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론’의 푸대접
영화 ‘트론’의 푸대접
최근 ‘트론’을 봤는가? 1억 7000만 달러를 들여 찍었다는 최신작 ‘트론: 새로운 시작’ 말고 디즈니의 1982년 영화 말이다. 아이튠스에도, 보더스(대형 체인 서점)에도, 디즈니 스토어에도 없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 e베이에서 200달러에 팔린다. 넷플릭스(영화를 DVD 대여나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업체)의 대변인은 “재고가 없다”고 말했다(아주 드문 일이다).
디즈니는 흥행에 성공한 옛 영화가 있으면 늘 농간을 부린다. 공급을 최대한 억제해 수요가 폭발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대형 속편이 나오기 직전에 원작을 두고 벌이는 숨바꼭질은 정신 나간 전략처럼 보인다. 물론 28년 전에 나온 원작의 특수효과가 너무도 케케묵어 속편의 가장 중요한 공략 대상층인 십대들의 외면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는 이해가 간다. 디즈니는 원작 ‘트론’의 새로운 DVD가 2011년이 돼야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그 영화의 감독인 스티븐 리스버거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리스버거에겐 금시초문이다. “내 생각이 아니다. 그들은 트론의 새 영화를 독립적인 영화로 본다. 그래야 새 영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트론’이 불쌍할 따름이다. 그 영화는 언제나 디즈니 마술 왕국의 의붓자식이었다. 1969년 폴크스바겐의 비틀을 스타로 만든 영화 ‘허비, 러브 버그(Herbie, the Love Bug)’만한 대접도 받지 못했다. ‘트론’은 평은 좋았지만 흥행 수입을 3300만 달러밖에 올리지 못했다. 컴퓨터로 빨려 들어가는 유능한 해커(제프 브리지스가 연기했다)의 이야기인 ‘트론’은 그 영화를 우상으로 떠받드는 컴퓨터광들이 아니었다면 오래전에 잊혀졌을지 모른다. 그 영화는 CGI(컴퓨터 생성 이미지) 기술을 이용한 첫 영화였다. ‘매트릭스’만한 인기를 누리진 못했지만 그 영화의 초석이 됐다. 그런데도 2002년 출시된 DVD판은 홈엔터테인먼트 전문 리서치 기관 닐슨 비디오스캔에 따르면 그 해의 DVD 판매 순위가 겨우 272위였다.
그렇다면 디즈니가 왜 그 속편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자회사 픽사를 제외한 영화 부문이 죽을 쑤면서 디즈니는 “재시동!”을 외쳤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선 그 ‘재시동’이 주효했다. 원저자 루이스 캐럴 덕분이었다. ‘탱글드(Tangled)’는 주인공 라푼젤 덕분에 이번 추수감사절의 히트작이 됐다. 하지만 그 다음 작품들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디즈니는 1979년의 공상과학물 ‘블랙홀’(앤서니 퍼킨스 주연)의 리메이크를 2012년 개봉할 예정이다. 또 2003년 에디 머피가 주연한 ‘유령의 집(The Haunted Mansion)’을 다시 만들려고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판의 미로’ ‘헬보이’)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그런 원작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내심을 가지면 ‘트론’ DVD의 대여도 가능하다. 우리는 뉴욕 맨해턴을 벗어나 뉴저지주 티넥에 가서 그 DVD를 빌렸다. 그 영화를 다시 본 한 팬은 온라인 게시판에 “정말 대단한 영화!”라는 평을 올렸다. 우리가 봤을 때는 그래픽이 초기 비디오 게임 수준이었고, 대사도 자존심 강한 고등학생이 트위터에서 ‘OMG(oh my god: 도대체 이게 뭐야)’라고 외칠 만했다. 한 등장인물은 “컴퓨터는 기계에 불과할 뿐 독자적인 생각을 못해!”라고 말한다. 다른 한 명은 “시스템에 낚시미끼 가게보다 벌레(bug: 프로그램 오류)가 더 많아”라고 말한다. 제발 디즈니 자신을 생각해서라도 새 ‘트론’ 영화가 실패하지 않기 바란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재산 절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영남 유서 깜작 공개
2한동훈 “민주, 李방탄 예산 감액…호남도 버렸다”
3고점 또 돌파한 리플 코인…한달 만에 264% 상승
4서학 개미에게 희소식…하루 23시간 거래 가능한 미 증권거래소 내년 개장
5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
6미·중 갈등 고조되나…대만에 F-16 부품 판매 승인한 미국의 속내는
7"나도 피해자” 호소…유흥업소 실장, 이선균 협박으로 檢 징역 7년 구형
8배우 김사희 품절녀 된다...두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
9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바이오 진출 이어진다…신약개발 자회사 ‘에이엠시사이언스’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