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돼야 ‘경제축구’ 하프라인 넘는다
16강 돼야 ‘경제축구’ 하프라인 넘는다
바야흐로 월드컵의 계절. 축구 전쟁이 시작된다. 태극전사는 원정 첫 16강 진출을 노린다. 이들의 승전보는 한국을 명실상부한 축구 강국의 반열에 올라서게 할 것이다. 축구뿐이랴. 대한민국 브랜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된다. 스포츠는 국가 브랜드 향상에 도움을 준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거둔 종합 5위의 성과를 경제성적표로 환산하면 20조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2009~2010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2차전)에서 이탈리아 명문 AC밀란을 상대로 골을 기록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한국 브랜드 가치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어떨까.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면 대한민국 브랜드가 덩달아 향상될까.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 수석연구원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우리가 16강에 올라도 경제적 파급효과는 의외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성적표 마지노선 ‘16강’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한국 입장에서 16강 진출이 쾌거일 수 있지만 세계적으론 그렇지 않다. 축구 강국에 월드컵 예선전은 몸 풀기에 불과하다. 한국이 아시안 게임 예선전을 쉽게 통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월드컵 16강 진출을 올림픽 메달 획득에 비교해선 곤란하다는 게 이동훈 연구원의 설명.
이 연구원은 예선 한 경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를 1억5300만원으로 분석했다. 우선 전제는 한국 경기가 방송되는 90분이 국가 브랜드가 홍보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홍보 효과는 사후적으로도 측정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대개 홍보 효과와 비례하는 수치를 잡는다.
그 수치로는 주최 측이 받는 중계권료가 쓰인다. FIFA에 지급한 중계권료 760억원을 경기 개최일로 나누고 다시 1분으로 쪼갠 뒤 축구 경기시간 90분을 곱하면 1억5300만원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이 예선 3경기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는 4억5900만원으로 계산된다.
16강 이후부턴 월드컵 경제성적표가 달라진다. 16강은 단판 승부. 떨어지면 집에 가야 한다. 16강 진출국의 국민이라면 경기 결과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태극전사가 선전하면 그만큼 국가 브랜드가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원은 한국이 16강전을 치를 경우 63억원에 달하는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선 한 경기보다 42배 큰 금액이다. 여기에도 역시 FIFA의 중계권료를 활용했다. 다만 예선전엔 국내 중계권료를, 16강 이후엔 전 세계 중계권료(3조105억원)를 적용했다. 예선전을 국내 잔치로, 16강 이후를 글로벌 축제로 판단한 것이다.
국민 사기진작 효과 3조6434억원
4강은 2.9%, 결승은 0.7%, 우승 확률은 0.2%에 불과하다. 8강에 오를 확률이 16강보다 2.9배 적고, 4강 확률은 8강과 비교했을 때 3.3배 어렵다. 이동훈 연구원은 이 확률을 ‘한국 프리미엄’으로 해석했다.
8강 확률이 16강보다 2.9배 어려움에도 8강에 진출하면 경제적 파급 효과는 2.9배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결과 한국이 8강전을 치르면 183억원, 4강은 604억원, 결승은 2476억원에 이르는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를 낸다.
태극전사가 월드컵 결승까지 올라 우승하면 한국 홍보 효과는 1조1996억원에 달한다. 이런 국가 홍보 효과로 대한민국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면 기업 이미지가 개선되고 매출이 증가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인지도를 1%포인트 높이기 위해선 600억원이 필요하다. 태극전사가 연일 선전해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국내 글로벌 기업 14곳(미 포춘 500대 기업 기준·2009)은 1곳당 600억원의 홍보 효과가 발생하고 총 8400억원에 이르는 기업 이미지가 제고된다.
이에 따라 연간 14조8000억원 규모의 내수·수출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게다가 월드컵 중계를 보면서 국민이 느낀 즐거움을 기회비용으로 간주하면 3조6434억원의 사기진작 효과도 꾀할 수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20조4803억원. 한국이 월드컵에서 기적같이 우승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파급 효과다. 쏘나타(배기량 2400cc) 84만 대,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65척의 수출금액과 맞먹는다. 태극전사가 16강을 넘어 8강·4강·결승으로 진군할수록 국내 경제는 함박웃음을 짓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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