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캐는 기업들, 경제 위기에도 주가는 금값
금 캐는 기업들, 경제 위기에도 주가는 금값
끝난 줄 알았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유럽 지역 신용경색으로 제2차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3년 전 위기 이후 급등세를 보인 원자재 가격마저 불안정한 모습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불안해질수록 원자재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광산에서, 도시 폐기물에서 위기의 해답을 찾는 기업들이 있다.
비철금속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은 지난 3년 동안 주가가 11만4000원(2008년 9월 19일)에서 40만6000원(2011년 9월 19일)으로 256% 올랐다. 전문가들은 고려아연 주가 상승의 요인을 최근 몇 년 동안 이뤄진 사업 전환에서 찾았다. 고려아연은 아연 제련 업체에서 광산투자 업체로 탈바꿈했다.
국내에서 광산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실제 광산에서 금, 은, 철광석 등을 캐는 금속광산업과 도시광산업이다. 같은 광산이지만 사업 내용은 다르다. 도시광산업은 ‘도시에서 쓰는 폐가전 제품에서 금속을 채취한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폐자원에서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자원 재활용 사업을 말한다.
고려아연은 아연 부스러기에서 금, 은 등 금속을 추출하고, 직접 광산 개발에 나서는 등 두 분야에 모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고려아연·포스코엠텍 주목할 만 1974년에 설립된 고려아연은 독자적인 제련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갖췄다. 현재 연간 아연 생산량이 103만t에 이르는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업체다. 이 회사는 90년대 중반 아연을 제련할 때 나오는 찌꺼기에서 유가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아연 잔재 처리기술을 개발해 기술력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맞았다. 지난해 말에는 캐나다 광산업체 울프 마이닝의 자회사인 강원도 영월의 상동(중석), 충북 음성의 무극(금), 경북 봉화의 연화(아연, 연광석)광산 지분의 일부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금속광산업에 뛰어들었다. 최근 광산에 대한 경제성을 조사하는 등 다시 채광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포스코엠텍 역시 금속광산업, 도시광산업에 뛰어들며 광산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포스코엠텍은 포스코와 함께 강원도 강릉에 있는 마그네슘 광산 개발에 나섰다. 지난 6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강릉 마그네슘 제련공장 착공식을 했다. 이 제련공장에서는 마그네슘의 주원료인 돌로마이트 원석 10만t에서 연산 1만t의 마그네슘 잉곳을 생산한다. 공장이 완공되면 중국에서 수입하던 마그네슘 잉곳을 자체 생산해 연간 600억원의 수입 대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10년 4월에는 중소 도시광산업체 나인디지트를 인수하며 도시광산업에도 진출했다. 이 회사는 비철·희소금속을 습식 원료 확보와 금속 추출로 제련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올해는 폐자원 회수와 1차 가공 전문업체인 리코금속을 인수해 폐자원 회수부터 1차 가공, 제련까지 한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엠텍은 도시광산업을 기반으로 연간 매출을 40%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도시광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LS니꼬동제련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도시광산업은 중소기업이 중심이 된 영세 산업이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애강리메텍, 리코금속, 나인디지트, 리사이텍코리아, 토리콤 등 주요 도시광산업체의 매출액을 다 더한 액수가 1470억원(2007년)이었다. 5개 기업의 2007~20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2%에 불과했고, 2010년에는 나인디지트, 리코금속, 리사이텍코리아가 적자를 냈다.
하지만 2009년 국내 최대 동제련업체인 LS니꼬동제련이 리사이텍코리아와 토리컴을 인수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010년에는 화창을 인수해 2008년 설립한 지알엠과 분업 체제를 갖췄다. 리사이텍코리아가 금속 부스러기를 수집, 분리해 토리콤, 화창, 지알엠으로 공급하는 식이다.
리사이텍코리아, 토리콤, 화창, 지알엠의 2010년 매출액은 2352억원, 영업이익은 1억원 수준이다.
LS니꼬동제련은 5월 31일 충북 단양에 국내 최대 규모의 지알엠 자원 재활용 공장을 준공했다. 2015년부터 이곳에서 연간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준공식에 참석한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은 “도시광산업은 LS니꼬동제련의 신성장 동력”이라고 말했다.
애강리메텍과 유니온도 도시광산업에서 주목할 만한 기업이다. 애강리메텍은 전기전자스크랩, 자동차 폐촉매에서 금·은·백금을 추출한다. 올해 1분기 도시광산업 매출은 200억원에 달한다.
20년 동안 도시광산업을 해온 애강리메텍은 시장점유율 50%를 자랑하는 업계 선두주자다. 유니온은 정유사 폐촉매에서 몰리브덴, 바나듐 등을 추출한다. 2009년 적자에서 2010년 흑자로 돌아서며 영업이익률 2.6%를 기록했다.
도시광산업은 기업의 신성장 동력과거 금속광산업은 규모가 작고 영세해 발전이 늦었다. 하지만 원자재 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원자재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대기업이 뛰어들어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대우조선해양은 2009년 11월 금광개발 업체 순신개발(현 대우조선해양SMC)을 인수해 금속광산업에 진출했다. 순신개발은 전남 해남의 은산광산에서 금광을 개발하는 회사로 현재 금, 은을 채굴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인수된 후 지난해 매출 116억원, 영업이익 41억원이라는 성과를 냈다. 동원은 충북 제천의 NMC몰랜드에서 몰리브덴을 생산한다. 몰리브덴은 주로 합금강, 스테인리스강에 쓰이는 희귀금속이다.
혜인 역시 몰리브덴에 주목했다. 경북 울진에 있는 광산에서 올해 1월 채굴을 시작했다. 혜인은 채굴을 시작하며 연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선로직스는 국내 유일의 철광석 광산인 강원도 정선의 신예미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신예미광산은 2010년 매출액 280억원, 영업이익 72억원으로 영업이익률 26%를 기록했다.
도시광산업도 대기업의 관심을 끌고 있다. 높은 수익성이 기업을 끌어들이는 가장 큰 요인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폐휴대전화 한 대에서 금 0.024g, 은 0.62g, 구리 7.62g, 파라듐 0.01g, 코발트 0.04g 등이 나온다. 보통 원석 1t에서 추출할 수 있는 금의 양은 4g이다. 휴대전화를 1t으로 환산했을 때 추출 가능한 금속은 금 280g, 은 1.5kg이다. 원석보다 70배에 달하는 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것. 자원을 재활용해 친환경적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도시광산업 시장은 46조4000억원 규모다. 또 매년 4조원의 폐금속 자원이 발생한다. 생산 효율성이 높고 금, 은, 구리 등 45종에 달하는 금속자원을 얻을 수 있어 대기업들이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4월에는 한국도시광산협회가 출범했다. LS니꼬동제련, 고려아연, 애강리메텍 등 4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속광산업과 도시광산업은 규모가 작고 경제성이 낮았지만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규모 확대와 수익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광산업은 최근 금값이 하락하자 주가가 따라서 내리는 등 금속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단기 가격 변화에 흔들리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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