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조원대 투자 그 후 >> 송도에 봄바람 분다
삼성 2조원대 투자 그 후 >> 송도에 봄바람 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송도가 삼성, CJ, 롯데의 대규모 투자 결정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3월 21일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를 찾았다. 구름다리를 넘어가자 오른편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동북아트레이드타워로 이어지는 왕복 12차로 도로는 아직 한산했지만, 끊임없이 공사 차량이 드나들었다. 인천국제공항을 빼닮은 컨벤션센터를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 5분가량 들어가니 삼성이 최근 바이오제약 제조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5공구가 나왔다. 수십 대의
건설장비가 부산하게 움직이며 입지 조성 작업을 하고 있다.
송도는 콤팩트 시티를 표방하고 있다. 일터와 쉼터가 어우러진 도시다. 도시에서 연구개발, 생산은 물론이고 여가활동과 거주도 해결한다는 개념이다. 콤팩트 시티의 핵심은 기업이다. 기업이 있어야 산학협력이 가동하면서 대학과 연구소가 들어오고, 인구 유입도 늘어난다. 이는 다시 아파트 등 거주공간 확보와 초·중·고등학교 설립으로 이어진다. 최종적으로 주민을 위한 상업지역이 늘어난다.
송도 국제업무단지를 개발하고 있는 게일인터내셔널의 스탠 게일 회장은 “삼성의 투자 결정 이후 많은 기업이 투자를 고려 중”이라며 “다국적기업은 물론 삼성그룹에 버금가는 한국 대기업과도 투자 관련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게일 회장은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기업인 시스코의 최고 주력 사업인 S+CC(스마트 커넥티드 커뮤니티) 부문이 최근 투자를 결정했고 이를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 많은 기업이 조만간 봄바람을 타고 송도로 넘어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난해 10월 CJ가 바이오메디파크1 단지에 짓겠다고 한 바이오연구소는 터 닦기가 한창이었다. 이곳에는 존슨앤드존슨 등 다국적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의 바이오제약 공장과 함께 송도는 동북아 최대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떠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송도 낙관론은 기업이 하나 들어오면 그 몇 배의 효과를 내는 ‘신도시 승수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승수효과는 독립 투자에 의한 지출이 증가하면 국민소득은 그 몇 배 증가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경제학 용어다.
기업 유치에도 전·후방효과가 있다. 기업이 있으면 전방효과로 대학이나 연구소가 들어오게 된다. 산학협력이나 연구용역 과제가 늘기 때문이다. 최근 연세대는 연구 중심의 송도 캠퍼스 문을 열었다. 기업 유치의 후방효과는 상업시설 확대다. 롯데는 송도 종합쇼핑타운 건립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현재 송도지구 53.5㎢를 2020년까지 인구 25만 명 이상 도시로 만들겠다는 인천시의 계획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일인터내셔널은 이를 2016년으로 앞당겨 잡고 있다. 현재 송도의 인구는 4만 명이다. 게일 측은 송도 한복판의 국제업무단지 입주를 문의하는 기업이 늘어난 데 한껏 고무돼 있다. 송도의 전체 사업 평균 추진율은 19.9%지만 기업이 들어오면 이 수치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송도의 저력은 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인 지리적 강점이다. 송도국제도시와 맞닿아 있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3시간 이내에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가 61개 있다. 세계 인구 20억 명이 잠재적 고객인 셈이다.
삼성이 바이오제약 사업 진출을 송도에서 시작하기로 결정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도 송도의 지리적 입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제약 산업은 항공물류를 활용해 생산제품을 빠르게 수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해외와 인적, 물적 교류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에 이끌려 이미 시스코, IBM 비즈니스 파크 등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첨단업종 위주의 300여 기업이 이곳에 입주했다. 송도를 찾는 기업이 삼성 효과로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송도에 봄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송도=한정연 기자 ja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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