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프리미엄은 있지만
보금자리, 프리미엄은 있지만
수도권 2차 보금자리주택의 입지가 서울 서초구 내곡, 강남구 세곡2, 경기도 부천 옥길, 시흥 은계, 구리 갈매, 남양주 진건 등 6곳으로 결정됐다.
이들 지역에 지어지는 5만7323가구 가운데 4만1367가구(72%)가 보금자리주택으로 건설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보금자리주택 공급은 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주거·교통 환경이 양호한 지역에 주변 시세에 비해 30% 이상 낮은 분양가를 적용함으로써 주택가격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차원이다. 정부는 무주택 서민을 위해 2018년까지 보금자리주택 150만 호를 직접 건설해 공급할 계획이다. 수도권 100만 호, 지방 50만 호를 지어 국토 균형발전과 적절한 주택 공급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공급 물량 초과 달성국토해양부는 올해 보금자리주택 공급 물량이 사업승인(건축 허가) 기준 14만5974호로 계획(14만 호)을 초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 전체 공급량의 70.8%인 10만3328호가 공급됐고, 비수도권 지역에서 29.2%인 4만2646호가 공급됐다. 추가적으로 올해에는 보금자리주택 18만 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수도권 14만 호(보금자리주택지구 8만 호, 신도시·도심 등 6만 호), 비수도권 지역 4만 호 수준이 공급될 전망이다. 이미 올해 3월 위례 신도시 청약 사전예약을 통해 2350호를 분양한 바 있다. 특히 세 자녀 특별 공급의 경우 최고 77.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위례 신도시의 전체 경쟁률은 14.8대 1로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청약 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서울 강남 세곡(12.8대 1), 서초 우면(11.2대 1)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부 계획대로 2018년까지 수도권 100만 호 공급이 현실화되면 기대 이상으로 일반 서민의 주거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동안 성역과도 같았던 수도권 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수용함으로써 토지 원가 부담을 떨쳐냈고 10년 이상 보유, 5년 이상 실거주라는 강력한 전매 제한 규제를 통해 투기 수요 차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면 보금자리주택을 통해 주(住)테크가 가능할까? 보금자리주택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낮은 분양가에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 공급을 대표하는 강남구 세곡지구와 서초구 우면·내곡지구는 시세 대비 40% 이상 저렴한 분양가 때문에 무주택 서민 입장에서는 낮은 매매가를 통해 강남 지역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보금자리주택=로또’는 맞는 말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쉽게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 이유를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단지 내 평형 구성에 있어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쉽게 말해 주로 20∼30평형대 아파트로만 구성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가격은 단지 내 중대형 평형대의 구성 비율과 거래 금액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비록 보금자리주택 단지가 대규모로 건설된다 하더라도 일반 서민 주거단지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렵고,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입주민들로 구성될 경우 단순히 ‘강남 지역’이라는 특성만으로는 집값 상승의 한계점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에 인기 끌 수도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자. 베이비붐 세대 격인 1955년생의 은퇴가 올해 시작된다. 실제 베이비붐 세대로 인정되는 58년생의 은퇴는 3년 뒤 본격 시작된다. 3년 뒤는 보금자리주택 입주가 시작되는 시점과 일치한다. 보금자리주택이 노후 자금이 충분치 않은 베이비 부머에게 가장 적합한 주거 단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10년 이내 주택매매가 제한되고, 5년 이상 실거주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전매 제한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단기 차익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곤란하다는 점이다. 물론 정당한 사유에 따라 LH공사를 통해 매각할 수 있지만 가격 상승분은 고작 정기예금 금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만약 정부가 계획한 대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이뤄지고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고 가정할 경우 10년 이후 수도권 내 주택 보급률은 선진국 수준(116∼118%)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주택 물량이 충분해지면 그만큼 가격 하향 안정세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특히 향후 주택 시장이 투자해서 오를 수 있는 주택과 주거 개념의 주택으로 양분될 경우 보금자리주택은 후자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최근 주택 시장에서 서울을 제외하고 수도권 내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 분양가의 메리트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완전한 주거 단지를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통·교육·상업·편의시설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충분치 않은 예산과 지역 내 마찰로 공사에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의 98%가량이 그린벨트 내에서 개발되기 때문에 기존 기반시설이 매우 미흡하다.
아파트 건설과 동시에 기반시설을 갖추면 되겠지만 기반시설을 갖추기 위한 공사비용은 아파트 분양과 별개 문제다. 일례로 경기도 판교 분양 이후 2009년 입주 때 나타난 가장 큰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학교·교통 시설이었다.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보금자리주택 지구가 수도권 전역에 퍼져 있기 때문에 동시다발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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