을 초래한 위험한 거래도 아직 합법적으로 이뤄진다. 세계 금융부문의 실질적인 정화작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가들은 반사거품의 영향으로 올해 막대한 보너스를 챙길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매력적인 인센티브가 문제의 하나로 지적되는 단기적 사고를 부채질한다. 정부는 금융파생상품을 비롯한 위험자산으로 쓰러진 금융 시스템을 떠받치느라고 엄청난 부채를 떠안았지만 그런 위험자산 거래는 아직도 별로 규제 받지 않는다.

그 모든 비용을 일반 시민과 일반 기업이 떠안게 된다는 사실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버논 스미스의 말마따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우리 모두를 담보로 잡았다.”이런 사실은 더는 비밀도 아니다. 주류 경제지를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지금 많이 알려진 그런 반사거품의 패턴을 따라 광기가 되살아났다. 반사거품의 실체는 그동안 역사기록과 경제실험으로 충분히 입증됐다. 스미스가 실시한 최근의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가상 증권을 거래하도록 하면서 실질적인 기본가치를 알려줬다. 호가는 실질가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시작됐지만 점차 거품 수준까지 오르더니 결국 터지고 말았다.

그 뒤 똑같은 증권을 다시 거래하도록 했다. 지난번 거래의 결과가 어땠는지 모두 잘 알았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거품이 형성되는 속도만 달라졌을 뿐이다. 2차 거래에선 거품이 훨씬 더 빨리 생겼다. 3차 거래에 가서야 마침내 교훈을 얻는 사람이 생겨났다. “우리는 군중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스미스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바로 군중이다.” 이는 평범한 개미 투자자든 최고 기법을 구사하는 투자자든 모두에게 적용되는 사실이다. 엘-에리안은 최근 그런 투자자 모임에 참석했는데 글로벌 경제 실태를 보는 전반적인 인식은 비관적이었지만 시장 분위기는 확연히 낙관적이었다(PIMCO는 보유자산의 위험을 줄여왔다).

요즘 오르지 않는 투자자산은 금리가 고정된 국채뿐이다. 여기에는 저금리 기조의 영향도 적지 않다. 세계 각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 자금 유입과 함께 그런 정책결정이 요즘 무수히 생겨나는 반사거품의 주요 원인이다. “지금은 모든 투자자산 가격이 올랐는데 이는 2003~2007년의 강세장과 흡사하다.

당시 풍부한 저리자금과 과도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호황 장세였다는 사실을 지금은 안다”고 샤르마가 말했다. 가장 걱정스러운 나라가 중국이다. 세계 최대의 경기부양책과 1조 달러의 정부 신규대출은 전형적인 “거품” 유발 요인이다. 브라질과 러시아의 주가가 오르는 한 가지 요인은 중국이 확보하려고 혈안이 된 원자재를 그들이 많이 보유하기 때문이다.

석유와 구리는 재고가 많아지는데도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원자재 값이 전반적으로 오른다는 점도 또 다른 고전적인 거품 신호다. 투자자들은 현명한 선택을 내리기 위해 잠시 발길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시기만 잘 맞춘다면 이런 거품 장세에서도 상당한 이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여느 거품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장에 필사적으로 대박을 찾아 다니는 자금이 아직도 풍부하다는 사실이 그런 반사거품을 키운다.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총 금융자산 규모는 2007년 194조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현재 178조 달러로 줄었다. 감소분 16조 달러는 미국 경제보다 크다.

그러나 나머지 178조 달러도 여전히 거액이며 2000년의 총액 112조 달러보다 60% 가까이 많다. 금리가 세계적으로 낮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중국의 신용팽창은 대규모의 주식과 부동산 투기를 초래했다. 그 여파는 부국에까지 미친다.

신흥시장 신화의 심리적인 효과(그리고 그들이 이제 세계의 성장동력이 됐다는 생각)야말로 미국 부동산 시장이 실물경제보다 앞서 조금씩 살아나는 한 가지 이유일지 모른다고 실러는 말한다. “사람들은 신흥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된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중이며 언제나 부동산만큼 좋은 투자자산도 없다. 그리고 어쨌든 중국도 사들이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하이 증시의 기술주 가격은 마이애미의 집값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래도 투자자들은 개의치 않는다. 거품은 본질적으로 비논리적이며 고점과 저점의 시기와 규모를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과거의 반사거품에서 얻을 만한 교훈은 항상 그 거품이 붕괴되며 새로운 창조적 파괴 사이클로 이어진다는 점뿐이다.

그 뒤에 가서야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이 다시 한번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주 글로벌 시장 다수의 급락은 투자자들이 필경 내심 이런 맥락을 모두 알고 있다는 신호다. 투자자들의 열광이 없는 묵직한 거품을 반사거품이라고 한다면 이번이 그에 해당될지도 모른다.

이번 상승장의 원동력은 미래를 확신하고 선취매하는 낙관적인 투자자가 아니라 정부 자금으로 이끄는 경기부양이 조만간 멈추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덕으로 이익을 올려서 손실을 만회해보려는 조심스러운 투자자다. “현재와 1999년의 핵심적인 차이점은 기억이다. 당시엔 이전 거품붕괴와 큰 시간 격차가 있었다.

이번엔 기억상실증 환자가 아니라면 모두 앞서의 거품붕괴를 기억한다. 바로 그런 점이 투자심리의 차이를 낳는다”고 메릴랜드대의 카먼 라인하트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상승장이 어느 정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그 기간은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 자금 회수속도, 중국의 금융 시스템 불안정 가능성, 미국 정부의 부채증가로 야기되는 외환위기 가능성(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같은 일부 전문가 예측) 등의 요소에 좌우될 듯하다.

최근 ‘8세기 동안의 금융실책(This Time Is Different: Eight Centuries of Financial Folly)’이라는 책을 펴낸 로고프와 라인하트는 그럴 경우 (오늘날의 스타인) 신흥시장이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거품과 관련해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격언이 한 가지 있다.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다는 점이다.

With JERRY GUO in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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