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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essay] 시크릿 가든의 힘

[CEO essay] 시크릿 가든의 힘

남기령
한국로얄코펜하겐 대표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창덕궁의 비원을 떠올리거나 영국 출신 듀오 그룹을 생각할 수도 있겠다. 몇 사람에게 더 물어보면 어떨까? 아마 80%가 넘는 사람은 “아~”라는 감탄사와 더불어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중순 첫 전파를 탄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숱한 신조어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이 드라마의 플롯은 이미 세기에 걸쳐 인기를 누리고 있는, 어쩌면 너무 물린 신데렐라 이야기다. 백화점과 리조트를 거느린 재벌 3세와 가난한 액션 스턴트우먼 사이의 사랑이 테마로 연말 연초에 종합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AGB 닐슨 미디어 자료 시청률 23.4%).

새해 첫날 가족·친지와 모여 저녁을 먹고 나서 드라마를 봤다. 10대의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20·30대 그리고 40대 남녀까지 모두 한자리에서 TV 앞에 모였다. 이렇게 다양한 나이대 사람이 모여 열광하고 집중할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드라마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혹시 시크릿 가든에 대해 기초 지식이 없는 독자가 있다면 이 기회에 잠깐 읽어 보시길. 왜 그래야 하느냐고? 부인과 자녀는 물론 회사 선후배와 말이 통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조어도 쏟아졌다. 남자 주인공 김주원(현빈 분)을 너무 좋아해서 나온 ‘주원 앓이’, 여자 주인공 길라임(하지원 분)이 카푸치노를 마시고 입술에 묻은 거품을 김주원이 기습 키스로 닦아내는 ‘거품 키스’, 까칠한 도시 남자라는 뜻의 ‘까도남’까지 다양하다. 대사도 화제를 모았다. 결재서류가 오면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묻는다.

또 다른 이유는 광고 때문이다. 기업 광고로 먹고사는 드라마지만 소비재 회사의 홍보는 물론 소비 증대에도 효과를 내고 있다. 물론 간접 광고가 지나치다는 시청자의 불만도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찬반을 논하기보다 실제로 이런 간접 광고의 영향이 크다는 걸 말하고 싶다. 주인공이 타고 나오는 스포츠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구매가 늘었다. 실제론 스타일리스트가 드라마를 위해 제작한 ‘한 땀 한 땀 비즈’가 박혀 있는 주인공의 트레이닝복은 인터넷에서 이미 인기상품이 됐다.

보통 드라마 간접 광고는 여기까지다. 그러나 시크릿 가든은 좀 다르다. 촬영 장소와 서재에 놓인 커피잔을 비롯한 테이블 웨어, 주인공이 즐겨 찾는 커피전문점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에게 TV 광고보다 간접 광고와 구전 마케팅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저조한 음반시장에도 시트릿 가든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백지영의 ‘그 남자’와 김범수의 ‘나타나’는 음반 출시 후 3만 장이 바로 다 팔리는 이변을 낳았다. 휴대전화의 수신음, 컬러링, MP3 다운로드를 포함하면 열풍은 더욱 거세다.

사실 필자 회사의 제품도 협찬했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게 됐다. 그러나 동기야 어떠했던 이제 이 드라마의 본방을 사수하는 열혈팬이 됐다. 드라마가 곧 끝난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한 편의 드라마로 새로운 트렌드와 신조어가 나오고 그에 따라 소비가 늘고 있다.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고 생활 양식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결코 드라마를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생각으로 TV를 보면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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