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선크림으로 UVB(자외선 B)만 막으셨나요?
[Health] 선크림으로 UVB(자외선 B)만 막으셨나요?
6월 14일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소비자가 자외선 차단 정보를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자외선 차단 제품에 대한 규정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자외선 A와 B를 모두 차단하는 제품에 ‘광범위한 효과(Broad Spectrum)’라고 표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FDA는 자외선 B를 차단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SPF(Sun Protection Factor·자외선차단지수)만을 인정하고 있었다. 일부 업체는 자외선 A를 차단하는 정도를 별 4개까지의 등급으로 나타내고 있었지만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외선 A(UVA)는 피부 깊숙이 침투해 주름 등 빠른 노화를 일으키고 자외선 B(UVB)는 화상이나 피부 그을림 등의 영향을 준다. 자외선 A와 B 모두 피부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DA는 이번 규정 변경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쉽게 골라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제품의 자외선 차단 표기는 자외선 A와 B가 따로 표시돼 있어 혼란을 줄 수 있었고, SPF 위주로 표시된 제품 때문에 사람들은 자외선 A의 위험성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 왔다.
새로운 규정에서는 자외선 A 차단 지수를 표시한 별 표시를 버리고 SPF지수만 남겨두는 대신 두 가지 자외선 모두를 동일하게 차단하는 제품만이 ‘광범위한 효과’라는 문구를 표시할 수 있게 검사 절차를 바꿨다. 새 표시에서 ‘SPF 30’은 자외선 B를 차단하는 정도로 자외선 A도 차단한다는 뜻이다.
FDA 자외선 A 차단 지수 의무화 ‘광범위한 효과’의 제품 중 SPF 15 이상인 제품에는 “일광화상과 피부암, 빠른 피부 노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표현을 쓸 수 있다. 이처럼 의학적 소견이 붙는 것은 자외선 차단제가 미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 업계가 제품에 표기하던 ‘방수(water-proof)’와 ‘방한(sweat-proof)’이라는 표현을 금지하고 구체적으로 몇 분간 물에 견딜 수 있는지 표시하도록 했다.
FDA가 이처럼 좀 더 세밀한 규정을 적용하고 자외선의 위험성을 알리려는 것은 높은 피부암 발병률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흑색종 환자는 6만8130명으로 집계됐고 8700명이 피부암으로 사망했다. FDA는 1999년에도 자외선 A에 대한 기준과 등급을 적용하려고 시도했으나 논의하는 선에서 그쳤다. 2007년 내놓은 개정안이 4년 만에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을 두고 외신들은 “새 기준은 긴 시간 관료주의에 갇혀 있었다” “33년간 숙고하던 것을 드디어 해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FDA는 자외선 차단제 기능 승인에 있어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 업계의 편만 든다는 비판을 들어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 국내에서 유통되는 자외선 차단제는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사전심사를 받고 있다. 제품 용기에는 PA지수와 SPF지수 두 가지가 표기된다. 자외선 A의 차단 지수를 나타내는 것이 PA(Protection grade of UVA)이며 차단 효과가 클수록 PA+, PA++와 같이 +표시가 많이 붙는다. SPF는 자외선 B를 차단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숫자가 클수록 차단 효과가 높다. 이 두 가지 지수는 제품을 바른 후 사람의 피부가 자외선에 일정 시간 노출되는 경우 피부가 붉고 검게 변하는 홍반이나 흑화 현상이 나타나는 최소한의 자외선 양을 표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SPF지수가 1 증가할 때마다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20분씩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국내 PA, SPF 기준은 이미 시장에 정착된 상태고 미국 표시 기준보다 더 구체적이라 FDA가 변경한 영향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FDA는 기계 실험을 하지만 식약청에서는 인체에 직접 테스트하는 데다 인종별로 자외선 차단 효과에 차이가 있으므로 국내 기준이 더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SPF 50 넘으면 실효 미미국내 화장품 업체 관계자들도 “당장 바뀌는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준에 맞춰 제조한 제품도 FDA 기준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다만 국내에서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자외선 차단제가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미국시장에 갔을 때 효능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만큼 비율이 높지 않지만 한국에서도 흑색종 등 자외선으로 인해 발병하는 환자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건국대병원 피부과 최용범 교수는 “피부암으로 발전하기 전 단계의 질병 보유 환자가 많아졌다”며 “레저활동이 활발하고 평균수명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자외선 B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만 주목했는데 자외선 A도 피부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자외선 차단제를 고를 때 자외선 A와 B를 모두 차단하는지 PA지수와 SPF지수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FDA는 이번에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면서 최고 SPF지수를 50+로 정할 예정이다. SPF 50 이상 제품의 실제 효과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효과를 제조업체가 입증할 수 있다면 더 높은 지수를 인정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SPF 50 이상의 제품은 자외선을 막는 효과보다 피부에 손상을 주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국내에는 없는 SPF 50이상 제품들은 사용법대로만 바르면 지수에 따른 효과 차이가 별로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용법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효능이 지속되는 시간, 발라야 하는 용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지켜야만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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