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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날리는 Korean Shot

세계로 날리는 Korean Shot



아래 간단한 문제에 답해 보시길….

Q
한국은 IT 강국인가?



A
한국은 IT 소비 강국에 가깝다.

위 문제와 답에서 IT를 골프로 바꿔도 똑같은 문답이 된다.



Q
한국은 골프 강국인가?



A
한국은 골프 소비 강국에 가깝다.

아시아인 최초로 PGA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양용은, LPGA 투어에서 신인왕·상금왕·다승왕(공동)을 동시에 거머쥔 신지애. 이들뿐 아니라 한국은 세계적인 골퍼가 즐비한 ‘골프선수 강국’이다. 특히 LPGA 대회가 열릴 때마다 톱 10에 한국 선수가 대여섯 명씩 들곤 한다. 골프용품 시장의 사정은 전혀 딴판이다.

국내 골프용품 시장은 외국 브랜드가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복잡하고 불투명한 유통구조 탓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연간 2조원대로 추정되는 시장에서 국내 기업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 골프산업을 한국이 먹여살린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E2, 볼빅 등 토종 업체가 있긴 하지만 국내시장에서조차 명함도 못 내미는 실정이다.

품질은 큰 차이가 없다고들 하지만 브랜드 파워나 신뢰도 등에선 하늘과 땅 차이다. 국내 골퍼들의 외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그러니 세계시장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골프대회에서는 챔피언을 배출하고 중심에 서 있지만 골프용품은 여전히 변방에 머물고 있는 게 우리 골프업계의 현실이다.

박세리 선수는 “세계를 대표하는 토종 선수는 있는데 세계를 대표하는 토종 골프 기업은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앞세워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있는 기업이 있다. 국내 스크린 골프 붐을 해외에서도 이어가려는 골프존, 골프용 GPS 거리측정기 ‘골프 버디’로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데카시스템, PGA 투어 프로도 선호하는 샤프트를 만드는 MFS골프가 주인공이다.

현재 이들이 수출하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수출 사례가 한국 브랜드를 재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스크린 골프 1위 업체인 골프존은 지난해 1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가까워 스크린 골프 인기가 시들해질 것이란 예상을 비웃듯 2008년보다 45%나 성장했다. 시뮬레이션 골프 기술은 타구 분석용으로 미국에서 개발됐다. 그러나 라운드용으로 바꾸고 적용시킨 건 골프존이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이벤트는 물론 웹 기반의 실시간 네트워크 서비스로 자신의 스코어와 퍼팅 수, 그린 적중률, 페어웨이 적중률 등을 프로 골퍼처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골프존이 독보적이다. 국내시장 점유율 80%를 넘나드는 이 회사의 김영찬 사장은 “2002년에 골프의 파생상품으로 출발했지만 이제 골프의 새로운 재밋거리(New Fun)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런 점에서 골프장 그린피가 싸고 접근성이 좋은 미국 등에서도 스크린 골프가 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시간과 비용 등의 문제로 골프장에 자주 갈 수 없는 골퍼를 위한 보완재로 출발했지만 이제 대체재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물론 골프 왕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하이테크 종주국인 일본 등에서도 골프존을 필두로 한국 스크린 골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의 CNN이 한국의 스크린 골프 열풍과 골프존을 취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김 사장은 스크린 골프가 골프존의 발전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작으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골프존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5%가량이었지만 올해는 20%선으로 끌어올릴 작정이다. 장기적으로 국내와 해외 비중을 5대5로 맞출 계획이다. 해외시장에서 경쟁 업체는 미국의 풀스윙과 어바웃골프 정도다. 골프존 시스템과 가격은 비슷하다. 지난해 골프존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약 60%였다. 올해는 65%가 목표다.

이 회사는 현재 세계 3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일단 일본·홍콩·대만을 1단계 공략 시장으로 잡고 있다. 골프존은 2008년 10월 홍콩에, 2009년 5월 일본에 법인을 세웠다. 올해는 중국 법인도 만들 예정이다. 김 사장이 올 들어 열흘 넘게 중국을 거쳐 홍콩과 대만을 다녀온 것도 이들 시장의 진출 전략을 다듬기 위해서였다.

5년 후쯤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는 중국 시장은 2단계 공략 대상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중국 고객 가운데 조선족 비율이 90%를 넘었지만 지금은 한족의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어 사업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김 사장은 현지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골프바, 중국에서는 골프방 등으로 나라마다 특색 있게 공략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가라오케와 다트바 같은 열린 공간에서 여가를 즐기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PGA나 LPGA 투어를 능가하는 ‘스크린 투어’도 구상하고 있다. 방송 중계료 등으로 거액의 상금을 걸면 유명 선수가 몰릴 것으로 본다.

그렇게 대회를 열다 보면 세계 구석구석에 스크린 골프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 1번 홀에서 티샷을 날렸을 뿐이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그의 2010년은 누구보다 바쁘다.

허원영 데카시스템 대표



본고장에서도 Nice Buddy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 3층에서 열린 2009년 무역의 날 기념식. 100억불 수출탑에 빛나는 대기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1000만불 수출탑을 받은 벤처기업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골프용 GPS 거리측정기 ‘골프 버디’를 만드는 데카시스템이었다. 이 회사는 2009년 무역의 날 수상 기준인 2008년 7월부터 2009년 6월 말까지 1500만 달러에 이르는 물량을 수출했다.

미국과 유럽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30억원 가운데 수출과 현지 판매액이 200억원이었다. 특히 지난해 미국 골프용품 시장 사정이 여의치 않았지만 이 회사는 2008년보다 배나 많은 1800만 달러어치를 팔았다. 올해는 매출 목표 400억원 중 340억원을 해외에서 번다는 계획이다.

롯데월드에서 인사·노무관리를 담당하다 개인사업을 하던 허원영 대표는 15년 전 사회에서 만나 친해진 후배 정승욱(현재 데카시스템 미국법인 대표)씨와 2005년 손을 잡았다. 벤처사업을 하던 정 대표는 2004년 골프용 GPS 거리측정기 첫 제품을 만들었다. 2005년 어느 날 정 대표가 허 대표에게 한번 써보라고 제품을 가져왔다.

허 대표는 시험 삼아 골프장에 가서 써봤는데 ‘바로 이거다’ 싶어 당장 사업을 같이하자고 제안했다. 허 대표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걸었다. 국내와 달리 캐디가 없는 미국·유럽 등이 공략하기 쉬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국내에서도 골프 버디가 있는 사람만 참가할 수 있는 골프 대회를 여는 등의 노력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성장이 더뎠다.

골프 전시회나 용품 쇼마다 쫓아다녔지만 해외에서도 고전했다. 그러던 2007년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거리 측정기 사용을 로컬 룰로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몰, 베스트 바이 등 대형 양판점, 에드윈왓츠를 비롯한 골프숍 대형 체인점 등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골프 버디는 현재 미국·캐나다·영국·독일·스페인 등에서 팔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을 집중 공략했지만 올해는 유럽 쪽 마케팅을 강화하고, 중국과 호주 시장에도 뛰어든다. 골프 버디에는 현재 국내외 2만8000여 골프장 정보가 담겨 있다. 직원들이 직접 골프장을 돌아다니며 실측한 정보가 대부분이라 오차가 3야드 이내다.

코스 정보를 축적하는 데만 200억원 가까이 들었지만 발로 뛰어 만든 데이터라 짝퉁이 발 붙일 수 없다. 골프용 GPS 거리측정기 시장은 현재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미국의 GPS 전문회사인 가민(Garmin)과 세계적인 골프용품 기업인 캘러웨이골프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장 규모를 정확히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전망이 밝다는 방증이다.

전재홍 MFS골프 사장



필 미켈슨도 OZIK에 반하다
지난해 6월 미국 뉴욕주에서 열린 US오픈대회에서 미국의 루커스 글로버 선수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 장면을 보면서 당사자 못지않게 기뻐한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골프용품 업체인 MFS골프의 전재홍 사장이었다. 그럴 만했다. 루커스 글로버가 MFS골프의 샤프트 브랜드인 ‘매트릭스 오직(MATRIX OZIK)’이 선명하게 새겨진 클럽으로 우승했기 때문이다.

골프 클럽은 공과 접촉하는 부분인 헤드와 샤프트로 구성된다. 공과 클럽이 만나는 헤드도 중요하지만 샤프트가 몸에 맞지 않으면 골퍼의 파워를 헤드로 적절히 전달할 수 없다. 그래서 샤프트는 클럽의 엔진 또는 클럽의 척추로도 불린다. 실력이 뛰어난 골퍼일수록 샤프트와의 궁합이나 기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전 사장은 샤프트 하나만은 최고로 만든다는 뜻에서 ‘오직(OZIK)’이란 우리말로 샤프트 브랜드를 만들었다. 최경주가 쓰면서 PGA 선수들에게도 널리 퍼진 이 회사의 첫 히트작인 MFS샤프트의 후속 모델이다. 2002년 최경주가 오렌지색 MFS샤프트로 3회 연속 톱10에 진입하자 쟁쟁한 PGA 선수들도 한번 써보고 싶다고 몰려왔다.

그러나 ‘최경주=오렌지 샤프트’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다른 선수들이 “내가 왜 최경주를 홍보해줘야 하느냐”며 쓰기를 꺼렸다. 결국 17명까지 늘었던 MFS샤프트 사용 선수가 3명으로 줄기도 했다. 그 후 전 사장은 3년여 동안 MIT와 UC버클리대 연구진 등과 매달려 2006년 매트릭스 오직 샤프트를 내놨다.

SK케미칼과 영국 지맷 등에서 공급받은 최고급 재료로 만든 데다 레이더 구질 측정기를 통해 공의 방향성과 비거리 등을 향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자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찰스하웰 3세가 오직 샤프트를 장착해 우승하면서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 루커스 글로버, 최경주, 앤서니 김, 찰스하웰 3세, 필 미켈슨 등을 비롯한 40여 명의 PGA 선수가 이 샤프트를 쓰고 있다.

이듬해인 2008년부터는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타이틀리스트, 아담스 등도 매트릭스 오직 샤프트를 썼다. 덕분에 대부분의 매출을 수출로 올리는 이 회사는 2008년 2300만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미국 경기가 식으면서 주문 취소가 늘어 1800만 달러밖에 벌지 못했지만 샤프트 시장에서 일본 미쓰비시와 3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올해는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매출액을 2500만 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내수시장에선 국산 제품이 여전히 찬밥 신세라 안타깝다”고 말하는 그는 해외시장에서 먼저 승부를 낸다는 각오다. 해외에서 명품으로 자리매김하면 역으로 국내에서도 잘 팔릴 것이란 생각이다. 올해는 골프클럽뿐만 아니라 골프백과 장갑 등을 앞세워 중국과 대만,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9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법인을 세워 해외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한 그는 98년 국내 법인에 이어 2001년 중국에도 현지 법인을 만들었다. 1993년 친구 3명과 유통회사를 설립해 골프업계에 뛰어든 전 사장은 샤프트와 맞춤클럽 제조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세계 유수의 골프 브랜드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넘어 1위에 오르겠다는 그의 야심이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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