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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있다면 상반기 급매물 노려라

여유 있다면 상반기 급매물 노려라

남들처럼 해서는 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가을 성수기가 지나고 조정세에 들어선 지금이 내년의 좋은 매물을 내것으로 만들 좋은 기회다.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2010년 유망 지역과 투자 시 유의할 점을 물었다.

내년 집값은 상반기에 보합세를 유지하다 하반기에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올 9월부터 시장에 조정을 가져온 정부의 규제정책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이르면 1분기 이후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팀장은 유동성·저금리 장세가 내년에도 이어져 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전약후강’ 시장을 내다봤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서울 지역의 주택 공급 부족, 6·2 지방선거, 개발 호재 등 가격 상승 요인이 있고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10년 집값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줄 변수로 금리를 꼽았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매수 수요가 줄 것이지만 현재 가산금리가 높은 편이라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금리가 인상된 다음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시장이 약보합세를 띨 것”(양용화 외환은행 부동산팀장), “거래가 멈출 수도 있다”(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는 의견이 나왔다. 금리 외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지표로 실물경기 회복, 더블딥(이중 침체) 가능성, 강남·강북의 수급 차이, 인플레이션 등이 꼽혔다.

또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정치적 변수 역시 시장에 영향을 줄 요소로 지목됐다. 하반기로 갈수록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하지만 아직 상승·하락 요인이 시장에 모두 존재하고 있다.

이런 때 언제 집을 사야 할지, 어디에 사야 할지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시장을 좇아가려고만 하면 더 어려워진다. 내년에 이사 계획이 있다면 지금부터 유망한 지역을 점찍어 두고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최대 변수는 금리 인상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조정 국면에서 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며 “시기를 정확하게 맞힐 수는 없지만 남들과 같이 움직여서는 좋은 매물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명숙 팀장은 “내년 하반기에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어 자금 여력이 있다면 상반기 급매물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또 자금이 부족하다면 상반기 신규 분양을 노리라고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저점 매수를 기다리는 것은 하수(下手)들의 행동이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팀장은 “이사가고 싶은 지역을 정해놓고 수시로 저가 매물이 나왔는지 확인하고, 개인의 자금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선에서 소신껏 내집 마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분기 조정폭보다 2009년 상승폭이 더 크다”며 “최대한 저점에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이남수 팀장 역시 “현재 주택시장이 비수기이고 연초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에 매수 시점이 중요하다”며 “내년에 이사를 하려면 지금부터 관심 지역을 직접 방문해 주기적으로 가격 변동을 체크해서 급매물을 노리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주로 조정 시 적극적인 매수를 권했지만 신중을 기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이영진 소장은 “매매 수요자의 경우 내년 시장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가급적 경쟁력 있는 가격에 투자하고, 최소한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이나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어디가 유망한 투자 지역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지역으로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이촌동·압구정동·반포·여의도 등의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 마포구 상암동 아파트 단지, 서대문구 독립문 주변 지역, 마포구 공덕동 일대, 지하철 3호선 연장선·9호선 주변 등을 꼽았다.



강북에선 한남·서대문·상암동 유망

김규정 팀장은 “자금 여력이 큰 실수요자라면 강남권의 하향 조정된 매물을, 소액 실수요자라면 도심 업무지구 주변 역세권의 소형 주택, 교통 환경이 개선된 수도권 남부 지역의 급매물을 공략해 볼 만하다”고 알려줬다.

이영진 소장은 “보유 자금 규모에 관계없이 직장, 학군, 쾌적함, 편의시설, 개발 호재 등을 고루 갖춘 곳이어야 한다”면서 학군이 우수하고 공원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재건축 호재가 있는 강동구 명일동과 송파구 가락동, 송파동 일대를 꼽았다.

이 소장은 “특히 가락동, 송파동은 지하철 3호선 연장선 개통, 동남권 유통단지 및 법조타운 개발, 가락시영 재건축과 거여·마천 뉴타운 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 증가 등의 호재가 예상돼 투자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재건축 추진에 따른 기대감을 이유로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를 꼽은 안명숙 팀장은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하고 조합 설립 인가 후에 조합원의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파는 양도 금지 등의 규제를 잘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수 팀장은 “실수요자가 보유한 자산 규모와 선호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투자 가치를 생각하면 용산구 한남동 뉴타운과 마포구 상암동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뉴타운 최초로 공공관리자 시범지구로 지정된 한남동 뉴타운은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면 상승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김 팀장이 다음으로 꼽은 지역은 상암동 일대.

현재 제1상암 디지털미디어센터(DMC)가 모습을 갖춰가는 중이고 제2상암 DMC가 추진되고 있어 목동을 대체할 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다만 “두 지역 모두 투자 가치를 따지면 3년 정도 이후를 봐야 한다”며 “지금 당장의 상암동 교통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한남동 뉴타운의 지분 가치가 매우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투가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의점을 알려줬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서대문구 독립문 지역을 꼽는 전문가도 있었다. 박합수 팀장은 “이 일대는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데도 지금까지 저평가돼 왔다”며 마포구 공덕동 일대와 함께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답했다.



전세로 옮기려면 올겨울이 유리할 듯공덕동은 재개발, 지하철 개통, 민자역사 개발, 여의도 재건축 시 이전 수요 증가 등의 호재가 많아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투기 목적으로 본다면 이미 가격 수준이 한계점까지 와 있어 단지별로 가격 편차가 큰 132m²(40평)대를 잘 분석해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이제부터는 ‘실전’이다. 매매를 통해 내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의 경우 자본 여력에 맞게 투자해야 한다. 이사할 곳을 정한 다음 내년에 실제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금리가 오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너무 큰 시세차익을 바라면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전세로 집을 옮기려고 한다면 내년에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전반적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봄·가을 같은 성수기보다 한발 빨리 움직여야 저렴하게 매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 여럿 나왔다.

박합수 팀장은 “계약기간이 남았더라도 방학 전에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수 팀장은 “수도권 전세는 앞으로 2~3년 동안 강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판교 등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는 신도시나 택지 개발 지구, 대규모 뉴타운 지역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규정 팀장은 “보금자리주택, 위례 신도시 및 수도권 상한제 택지 분양물량이 2010년에도 꾸준히 공급되므로 청약통장이 있다면 기존주택 외에 신규분양도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영진 소장은 “가급적 개발 호재가 적어 이주 수요가 적은 지역이나 신규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집을 찾는 것이 낫다”며 “다만 전세가가 많이 빠진 지역은 입주 시 가격 부담은 덜하나 향후 전세가 상승으로 재계약 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입주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새로 전세 계약을 하게 되면 이사 비용 등 투자금액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사가기보다 재계약으로 머무르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양지영 팀장은 “현재 분위기는 지난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어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께에는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크지만, 금리 인상 등 외부적인 요인이 발생할 경우에는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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