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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 주식 비중 줄이고 ‘물가+α’ 수익 노린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 주식 비중 줄이고 ‘물가+α’ 수익 노린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구재상(49)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11년째 이끌고 있다. “미래에셋이라고 왜 어려울 때가 없었겠느냐”는 그의 말처럼 굴곡도 많았지만 국내 자산운용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익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홍콩·미국·브라질·인도 등 8개국에 법인을 세워 금융업에서도 해외에 나가 돈을 버는 회사가 나와야 한다는 목표도 이뤘다.

이미 많은 걸 이룬 이 회사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큰 그림에 따라 다시 한번 변신하고 있다. 우선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사모펀드·ETF 등의 비중을 키워 수익률 목표를 다소 낮추더라도 시장금리+α 수준의 수익을 꾸준히 올린다는 목표다. 유로존 재정위기,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신흥시장의 위축 등으로 악재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주식에 매달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2년에 금리가 다소 오르더라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 목표 수익률을 예전보다 조금 낮춰도 투자자를 나름대로 만족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했다. 구재상 부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꾸준히 주식 비중을 낮추고 채권·상장지수펀드(ETF)·부동산·사모펀드·해외자산 등을 늘려왔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부동산과 사모펀드 등을 운용하는 대안투자 전문 계열사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2012년 3월에 합병하는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상품 구성의 다양화와 운용 규모의 대형화 등이 목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 12월 20일 합병 내용을 공시했다. 2012년 2월에 주주총회를 거쳐 3월 5일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두 회사의 합병 후 회사 이름은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자본금은 688억원이다.



금융환경 변화 맞춰 안전 중시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4년에 대체투자 전문회사인 미래에셋맵스를 세우고 세종투신과 SK투신을 인수해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자산 운용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번 유로존 재정위기 등을 거치면서 ‘꾸준한 수익’에 무게중심을 두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합병을 결정했다. 합병 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60조원에 이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설정 운용자산 46조원,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10조원, 해외 설정자산 약 5조원 등이다. 구재상 부회장은 “주식과 채권 등에 강점이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금융공학, 부동산, 사모펀드 등에 강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대안투자 장점을 결합해 포괄적 자산운용 서비스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수탁고 내용도 확 달라진다. 전체 자산에서 주식형이 72.04%→44.18%, 채권형 4.59%→21.80%, ETF 1.67%→8.44%, 부동산·사모펀드 3.90%→6.61%, 해외 설정액 0%→8.10% 등으로 변한다. 주식형 자산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런 변신은 한국형 헤지펀드 시대가 열린 시점에 걸맞은 전략 변화로 볼 수 있다. 헤지펀드란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원유·금을 비롯한 실물자산과 통화나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같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는 금융상품이다. 미래에셋은 12월 23일 나온 12개의 한국형 헤지펀드 가운데 3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걸 효과적으로 운용하려면 자산운용 따로, 맵스 따로인 현재의 구조를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글로벌 금융회사로 진용을 갖춰가는 것도 큰 변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 홍콩·미국·브라질·대만·인도·영국·캐나다·호주 등 8개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펀드를 팔고 있다.

2012년에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법인이 출범한다. 2011년에만 해외 운용자산이 4조4000억원 가까이 늘어 전체 자산 규모가 5조2185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회사는 2011년 12월 21일 일본에서 ‘다이와·미래에셋 한국셀렉트 펀드’를 3229억원어치 팔아 해외 운용자산 5조원을 돌파했다. 구재상 부회장은 “전체 해외 운용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은 것도 의미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투자심리가 움츠러든 시기에 보수적 성향의 일본 투자자를 대상으로 3000억원어치가 넘는 펀드를 팔았다는 게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운용자산 규모만 커진 건 아니다. 돈도 벌고 있다. 이 회사는 2009 회계연도(2009년 4월 1일~2010년 3월 31일)에 홍콩, 브라질, 영국 법인 등에서 600억원의 이익을 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1725억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구재상 부회장은 2012년에 해외 계열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이 모인 글로벌투자위원회를 맡아 해외 자산운용을 총괄한다. 국내 자산운용을 맡으면서 글로벌 자산 배분에 대한 종합적 투자전략도 짜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비슷한 일을 해왔지만 글로벌투자위원회라는 새로운 조직을 맡아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2010년에는 미래에셋 펀드의 수익률이 중하위권으로 밀렸고 환매도 끊이지 않았다. 회사가 간판 상품으로 내건 인사이트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60%까지 곤두박질쳤다. 펀드에 오래 묻어 두면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펀드 수익률도 신통치 않았다. “위기는 기회”라고 아무리 외쳐도 믿어주지 않아 정말 답답했다.



글로벌 무대 누빈다수십 조원에 이르는 고객 돈을 굴리는 부담과 압박감에 잠 못 드는 밤도 많았다. 그러나 2011년에 나름의 성과를 거둬 빈말이 아니란 걸 보여줬다.

특히 2011년 7월에는 미래에셋의 간판인 디스커버리 주식형 펀드가 출시 10주년을 맞았다. 구재상 부회장이 탄생부터 지금까지 줄곧 투자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직접 관리한 펀드다. 펀드에 대해 낯설던 시절에 본격적인 펀드 대중화 시대를 이끈 국내 대표 펀드다.

국내 첫 개방형 뮤추얼 펀드로 장기 투자와 적립식 투자 문화를 이끈 그는 2012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지뢰밭 투성이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감을 보인다. 언제나 그랬듯 “조금만 지켜봐 달라”고 조용히 말한다.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기자 nam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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