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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의 첨병

온실가스 감축의 첨병

대구광역시 수성구 고산정수장에 건설 중인 수력발전소가 온실가스 감축 후보로 UN에 등록됐다. 12월 말 완공 예정으로 설비용량이 560㎾ 급인 소수력발전소(1만㎾ 이내)다. 이 발전소가 지난 11월 말 온실가스의 인위적 방출을 규제하기 위한 UN기후변화협약이 운영하는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 목록에 국내에서 35번째로 이름을 올렸다(전 세계에선 1937번째다).

이 발전소는 앞으로 두 가지 분야에서 수익을 내게 된다. 수력 발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전력거래소에 판매할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시설로 인정을 받아 UN에서 받은 탄소배출권을 내다팔 수 있기 때문이다. 수력 발전으로 얻는 탄소배출권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곳의 연간 예상발전량은 3600㎿h. 이를 수력이 아닌 석탄을 이용한 화력 발전으로 얻으려면 연간 1900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따라서 온실가스와 무관한 수력발전은 같은 양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게 되는 셈이다. UN이 이를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인정해 탄소배출권을 발전소의 운영주체에 지급한다.

운영주체는 이 탄소배출권을 국내외 구매자에게 판매해 이익을 얻게 된다. 연간 예상이익(배출권은 t당 13유로에 거래)은 대략 4200만~4300만원 정도가 예상된다. 고산정수장 소수력발전소는 한국수자원공사(이하 K-water)와 대구시의 합작품이다. 대구시는 시가 관리하는 고산정수장 부지를 제공하고, K-water는 그곳에 24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발전소를 세워 운영한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대구시와 K-water가 나누게 되고, K-water가 30년간 상업운전을 한 뒤 시설을 대구시에 기부채납 또는 재계약하게 된다. K-water는 앞으로도 이같이 소수력발전소 건설이 가능한 부지를 물색해 소관 지자체나 공공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탄소배출권 확보사업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러한 소수력 발전사업은 최근 들어 K-water가 각별하게 공을 들이는 ‘녹색사업’의 일환이다. CDM사업은 원래 UN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 채택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진 선진국(부속서1 국가)이 개발도상국(비부속서1 국가)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벌여 그 실적을 자국의 감축량으로 인정받는 걸 말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의무감축국이 아닌 개도국으로 분류되지만 개도국이 온실가스를 독자적으로 감축해도 실적을 인정받게 된다. 이렇게 한국이 UN기후변화협약에 시설을 등록한 건수가 35건에 이르며, 고산 정수장 소수력발전소는 가장 최근 사례에 해당된다. CDM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의 촉진 수단으로 시작됐다.

교토의정서는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기체(온실가스)로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등 6종을 지정했다. 온난화 기여도가 이산화탄소(55%), 메탄(15%) 순으로 높아 보통 탄산가스로 불린다. 지난 11월 한국 정부는 2020년까지 국내 온실 가스 배출전망치의 30%(2005년 대비 4% 감축)를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일본의 1990년 대비 25% 감축,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1990년 대비 40% 감축 목표에는 못 미치지만 국내 산업계는 경제활동 위축과 국제경쟁력 약화를 적잖이 우려하는 실정이다. 현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선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의 새로운 틀을 짜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1997년 합의한 교토의정서는 2012년 만료된다).

한국도 2013년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에선 의무감축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어쨌거나 한국에서도 환경오염과 온실가스 발생에 대한 조세부담과 사업장 단위의 온실가스 총량 규제를 뜻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정부나 기업, 국민이 생활 전반에서 온실가스 줄이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시대 상황을 맞아 K-water는 올해 1월 조직개편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담당하는 ‘에너지사업처’를 ‘녹색사업처’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가져올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신호탄이었다.

김건호 사장은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녹색에너지 개발, CDM사업, 탄소배출권 거래 등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성과를 창출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조직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다목적댐과 운하시설을 건설, 관리하고 광역상수도를 운용하는 K-water는 실제로 온실가스 줄이기 사업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수자원과 수력발전 운영 관리의 전문 역량과 함께, 물과 관련한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줄일 기술적인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 이용 보급 촉진법’ 제 2조에 보면 태양, 바이오, 풍력, 수력, 연료 전지, 석탄액화가스, 해양, 폐기물, 지열, 수소 그리고 석유·석탄·원자력 또는 천연가스가 아닌 에너지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부른다.) 시설 운용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거나, 설비의 현대화를 통해 에너지를 아끼기만 해도 온실가스 감축에 해당한다.

K-water는 올해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관련해 단체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받을 만큼 다양한 설비를 갖췄다. 올 6월 현재 총 10곳의 대수력발전소(총 설비용량 100만600㎾)와 총 20곳의 소수력발전소(1만6603㎾)를 가동한다. 개발이 완료되거나 가동 중인 태양광 설비도 총 7곳(571㎾)이나 된다.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로 주목 받는 시화조력발전소(254㎿)가 2010년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며, 시화방아머리 풍력발전소(3000㎾)도 건설에 착수했다. 이렇게 귀에 익은 발전설비 말고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는 방안이 또 있다. 바로 수온차를 이용한 냉난방 설비다.

K-water는 대청댐, 주암댐, 수공 충청지역본부 등 4곳에 설비용량이 130RT(냉동톤: 냉난방기기 용량표시 단위로 1RT는 섭씨 0도 물 1t을 24시간 동안 0도 얼음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열량)에 이르는 수온차 이용 냉난방 설비를 갖췄다. 예컨대 충북 청주정수장에 자리한 K-water 충청지역본부를 보자.

이곳에선 청주, 충주, 보령, 아산, 천안의 상수도원을 통합 관리하는 ‘충청권 녹색수도 통합 운영센터’가 가동되고 있다. 대형아파트 3채와 맞먹는 560㎡ 넓이의 이 센터엔 전기를 먹는 온풍기나 난방기가 없다. 센터에 설치된 ‘수온차 냉난방 설비’가 실내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준다.

광역상수도 도수관로 안의 수온은 여름철엔 대기보다 차고, 겨울철에는 따듯하다. 충청지역본부는 대청댐에서 청주정수장 도수관으로 보내온 물의 일부를 ‘수온차 냉난방 설비’로 보내 열교환기를 통해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뽑아 쓴다. “수온차 냉난방은 기존 냉난방시설에 비해 에너지효율을 최대 40%까지 높일 수 있다”고 오상현 충청지역본부 통합운영팀장이 말했다.

서울 잠실에 들어설 제2롯데월드도 총 냉난방 용량의 약 10%를 K-water에서 제공하는 수온차 냉난방 시스템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서울 도심에 깔린 광역상수도 도수관에서 물을 끌어다 열원을 생산한다. 총 84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1년까지 공사를 마치고 2012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K-water는 제2 롯데월드에서 연간 7억원의 냉난방 비용과 약 3000t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보리라고 내다본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은 무엇보다 탄산가스 발생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앞서 소개한 CDM사업 대상이 되면 온실가스 감축분만큼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아 국내외에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를 줄인다고 모든 설비가 CDM사업 대상이 되진 않는다. CDM이란 개념은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를 전후로 생긴 것으로 80~90년대에 건설된 발전소는 이 사업과 무관하게 들어섰다. 그래서 CDM사업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또 CDM 사업은 일반 투자사업과 달리 그 자체로는 경제성이 없어야 한다. 즉 사업으로 얻는 이득이 소요 비용보다 작아야 한다. 그래서 상업적으로는 추진이 불가능하지만 UN이 탄소배출권을 덧붙여줌으로써 상업성이 확보되는 사업이다. 시화조력발전소나 시화풍력발전소는 편익 대비 비용(B/C)이 1을 밑돌아 그 차액은 정부가 보조해야 할 처지다.

이 때문에 시화조력 및 풍력 발전소는 2006년과 2008년 각각 UN기후변화협약의 사무국으로부터 CDM사업 지정을 받아 등록이 가능했다. 국내에서는 2005년 초 민간기업인 ‘후성’이 울산화학의 수소불화탄소(HFC) 열분해 처리사업을 등록한 게 효시다. 그 이후 CDM사업 등록은 총 35건에 이른다.

당시 후성이 탄소배출권과 연계된 CDM사업에 나서자, K-water도 곧바로 CDM사업 추진계획을 세우고 전사적인 대응체제를 마련했다. “부사장이 CDM사업추진위원장을 맡았을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였다”고 K-water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K-water는 이듬해인 2006년 6월 시화조력발전소를 시작으로 최근 고산정수장 소수력발전소에 이르기까지 모두 5건의 CDM사업을 등록했다. 국내 공기업 가운데 첫 번째 등록업체일 뿐 아니라 민·관을 통틀어 가장 많은 등록 건수를 보유했다. 한국에서는 웬만한 장소에는 대수력발전소(설비용량 1만㎾ 초과)가 거의 다 들어섰다.

소수력 발전이 최근 주목을 끄는 이유다. K-water는 자체 관리하는 수자원과 수도시설의 효용을 극대화할 목표로 2017년까지 총 51개소에 소수력 발전설비(총 설비용량 7만5513㎾)를 갖출 계획이다. 수온차냉난방 설비용량도 2018년까지 1만1850RT까지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수력과 풍력 발전 설비는 CDM사업 등록을 전제로 추진한다”고 K-water의 변일환 녹색사업처장이 말했다. 그런 이유로 향후 지자체와 공공기관과의 협력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예전엔 소수력 발전사업은 법적인 이유로 K-water 사업장 내에서만 진행돼 왔다. 한국수자원공사법이 K-water의 사업 범위를 공사가 관리하는 댐이나 정수장 등 사업장내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막고자 대상을 비교적 엄격하게 제한했다. 하지만 대구 고산정수장 소수력 발전의 예에서 보듯이 앞으로는 그 범위가 사업장 밖으로 넓혀졌다. “다른 기관의 부지에 소수력 발전설비를 건립한 사례는 대구 고산정수장 소수력 발전이 처음”이라고 홍정조 CDM사업 팀장이 전했다.

지난 3월 수자원공사법이 손질되면서 ‘수자원개발시설 및 수도시설과 부지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설비의 설치 및 운영·관리’ 규정이 신설된 덕분이다. 고산정수장의 경우 K-water가 관리하는 청도 운문댐에서 보내는 도수관이 대구 고산 정수장으로 연결된다.

비록 정수장 부지는 대구시 소유지만 도수관은 K-water가 관리했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를 설치할 여지가 열렸다. “향후 경주시 등과도 협력 사업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홍정조 팀장이 말했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주로 발전 설비를 통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기술 개발도 감축을 위한 큰 축을 이루게 될 듯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소수력 발전설비 성능시험에 대한 기술 기준 및 설비가 전무한 실정이다. 그래서 소수력 발전설비의 신뢰성에 의구심이 일기도 한다. K-water는 지난 4월부터 소수력 발전설비 성능시험 기술 기준과 시험 절차를 수립하는 작업에 나섰다. 설비 성능시험센터도 세울 계획이다.

발전설비의 효율화는 곧 에너지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K-water 산하 녹색기술연구소 김상균 소장은 “시설개선을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연간 15억원의 발전 수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K-water에서 에너지 과소비형 설비는 대부분 산하 수도사업장들이 차지하고 있다.

가정 및 생산 설비의 용수 수요량을 과학적으로 예측함으로써 각 사업장에 펌프운전계획을 세워 전력소비량을 최소화하는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K-water는 신・재생에너지 중장기 개발 계획에 2010년 1068억원, 2011년 598억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5조3800억원을 쏟아 붓는다.

이를 바탕으로 CDM사업 등 녹색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자면 여러 가지 국책사업으로 야기되는 재정적 피로감을 해소하는 일이 선결 과제라고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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