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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부동산 경기 침체 속 토지시장 꿈틀

[Real Estate] 부동산 경기 침체 속 토지시장 꿈틀

경매시장에서는 화성시 토지가 주목 받고 있다.

토지거래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주택시장이 침체를 지속하면서 부동산 투자자 사이에 토지가 주택의 대체재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5월 말 국토해양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4496㎢의 절반 정도인 2154㎢를 해제하면서 토지 투자의 빗장이 풀렸다. 경기도는 전체 허가구역의 절반이 한꺼번에 풀렸고, 충북과 전남은 모든 지역이 허가구역에서 해제됐다. 허가구역에서 풀린 곳은 지자체장의 허가 없이 토지거래가 가능하고 토지 취득 목적대로 2~5년간 이용해야 하는 의무도 사라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의미가 크다. 그동안 지방의 토지는 도시민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투자 대상이 됐다. 토지시장은 주택시장과 달리 거래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오름세다. 토지시장이 5년 이상 가격조정을 받았음을 감안할 때 ‘거래량 증가 속 가격 상승’은 바닥 탈출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많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의 토지 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지구가 많이 지정된 하남시와 시흥시의 땅값은 올 1월부터 4월까지 1.6%, 1.3% 각각 상승했다. 지방도 국지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4월의 경우 경남 함안군은 남해고속도로와 경전선 복원 등으로 0.2% 올랐고 대구 달성군은 대구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조성 등의 호재로 0.2% 상승했다.

4월 토지 거래량은 22만5846필지, 2억180만400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필지 수 기준 11.2% 늘었다. 특히 5월부터는 주택시장 침체와 정부의 규제완화로 투자자의 관심이 토지로 몰리면서 투기 우려마저 보이고 있다. 5·1대책을 통해 택지개발지구 단독주택 층수 제한이 폐지된 영향도 크다. 과학벨트로 선정된 대전과 세종시 인근 등 일부 지역에서는 투기 조짐도 일고 있다. 과학벨트가 들어설 대전 신동, 둔곡 지구와 인근인 대덕 쪽 토지는 최근 한 달간 호가가 30~40% 정도 상승했다.



단독주택 용지 수요 늘어공공택지 가운데서는 단독주택 용지 수요가 대폭 늘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판매된 단독주택 용지가 17만200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 늘었다. 월별 단독주택 용지 판매량은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했다. 5월 판매량은 전월(8만1000㎡)보다 53% 늘어났다. 수도권보다 지방 판매량이 더 많다. 올해 1~5월간 수도권에서 팔린 단독주택 용지는 총 12만1000㎡였으나 지방 판매량은 34만8000㎡다. 수도권에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땅이 많은 용인시 처인구, 평택시, 시흥시, 남양주시, 과천시 등의 땅값이 오르는 분위기다.

토지에 돈이 몰리는 현상은 경매시장에서 두드러진다. 6월 15일 수원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는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 921㎡ 임야가 경매에 나와 3억원에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는 1억2433만원으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241%나 됐다. 이 법원에서 5월 24일 열린 화성시 매송면 야목리의 임야 입찰에선 26명이 몰리기도 했다. 301㎡ 크기의 작은 토지가 1986만원에 나와 4010만원(낙찰가율 202%)에 낙찰됐다.

경매시장에서 화성시가 주목받는 것은 시내 9만1295필지, 306㎢ 면적의 땅이 올 5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렸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주택용 부지 등 개발 여지가 많은 지역 주변을 중심으로 토지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5월 화성시에서 나온 임야 경매는 모두 9건으로 평균 응찰자 수는 4.2명이나 됐다. 이전엔 월평균 응찰자가 2명 정도에 불과했으나 갑자기 늘어난 것이다. 평균 낙찰가율도 71.3%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70%를 넘었다.



개발 호재 있는 토지 주목다른 지역도 투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경매정보제공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5월 전국 토지경매 응찰자 수는 6571명으로 전월 대비 12.1% 늘어났다. 전체 진행 건수가 7851건이므로 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2.4명 수준이다. 경매로 토지를 산 낙찰가 총액이 특히 많이 증가했다. 5월 토지의 낙찰가 총액은 3491억원으로 전월 대비 36.9% 증가했다. 지지옥션 남승표 선임연구원은 “주택시장 침체로 투자자들이 토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거래 활성화 기대감이 경매시장에서 토지가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토지는 일반 거래 시장과 비슷하다. 광명, 하남, 시흥 등 보금자리지구 인근이나 개발 여지가 있는 용인, 화성 등이다.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에 따라 강원도 춘천이나 주변지역 땅도 인기다. 예컨대 6월 20일 경매에 나온 2만5626㎡ 크기 춘천시 남산면 임야는 5억7777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 땅은 감정가가 3억2036만원으로 낙찰가율은 180%나 됐다. 5월 30일엔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의 6244㎡ 임야 경매에는 올 들어 가장 많은 응찰자인 85명이 몰려 화제가 됐다. 999만원짜리 땅이 7800만원에 팔려 낙찰가율은 781%나 됐다. 화천군은 경춘선 주변으로 향후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지자체에서 관광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토지전문업체 광개토개발 오세윤 사장은 “토지시장 진입이 쉬워졌기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크게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을 우선 주목하라고 권한다. 토지거래허가해제지역 가운데 개발재료가 포함된 곳이 꽤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장지동, 종로구 구기동 등과 경기도 과천·하남 등 보금자리주택지구 주변도 포함돼 있다. 지방의 경우 얼마 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지정된 대전시 등에서도 규제가 풀렸다. 수도권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땅이 많은 용인시 처인구, 평택시, 시흥시, 남양주시, 과천시 등의 땅값이 오르는 분위기다.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도 시장의 큰 변수다. 7월에 강원도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될 경우 인근 지역 토지시장도 크게 나아질 전망이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연구실장은 “토지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 모두 상승요인이 충분하다”며 “도시의 경우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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