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1위 롯데의 적자 탈출법 >> '한국판 양키스타디움 많이 나와야'
흥행 1위 롯데의 적자 탈출법 >> '한국판 양키스타디움 많이 나와야'
광주시는 북구 임동에 3만 석 규모의 야구장을 지을 예정이다. 광주시는 야구장에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도 다양하게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편의점과 음식점뿐 아니라 운동 시설, 문화공연장, 스포츠 바, 스포츠 카페 등도 만들 계획이다. 2013년까지 지을 계획이다.
대구시도 야구장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시와 삼성라이온즈는 3월 29일 야구장 건립비로 5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었다. 국비 300억원, 시비 700억원, 삼성라이온즈 500억원 등이 투입될 예정이다. 2012년 착공이 목표다.
국내 프로야구 흥행 1위 구단인 롯데자이언츠의 장병수(59) 대표는 새로운 야구장 건설을 반겼다. 그는 특히 “대규모 관람석과 다양한 시설을 갖춘 새 야구장이 프로야구가 어엿한 산업으로 발전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 30대 젊은 팬 늘어 기대- 왜 야구장이 중요한가?
“야구장은 프로야구가 스포츠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다. 미국 양키스타디움에 가봐라. 레스토랑이 수십 개이고 스파에 쇼핑몰도 있다. 야구만 보고 가면 장사가 되겠나? 사람을 모으는 콘텐트가 많아야 한다. 우리는 어떤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은 동네 야구장이라고 놀린다. 시설이 시원찮다 보니 입장료를 비싸게 받을 수도 없다. 시설 나쁜 극장에서 아무리 좋은 영화를 상영해도 관객을 모으기 어려운 이치와 비슷하다. 롯데가 지난해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117만5665명의 관중을 동원했다지만 부산 사직구장 좌석의 60%는 7000원짜리다. 양키스타디움에서는 경기 상대나 중요도에 따라 40~1500달러의 입장료를 받는다. 부러운 일이다.”
- 롯데도 번듯한 야구장을 지으면 되지 않나?
“말처럼 쉽지 않다. 롯데만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부, 부산시, KBO(한국야구위원회) 등이 모두 소매를 걷고 나서야 한다. 그나마 사직구장은 전국 야구장 가운데 최신 시설에 속한다. 2만8500석인 관람석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광주와 대구에서 새 야구장을 짓는다. 9구단인 엔씨소프트와 창원시도 구장 건립을 약속했다. 이런 게 자극이 되면 일이 쉽게 풀리지 않겠나.”
- 시설이 열악하다고 하지만 프로야구의 열성 팬이 참 많은 것 같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남아공월드컵이라는 ‘대형 악재’에도 사상 최다인 592만8626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600만 관중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특히 20, 30대 젊은 층이 야구장을 많이 찾고 있다. 1만원도 안 되는 입장료로 탁 트인 야외에서 서너 시간 손에 땀을 쥐며 응원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게 프로야구 말고 또 있겠나.”
롯데그룹 홍보실 전무를 거쳐 지난해 초 롯데자이언츠를 맡은 장병수 대표는 “잘나갈 때 더 많은 관중을 모으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데, 새 야구장을 짓는다니 천만다행”이라고 거듭 말했다. 8개 구단 모두 100억~200억원의 적자를 내는 현실에서 그나마 팬들이 프로야구를 떠받치는 기둥이기 때문이다.
- 왜 다들 적자인가?
“지난해 2년 연속 매출 300억원을 넘겼지만 롯데 역시 120억원 적자였다. 결국 그룹에서 광고비 형식으로 메워줬다. 기본적으로 버는 돈이 적다. 원정팀에 입장료 수입의 28%를 떼줘야 한다. 롯데가 인기 구단이라지만 방송 중계권료는 20억원으로 모든 구단이 같다. KBO가 방송사와 중계권료를 협상해서 일괄적으로 나눠주기 때문이다. 선수가 부족해 외국의 프로 구단처럼 거액을 받고 현금 트레이드하는 일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모자·글러브·방망이 같은 상품을 팔거나 식당 임대료를 받는 게 고작이다.”
- 롯데 정도의 인기 구단이면 그룹에서 광고비를 지원 받지 않고 다른 기업과 거래해도 될 듯한데.
“프로 골퍼가 모자나 옷에 스폰서의 광고를 붙이는 방식을 프로야구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롯데의 브랜드 가치나 인기를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입장료를 많이 받고 다른 수익원도 개발해 자생력을 키우면 그룹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룹 계열사가 아닌 다른 기업의 광고를 유치해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겠나. 그러나 아직 그런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펜스 광고료로 기껏 5000만원을 받는다. 선수 모자나 유니폼에 다른 기업의 광고를 붙인다고 해도 당장 큰돈을 벌기 어렵다. 그룹의 도움 없이는 적자를 메우기 어려운 현실이다.”
“9구단 창단은 시기상조”라는 그는 “프로야구 저변에 비해 팀 수가 많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2배인 일본의 프로야구팀 수가 12개에 불과하고, 그 가운데 3개만 흑자라는 것이다. 재벌그룹이 뒤를 받쳐줘서 8개 구단이 굴러가지 그렇지 않으면 6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한다. 그는 “부실 기업이 많은데 그 산업이 발전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맨유 롤모델로 마케팅 연구 - 각 구단의 노력이 미흡한 점도 있지 않나.
“맞는 말이다. 세계 최고의 프로스포츠 구단이라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팬들에게 수천 가지의 상품을 팔고 있다. 롯데가 국내 프로야구 업계에서 상품 매출이 가장 많다지만 고작 200여 가지를 팔고 있다. 프로야구 관련 상품을 캐릭터뿐 아니라 생활용품 등으로 다양화할 계획이다. 부산 팬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다양한 응원도구를 제공하는 등 팬 서비스도 더욱 확충할 생각이다. 마케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미국·일본의 프로야구단에 정기적으로 직원을 보냈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도 사람을 보내 한 수 배웠다. 지난해에는 30억원을 들여 국내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회원관리시스템인 GIS(Giants Information System)를 개발해 쓰고 있다. 40만 회원을 성별·연령별로 분석하고 성향도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 흥행을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성적이 좋아야 할 텐데.
“지난해에도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을 염원하는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 올 시즌에 대비해 양승호 감독을 선임하고 코치진도 대폭 교체했다. 올해는 20년 가까이 우승하지 못한 한을 풀 수 있을 듯하다. 전력을 감안하면 지난해에는 3,4위 수준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약점인 투수진과 수비를 보강했다. 선수 부상 등 돌발 변수만 없다면 1, 2위 수준이라고 본다. 지켜봐주길 바란다.”
남승률 기자 nam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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