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투어 박진영 대표 - “패키지 접고, 자유여행 잡는다”
인터파크투어 박진영 대표 - “패키지 접고, 자유여행 잡는다”
대학시절 그는 오토바이에 푹 빠져 살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대한민국의 산이란 산은 모두 돌아 다녔다. 설악산과 지리산을 각각 10번, 4번 종주했다.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산을 오를 땐 남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을 찾아 가곤 했다. 어떤 곳을 가든 구석구석 다 뒤져야만 직성이 풀리던 대학생은 여행사 CEO가 됐다. 인터파크의 여행·숙박 예약 사이트인 인터파크투어 박진영(46) 대표의 이야기다
여행업계 첫 ‘최저가 보장제’ 실시인터파크투어는 국내 1위의 온라인 여행사다. 지난해 4분기 하나투어에 이어 항공권 발권 2위를 기록했다. 사이트 순방문자 수에서 온라인·오프라인 통틀어 전체 여행사이트 중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실적도 눈부시다.
2007년 1141억원이던 거래총액은 금융위기로 여행업계가 정체기였던 2009년에도 2424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0년 거래총액은 4221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1년엔 이보다 많은 5910억원을 올릴 전망이다. 거래액이 늘면서 이 회사의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9년 73억원에서 2010년 143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218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특히 여행업계가 불황에 허덕이던 2009년부터 계속 흑자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여행사업을 시작한 1999년부터 7년 동안 적자를 냈다. 온라인 여행사이긴 했지만 온라인 마케팅과 서비스를 제대로 선보이지 못했다. 여행업의 특성상 오프라인 성격이 강해 내부에서도 온라인 여행사가 성공할 지 확신이 없었다. 구성원들도 대부분 오프라인 여행업계에 몸담았었다.
2006년 취임한 박 대표는 승부수를 띄웠다. 20년간 한국신용평가와 현대카드에서 인터넷 사업을 해왔기에 온라인 마케팅과 서비스만큼은 자신 있었다. 2007년 8월 여행업계 최초로 ‘항공권 최저가 보상제’를 실시했다. 동일한 조건에서 다른 최저가 항공권이 있을 때 차액의 3배를 보상해주는 제도다. 박 대표는 최저 가격을 내세우며 고객을 끌어들이는 대형마트의 마케팅에서 착안했다.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가격에 민감하므로 최저가 보상제가 성공할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선 최저 가격으로 이익을 내기 어렵다며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마트에 쇼핑 온 고객이 값이 저렴한 물건만 구매하고 가진 않는다”며 “일단 고객에게 최저 가격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방문 횟수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고객들이 편리하게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할 수 있도록 ‘실시간 항공권 원스톱 예약’ 서비스도 내놨다.
온라인 서비스와 마케팅은 효과가 있었다. 2009년 인터파크투어는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2010년 4분기엔 온라인 B2C(기업 대 고객) 항공권 발권 1위에 올랐다. 키움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온라인 전자상거래 노하우를 토대로 실시간 항공권과 호텔의 검색이 가능한 시스템을 초기에 구축해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7년째 인터파크투어를 이끌며 여행 전문가가 됐다. 여행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2006년만 해도 여행산업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여행과 관련된 논문을 읽고, 여행업계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여행산업을 공부했다. 그는 “수험생처럼 1년을 공부하다보니 여행산업을 보는 눈이 생겼다”며 “온라인 서비스와 시스템을 강화하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파크투어는 앞으로 자유여행에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패키지 여행 사업에서 철수하고 있다. 앞으로 자유여행 사업에 ‘올인’할 계획이다. 자유여행 시장은 연간 4조원 규모로 항공권 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시장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여행정보 공유가 쉬워지고 인터넷 티켓 발권이 간편해지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유여행 비중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기존 패키지 여행의 비중은 줄어들고 자유여행 비중은 2005년 43.4%에서 2010년 65%로 늘어났다.
박 대표는 “언어 문제 때문에 패키지 시장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여행객들이 여행사 상담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여행사 의존도가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직까지 여행업계 빅 2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 비해 회사 규모가 작지만 자유여행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볼 때 온라인 여행사로서 입지를 더욱 튼튼히 굳힐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자유여행객을 겨냥한 ‘프리야’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이 자신의 여행 일정을 사이트에 등록해 다른 여행객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고객이 인터파크투어 여행플랫 등록 플랫폼에다 자신의 여행 일정을 등록하면 그 상품은 바로 ‘추천 자유여행 상품’이 된다. 다른 사람이 올린 여행 일정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으며 실시간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박 대표는 “블로그에도 다양한 여행 정보가 있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여행 일정표를 보여주진 못한다”며 “차후 스마트폰의 위치 기반 서비스와 연동해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광고와 연결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2013년 거래액 1조 돌파”인터파크투어는 인터넷 기업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서비스도 확충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4년째 ‘2시간 책임 답변제’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질문을 올리면 상담원들이 2시간 안에 답변을 달아주는 서비스다. 인터넷 사업은 실수나 잘못된 소문으로 한 순간에 사업이 망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한 분야이므로 고객과 즉각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이런 리스크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서비스와 시스템을 확충해 온라인 여행사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2013년엔 거래총액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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