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연비 표시 나라별 천차만별 - 미국>한국>일본>유럽 순으로 깐깐
- 공인연비 표시 나라별 천차만별 - 미국>한국>일본>유럽 순으로 깐깐

공인연비를 표시하는 단위는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미국에서는 1갤런의 연료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마일(mpg)로 표시한다. 유럽연합에서는 100㎞를 달릴 때 소비하는 연료량을 리터(L/100㎞)로 표시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같다. 연료 1L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L)를 단위로 쓴다. 나라마다 표시하는 단위만 다른 게 아니다.
결과도 차이 난다. 폭스바겐 CC 3.6 V6 4모션을 예로 들면, 국내 공인연비는 8.2㎞/L다. 하지만 일본에서 이 차의 연비는 8.8㎞/L다. 미국에서는 시내 7.2㎞/L, 고속도로는 10.6㎞/L다. 유럽연합에서는 시내 6.6㎞/L, 고속도로 14.0㎞/L, 혼합연비 9.9㎞/L로 또 다르다. 심지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국내와 유럽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284g/㎞인데, 유럽에선 242g/㎞다.
공인연비 측정은 엄밀히 따져 시뮬레이션이다. 실제 도로 위를 달려 재지 않는다. 공인기관의 항온·항습을 유지한 시험실에서 운전보조장치를 단 차를 차대동력계에 올린 뒤 주행한다. 이때 머플러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의 농도를 분석한다. 이산화탄소, 탄화수소, 총탄화수소의 단위 주행거리당 배출량을 ‘탄소균형법’으로 계산해 연비를 산출한다. 연비측정이 모의주행이라지만, 차는 공인기관의 운전자가 직접 몬다. 롤러 위를 구르니 운전대를 조작할 필요는 없다. 운전 보조장치의 지시에 따라 가속과 감속 및 정지, 그리고 수동변속기일 경우 기어를 바꿀 뿐이다. 국가별 측정 모드에 따라 주행시간은 11~31분, 평균속도는 시속 22.7~33.6㎞, 최고속도는 시속 90~120㎞ 정도다.
국내에선 현재 197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가지의 흐름을 모의한 CVS-75 모드를 쓴다. 우선 적산거리 160㎞ 이하의 차를 섭씨 25도의 항온·항습실에 12~36시간 보관해 엔진을 완전히 식힌다. 그리고 차대동력계 위에서 31분 15초 동안 가·감속을 반복하고 23차례 멈춰 선다. 평균시속 34.1㎞, 최고시속 91.2㎞로 총 17.85㎞ 주행한다.
미국의 연비측정 모드는 EPA다. 도심 연비는 엔진이 차가울 때 시동을 걸어 42분간 최고시속 90㎞, 평균시속 32㎞로 달려 잰다. 중간에 23차례 멈춰 선다. 고속도로 모드는 엔진이 데워진 상태로 최고시속 97㎞, 평균시속 77㎞로 16㎞ 이상 달린다. 실제 연비와 차이를 줄이기 위해 이 수치에서 도심은 10%, 고속도로는 22%를 다시 낮춘다. 일본은 도쿄의 주행환경을 감안한 10·15모드를 쓴다. 10·15모드는 660초 동안 평균시속 22.7㎞, 최고시속 70㎞로 4.165㎞를 달려 측정한다. 유럽연합의 연비측정 모드는 EUDC다. 1160초 동안 평균시속 33.6㎞, 최고시속 120㎞로 11㎞를 달린다. 이처럼 공인연비 측정 방식엔 해당 국가의 교통 환경이 반영된다. 같은 차종의 나라별 연비가 다른 이유다.
대개 미국 연비 기준이 가장 깐깐하고 일본은 상대적으로 가장 느슨한 편이다. 유럽은 시내주행 모드에서는 미국 기준보다 엄격한 편이다. 한국은 미국 기준을 따르고 있어 일반적으로 유럽·일본보다 타이트한 편이다.
내년 상반기 중 국내 연비표시제도가 바뀐다. 이른바 ‘보정식 연비표시’ 방식이다. 공인연비를 다섯 가지 경우로 나눠 측정한다. 시내와 고속도로를 구분하고, 고속과 급가속, 에어컨과 히터를 사용할 때, 외부 온도가 영하 7도 이하일 경우로 분류한다. 측정 대상 차의 적산거리도 3000㎞ 이상으로 늘렸다. 2006년 개정된 미국 EPA의 5사이클 방식을 따른 결과다. 아울러 에너지소비효율 등급도 좀 더 깐깐하게 주기로 했다. 1등급 차가 워낙 많아져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새 방식이 도입되면 지금의 공인연비가 당장 20% 정도 깎일 전망이다. 기아 모닝(휘발유)의 경우 현재 공인연비는 18.0㎞/L이지만, EPA 기준으론 12.64㎞/L였다. 오너라면 후자가 훨씬 현실적 수치라는 데 공감할 것이다.
‘위 표준연비는 차량상태 및 운행조건에 따라 실주행연비와 차이가 있습니다.’ 에너지소비요율등급 스티커에 쓰인 말이다. 새 연비제도 역시 실제 상황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다. 오차 범위를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줄인 비교잣대일 뿐이다. 따라서 명심하자. 연비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발한 측정법이나 기막힌 신기술이 아닌 운전대를 쥔 오너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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