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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콘텐트 대기업보다 낫다

잘 키운 콘텐트 대기업보다 낫다

‘콘텐트가 없다’. 속 빈 아이템을 두고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콘텐트는 21세기 산업의 핵심이다. 콘텐트 없는 이야기는 읽히지 않고 콘텐트 없는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

돈도, 지원도 부족한 1인 기업이 의외의 대박을 터뜨리는 것은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잡아낸 콘텐트 덕분이다.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경기DCA) 권택민(51) 원장은 콘텐트 전도사다.

약육강식이 판치는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트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래서 권 원장은 아이디어는 많지만 자금이 달려 전전긍긍하는 콘텐트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잘 키운 콘텐트 기업 하나가 열 대기업보다 낫다’는 것이다. 지난 4월 27일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경기DCA 원장실에서 권 원장을 만났다.



>> 콘텐트를 강조하는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산업은 콘텐트라는 가치사슬로 묶여 있다. 그래서 콘텐트 없는 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더구나 요즘 콘텐트는 상호 연결되는 게 특징이다.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콘텐트 산업은 쇠락할 수밖에 없다.”



>> 콘텐트가 상호 연결됐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21세기 산업은 디지털화하고 있지 않은가. 한 산업의 콘텐트는 자연스럽게 다른 산업의 콘텐트에 영향을 미친다. 핵심 콘텐트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이다.”

경기도는 콘텐트 산업의 메카다. 국내 콘텐트 산업 매출의 22%를 여기서 올린다. 경기도에 둥지를 튼 콘텐트 기업 수는 800곳에 육박하고 종사자는 2만 명을 훌쩍 넘는다. 콘텐트 기업이란 애니메이션·출판·에듀·영화 등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콘텐트 산업을 영위하는 곳이다.

경기DCA는 이런 콘텐트 기업을 전문 육성한다. 콘텐트 유통을 활성화할 뿐 아니라 현장 중심의 전문 인력도 키운다. 현재 콘텐트 기업 39곳을 지원한다. 경기DCA의 콘텐트 기업 육성 전략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집적화다.



>> 콘텐트 기업을 모으는 이유는 뭔가.“애니메이션·영상·게임 등 콘텐트 산업을 집적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콘텐트의 유통이 활성화할 것이다. 전문 인력 수급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가령 판교엔 게임기업 클러스터, 고양에는 방송영상 산업이 집적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특히 경기도는 콘텐트 기업을 모을 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경기도의 육성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최근 문화콘텐트 산업 진흥 조례를 제정하고 도내에 콘텐트 진흥과를 신설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가깝다는 것도 경기도의 강점이다.”



콘텐트 기업 모아야 산다



>> 경기DCA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콘텐트는 뭔가?
“콘텐트의 원 소스 멀티 유스를 추구한다. 기기와 장르를 넘는 콘텐트 말이다.”



>> 지원 시스템이 다양해야 할 듯한데.“그렇다. 일단 경기DCA에 입주하는 기업을 지원한다. 임대료와 관리비가 저렴한 것은 굳이 말할 필요 없겠다. 중요한 것은 첨단 공용장비를 지원하고 피트니스센터·세미나실 등 편의시설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중소 콘텐트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을 경기DCA가 조성해준다는 뜻이다. 여기에 온·오프라인 홍보를 지원하고 정보시스템을 운영해 내부 업무의 생산성이 향상되도록 돕는다.”



>> 아이디어 담보 보증제가 눈길을 끈다.“경기도에 있는 콘텐트 기업 10곳 중 7곳의 매출은 10억원 미만이다. 자금이 필요해도 빌릴 데가 마땅치 않다. 아이디어 담보 보증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했다.”

아이디어 담보 보증제는 아이디어와 시장성만으로 콘텐트 기업의 대출을 보증하는 것이다. 전국 최초다. 기업당 최고 5억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고, 총 규모는 500억원이다.

기업평가와 신용보증 발급은 경기신용보증재단이 맡는다. 하지만 이런 지원책에도 소외 받는 제2, 제3의 영세기업이 있을 수 있다. 개인 개발자도 소외되기 십상이다. 이를테면 지원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 경기DCA의 지원을 받는 콘텐트 기업 외 다른 영세기업을 지원하는 대책은 있나.“올 상반기 개소를 앞둔 경기두드림센터는 소외기업 지원이 목적이다. 두드림센터는 영세 콘텐트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및 국내외 마케팅을 돕는다. 기업 애로사항을 처리하고, 인력채용 정보를 제공한다. 1인 창조기업 등 창업 컨설팅도 지원할 예정이다. 센터의 명칭인 ‘두드림’은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문을 두드리면 돕겠다는 의미다. 콘텐트 기업의 꿈의 실현을 도와주는 ‘do dream’이라는 뜻도 있다.”

경기DCA의 지원책은 허울 좋은 구호가 아니다. 성과가 제법 알차다. 이들이 지원하는 콘텐트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23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7% 성장했다. 수출액은 2008년 219억원에서 2009년 260억원으로 18.7% 커졌다. 더 괄목할 만한 성과는 고용창출이다. 콘텐트 기업의 종사자 수는 2008년 984명에서 2009년 1084명으로 100명 늘었다.



>> 콘텐트 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것 같다.“그렇다. 콘텐트 기업의 고용 유발계수는 10억원당 15.9명이다. 통신업(6.9명), 제조업(9.4명)보다 크다. 콘텐트 기업은 아이디어와 인적자원이 핵심 생산요소다. 창의성·감성·재능이 중시된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요즘 젊은이에게 콘텐트 기업은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콘텐트 기업 지원 위해 펀드 조성



>> 콘텐트 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도 있지 않은가.
“경기도 내 콘텐트학과 졸업예정자,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취업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1300명의 콘텐트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 인재 양성보다 중요한 것은 취업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경기DCA 인재양성 전략의 전제는 현장 수요다. 비록 수는 적을지 몰라도 현장에 맞는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 중요한 것은 자금으로 보이는데.“그렇다. 영세한 콘텐트 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다. 2008년 mvp창투와 보스톤 창투에서 427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올 6월엔 200억원에 이르는 영상 전문펀드가 조성된다.”

경기DCA는 올해 많은 성과를 올렸다. 만화·애니메이션의 제작 지원을 통해 산업 기반을 조성했다. 게임상용화 지원센터도 열었다. 올해 콘텐트 게임기업 2곳을 선정해 250명의 고용을 지원했다. 차세대 콘텐트를 선도하는 1인 창조기업 22곳도 아울러 지원했다. 그럼에도 권 원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기능성 게임을 개발·육성해 경기도를 기능성 게임의 메카로 육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해 만화·게임 등 콘텐트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도 그의 꿈이다. 권 원장은 “자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에도 자신감이 가득했다. “콘텐트 기업을 키우고 싶다면… 경기도로 오십시오.” 권 원장의 마지막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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