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유화생산 수직계열화의 힘
[Company] 유화생산 수직계열화의 힘
6월 21일 도착한 울산의 기온은 섭씨 32도. 250만 평, 여의도의 세 배 정도 되는 SK 울산컴플렉스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더 후끈했다. 눈앞은 흰색과 회색의 파이프와 탱크로 가득 찼다. 공장에 들어서니 군데군데 붉은색과 흰색이 교대로 칠해진 긴 굴뚝이 보였다. 환한 낮인데도 굴뚝 위 불꽃을 볼 수 있었다. 이 굴뚝은 공정 중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배기가스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알기 위해 굴뚝 위에는 항상 불꽃이 타오른다. 불꽃 크기로 배출되는 가스의 양을 확인한다. 평소보다 불꽃이 작거나 커지면 공정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안전 면에서도 불꽃이 중요하다.
공장 내에서 작업하는 사람은 모두 청바지에 푸른색 면 남방을 입고 있었다. 화학섬유를 입으면 정전기가 발생해 화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담배도 일부 지정된 장소 외에선 피울 수 없다. 겨울에 눈이 많이 와도 차에 체인을 두르고 공장 안을 다닐 수 없다. 마찰로 인해 불꽃이 일어 화재가 발생할까 봐서다. SK 울산컴플렉스 관계자는 “겨울에 눈이 와 빙판길로 변하면 이 넓은 곳을 걸어 다닐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안전이 최우선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SK이노베이션이 가동하는 SK 울산컴플렉스 규모는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에서 둘째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1000명 정도. 생산라인은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4조 3교대로 이뤄진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대부분 자동화돼 있기 때문에 공간에 비해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곳은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고,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20년 전 유공(SK이노베이션의 전신)은 폴리에틸렌, 파라자일렌 제조시설 등 9개 신규 공장 합동 준공식을 했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현재 SK 울산컴플렉스는 하루 84만 배럴(1억3347만6000L)의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다. 이 중 60%인 50만 배럴 정도가 수출되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사용된다. SK의 지난해 석유화학 사업 매출은 45조866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수출은 27조7208억원이다. 1991년 수직계열화를 이뤘던 당시에 비해 매출은 11배, 수출은 27배로 증가했다. SK 울산컴플렉스의 생산량은 SK이노베이션 전체 생산량의 80~90%를 차지한다.
원유가 제품화될 때까지 전부 파이프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공장 어디에서도 생산 중인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우리 공장 시설은 모두 야외에 있어 외부에 설비가 공개돼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근 현대자동차에서 기술 유출을 염려해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꺼리는 데 반해 이곳에서는 중국인 등 외국인을 고용한다. 관계자는 “설비를 본다고 곧바로 기술을 따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설계를 토대로 설비를 짓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뿐 아니라 이것 외에 전문 인력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기술을 베끼지 못한다.
SK 울산컴플렉스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휘발유, 경유, 등유, 항공유, 벙커C유, 윤활유 등 정유제품은 물론 석유화학 제품까지 다양하다. 함께 생산된 프로판과 부탄가스는 지하 150m에 있는 지하 암반 저장시설로 보내진다. 이 시설은 27만t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세계 최대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벙커C유는 예전에 산업용으로 많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환경 문제 때문에 소비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매연을 일으키는 주범인 황을 제거하고 증류와 정제 과정 등을 거쳐 다시 고급유로 만드는 중질유분해공장이 SK 울산컴플렉스 내에 있다. 이 공장에서 석유화학 원료가 되는 나프타를 비롯해 등유, 경유, 휘발유 등 고순도 정유를 생산한다.
증류를 통해 만들어진 나프타는 석유화학공장으로 보내진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재료다. 이를 분해해 벤젠과 톨루엔 등 아로마 계열 물질을 만들고 합성수지의 재료가 될 에틸렌, 프로필렌 등 올레핀 계열 물질도 만든다.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촉매과정을 거쳐 합성수지를 생산한다. 이날 찾아간 합성수지 공장에서는 HDPE 포장작업 중이었다. 뜨거운 흰색 쌀 알갱이 같은 HDPE 입자가 25㎏짜리 포대에 담겨 운반되고 있었다. 합성수지는 HDPE를 비롯해 LDPE, PP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런 것들을 용도별로 녹여 플라스틱 그릇이나 포장재 등을 만드는 유화제품을 만들게 된다. SK 울산컴플렉스에서 생산되는 유화제품은 연간 1300만t. 지난해 이것으로 15조6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원유를 들여와 석유화학 제품까지 한곳에서 이뤄지는 것은 생산자 입장에서 큰 장점이다. 한곳에서 모든 과정이 이뤄져 물류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운반에 드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국내 정유제품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품질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엄격한 곳이 미국 캘리포니아다. SK 울산컴플렉스 중질유분해공장은 생산한 정유제품을 캘리포니아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캘리포니아의 엄격한 기준도 충족한다”며 “이런 점이 경쟁사에 비해 한발 앞선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정수정 기자 palindrome@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8회 로또 1등 ‘3·6·13·15·16·22’
2“재산 절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영남 유서 깜작 공개
3한동훈 “민주, 李방탄 예산 감액…호남도 버렸다”
4고점 또 돌파한 리플 코인…한달 만에 264% 상승
5서학 개미에게 희소식…하루 23시간 거래 가능한 미 증권거래소 내년 개장
6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
7미·중 갈등 고조되나…대만에 F-16 부품 판매 승인한 미국의 속내는
8"나도 피해자” 호소…유흥업소 실장, 이선균 협박으로 檢 징역 7년 구형
9배우 김사희 품절녀 된다...두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