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 알랑 크레베 S.T듀퐁 사장

180cm 넘는 키에 블랙 자켓과 암갈색 스카프를 매치한 중년의 유러피언. 탁월한 패션 감각만큼 웃는 모습도 매력적이다. 10월 18일, 알랑 크레베(51) S.T.듀퐁 사장을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크레베는 2011 스페셜 에디션인 ‘몽 듀퐁(Mon Dupont)’ 론칭 기념 행사를 위해 방한했다. 행사 당일인 18일 오전 7시 한국에 도착했고, 이틀 후인 20일 중국 상하이로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그만큼 그의 아시아 투어 일정은 바빴다.
몽 듀퐁은 패션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스페셜 에디션이다. 두 가지 버전의 펜과 라이터로 출시됐다. 로터스 레드 컬러 라커와 골드로 완성된 프레스티지, 블랙 라커와 팔라디움이 결합된 쉬크 라인이 그것이다. 펜은 일반적인 원기둥 형태가 아닌 부채꼴로 고안해 탁월한 그립감을 보여준다. 클립 부분의 아케이드 스톤은 위쪽을 볼록하고 매끄럽게 다듬는 카보숑 커팅법으로 세팅 했다.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라이터 역시 부채꼴의 독특한 모양으로 제작했다. 크레베 사장은 “칼 라거펠트와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LVMH 그룹의 임원으로 활동하던 때 패션쇼에서 종종 만나던 사이라는 것이다. 몽 듀퐁을 제작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은 크레베였다. 라거펠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는 20년 넘게 럭셔리 업계에서 근무한 마케팅 전문가다. 프랑스 HEC를 졸업하고, P&G 그룹에서 뷰티와 스킨 케어 상품의 유럽 마케팅 매니저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00년 LVMH에 합류했다. 지방시 향수 부문 책임자로 제품 재정비에 적극 나섰다. 그는 “이 시기에 코스메틱과 액세서리 분야에 대한 식견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5년에는 독립해 Dior, Lancia 등 글로벌 브랜드의 전략·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당시 S.T.듀퐁의 최대 주주인 중국계 대 부호 딕슨 푼과 한 칵테일 파티에서 우연한 만난다. 크레베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S.T.듀퐁의 라이터에 대한 얘기로 딕슨 푼과 가까워진다. 딕슨 푼은 S.T.듀퐁의 경영에 대해 종종 크레베에게 조언을 구했다. 크레베의 능력을 높이 산 그는 결국 CEO로 스카우트 한다.
“사실 제가 취임했던 2006년엔 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에게 창조력과 열정을 불어넣는 게 중요한 과제였죠.”
당시는 S.T.듀퐁의 130년 역사에서 가장 적자가 컸다. 침몰 위기에 놓인 회사를 제 자리로 돌려놓는 게 크레베의 역할이었다. 야구로 치면 9회 말 구원 투수로 등장한 셈이다. 그는 전방위로 뛰었다. 개발팀에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무엇이 문제인지 살폈다. 변화는 서서히 일어났다. 회사 매출은 2010년을 기점으로 두 자릿수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흑자 전환했다. 그는 “올해는 지난해 대비 14%의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엘리트와 상류층 마음 사로잡다1872년 프랑스 사보이 지방에서 탄생한 S.T.듀퐁은 초기엔 가죽 제품 생산 업체로 유명했다. S.T.듀퐁을 창업한 사람은 제분업자 아들인 시몬 티소 듀퐁. 당시 그의 나이 25살이다.
그는 여러 명의 가죽 장인을 고용해 최고급 여행용 가방을 만들어 팔았다. 고위 공무원들의 이니셜을 새긴 지갑과 살구색 염소가죽으로 만든 제품이 상류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상류층에 입 소문이 퍼지면서 1884년엔 파리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꼽히던 루브르 상점의 공식 공급업자로 선정된다. 이후 엘리제 궁의 공식 납품업체로 선정돼 프랑스 남성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 한다. 프랑스의 르네 코티 대통령부터 현재의 니콜라 사르코지까지 S.T.듀퐁 애용자다. 현재도 여러 프랑스 공식 행사에서 S.T.듀퐁 제품이 기념품으로 납품된다. 크레베 사장의 설명이다.

“탁월한 소재에 장인 정신이 담긴 라이터, 커프링, 밸트의 가치를 음미할 수 있는 사람. 그들이 우리의 진정한 고객이죠.”
금속 세공·천연 차이니즈 락커·가죽 제조 기술은 S.T.듀퐁의 DNA다. 특히 1960년대 초부터 라이터의 표면을 중국의 전통 옻칠 기법으로 처리하는 기술은 이들만의 자랑이다. 지금까지도 독보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S.T.듀퐁 제품은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다. 펜 하나를 만드는데 150가지, 라이터는 500가지 공정을 거쳐야 완제품으로 탄생한다. 매년 120kg 이상의 금·은과 1500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라이터와 펜을 만드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크레베 사장은 S.T.듀퐁 매출이 프랑스(15%), 중국(12%)에 이어 한국(10%)이 3위권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라이터와 펜의 매출이 큰 편이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남성복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그는 밝혔다. 유럽 사람과 체형이 다른 아시아인에게 맞는 슈트를 별도 제작한 게 성공 요인이었다고 한다.
크레베 사장은 “아시아인를 타깃으로 한정품 생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S.T.듀퐁은 2012년 용띠 해를 맞아 중국인을 타깃으로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금박을 씌운 용이 새겨진 화려한 에디션”이라고 힌트를 줬다. 중국인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럭셔리 하우스에서 20년 이상 일한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럭셔리 한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시간’이었다.
“가족과 기타를 치면서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을 부르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합니다. 제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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