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CEO]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석유 수출왕 허동수.’ 12월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200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허동수(68) GS칼텍스 회장에게 새롭게 붙은 별칭이다. GS칼텍스는 이날 정유업계 최초로 200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수출액이 가장 많았던 삼성전자(650억달러)에 이어 둘째로 많다. LG디스플레이(150억 달러)·LG화학(100억 달러)·SK에너지(90억 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GS칼텍스가 수출 기업으로 거듭난 데는 허 회장의 역발상 아이디어의 공이 컸다. GS칼텍스는 1982년 수입한 원유를 휘발유·경유로 정제해 일본에 처음으로 내다 팔기 시작했다. 당시 허 회장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지만 수입한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가공해 더 비싼 값을 받고 팔자”고 제안했다. 당시 2차 오일쇼크로 국내 유류 소비량이 확 줄어들었던 시절이었다. 반면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능력은 이를 웃돌았다. 1차 오일쇼크 이후 한창 유류소비량이 늘었을 때 정유사들이 정부의 요구에 따라 공장을 증설하고 석유제품 생산규모를 늘렸기 때문이었다. 허 회장도 이에 발맞춰 ‘380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루 15만 배럴 규모의 제3 상압증류공정(CDU)을 추가로 지어 생산량을 끌어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급선무였다.
40년 가까이 현장 근무허 회장은 중동에서만 수입하던 원유를 다른 산유국으로부터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정유업계 최초로 시도한 일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허 회장은 당시 동남아와 남미 등 산유국을 직접 돌기도 했다. 허 회장은 산유국을 돌아보다 ‘공장은 없고 제품은 필요한 외국 기업들의 원유를 사와 제품으로 가공해 다시 수출해도 되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마침 2차 오일쇼크로 국내 유류 소비량이 줄었고,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했다. 이 덕에 GS칼텍스는 1983년 정유업계 최초로 2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허 회장은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석·박사(화학공학)을 취득했다.
이후 3년간 미국 셰브론 리서치 연구원을 거쳐 1973년 GS칼텍스에 입사한 이후 40년 가까이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으로 다시 팔고, 원유 도입선을 다양화 하는 등 업계 최초로 벌인 일들이 자타공인 ‘에너지통’인 그의 머리에서 나온 배경이다.
허 회장의 역발상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1990년대 초 허 회장은 ‘고도화 설비 시설(중질유 분해시설)’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
고도화 설비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중질유(벙커C유·아스팔트)를 휘발유·경유 등 고부가 석유제품으로 만드는 재활용 시설이다. 싸구려 기름을 비싼 기름으로 바꿔줘 ‘지상(地上) 유전’ 또는 ‘인공(人工) 유전’이라 불린다.
허 회장은 당시 “앞으로 고유가 시대가 분명히 온다”며 “지상 유전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직원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5~20달러에 거래되고 있을 때였다.
유가가 워낙 싸다 보니 재활용 시설에 대한 호응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허 회장의 구상에 합작사인 셰브론도 “지금 고도화 설비를 굳이 갖출 필요가 있겠느냐”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허 회장은 그러나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피크오일’(석유 생산이 정점을 이루는 시기)은 분명히 온다”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허 회장은 전남 여수공장에 제 1·2·3·4중질유 분해시설을 짓는 데 총 5조6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 5월에 3중질유 분해시설을 완공한 데 이어 제4중질유 분해시설을 짓고 있다. 2013년 제4중질유 분해시설이 완공되면 GS칼텍스는 하루에 26만8000배럴의 중질유를 휘발유·경유로 바꿀 수 있다. 원유를 정제하면서 나오는 중질유의 대부분(88%)을 경질유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GS칼텍스 측은 이 고도화 설비를 통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선 고유가 시대에 싸구려 기름을 고가의 기름으로 재활용해 얻는 이익이 크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에 따르면 12월 15일 기준으로 두바이유는 배럴당 748.4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휘발유는 배럴당 798.69달러, 경유는 892.73달러, 등유는 879.79달러로 원유보다 값이 비싸다. 원료비 자체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불순물이 많은 값싼 원유를 들여와도 중질유 분해시설 덕에 질 좋은 경질유를 뽑아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도 있다. 허 회장은 제3중질유 분해시설 준공식에서 “생산제품의 거의 전량을 경질유로 구성하는 정유공장의 이상적인 모델인 ‘퍼펙트 콤플렉스(Perfect Complex, 원유를 100% 활용하는 공장)’를 실현하게 됐다”며 감격했다.
허 회장은 1994년 대표이사로 취임해 의사결정 단계부터 대폭 줄였다. 국내 최초로 팀제 중심의 조직개편을 단행해 8단계에 이르던 의사결정 단계를 4단계로 줄였다. 그러면서 그는 늘 “기본에 충실하라”고 강조한다. 그는 “사람이나 조직이나 기본이 잘 돼 있으면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 뻗어나갈 수 있다”며 “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생산과 영업현장의 임직원들이 기본에 충실해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 “내가 초일류가 될 테니 임직원들도 초일류가 되도록 노력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내부 구성원의 경쟁력부터 높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GS칼텍스는 최근 생산직 근로자를 포함해 3000여명의 임직원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해 ‘모바일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태블릿PC를 모든 직원에게 지급한 곳은 통신업체 KT를 제외하면 처음이다. “스마트 워킹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 태블릿PC가 유용할 것 같다”는 허 회장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GS칼텍스는 4월부터 사내 모든 문서를 하나의 IT 시스템에 저장하는 문서 중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돌이 떨어져서 석기시대 끝난 것 아니다”최근 들어 허 회장은 “석기시대가 끝난 건 돌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청동이 개발돼서다”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석유생산이 정점에 이르는 ‘피크오일’에 대비하기 위해 석유제품이 아닌 미래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GS칼텍스는 음극재·탄소소재·박막전지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2차 전지의 양극과 음극 중 음극의 재료로 쓰는 음극재의 경우 일본 최대석유업체인 JX NOE(옛 신일본석유)와 합작해 경북 구미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음극재 공장이 올해 말에 완공되면 연 2000t의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다. 2000t은 지난해 세계 전체 리튬2차전지 음극재 수요의 약 10%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8회 로또 1등 ‘3·6·13·15·16·22’
2“재산 절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영남 유서 깜작 공개
3한동훈 “민주, 李방탄 예산 감액…호남도 버렸다”
4고점 또 돌파한 리플 코인…한달 만에 264% 상승
5서학 개미에게 희소식…하루 23시간 거래 가능한 미 증권거래소 내년 개장
6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
7미·중 갈등 고조되나…대만에 F-16 부품 판매 승인한 미국의 속내는
8"나도 피해자” 호소…유흥업소 실장, 이선균 협박으로 檢 징역 7년 구형
9배우 김사희 품절녀 된다...두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