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고르기] 중고차 매매 고민 감가율로 해결
[중고차 고르기] 중고차 매매 고민 감가율로 해결
유통회사에 근무하는 김용진(33)씨는 새해가 되자마자 여러 중고차 사이트에 들어가 쏘나타, K5, SM5 등 중형차 정보를 검색했다. 현재 타고 다니는 기아차의 모닝은 두 달 후 아이가 태어나면 아무래도 작을 듯싶어서였다. 다만, 아내가 아이를 가진 후 직장을 그만둔데다, 앞으로 들어갈 육아 비용을 감안해 새 차보다 가격 부담이 적은 중고차를 택했다.
그러나 이곳 저곳 알아보니 가격이 제각각이고, 사기를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차라리 새 차를 사라는 충고도 있어 중고차 구입을 미룬 채 고민 중이다. 걱정거리는 또 있다. 현재 보유한 모닝을 중고차로 팔아 차량 구입비로 써야 하는데, 딜러를 잘못 만나 헐값에 넘겨 손해를 보지 않을까 찜찜하다.
김씨처럼 기존의 차를 중고차로 바꾸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요즘 들어 차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출고된 지 2~3년 된 차는 사고만 없다면 새 차와 다름없는데다 새 차보다 가격이 적어도 몇 백만원은 싸기 때문이다. 세금이 저렴하고, 같은 비용으로 살 수 있는 차종이 다양하다는 매력도 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가 5년 넘게 사용한 액화석유가스(LPG) 승용차를 일반 소비자도 살 수 있게 되면서 구입 비용과 유지비를 아낄 수 있는 기회가 새로 생겼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같은 차종이라면 가격이 일정한 새 차와 달리 중고차는 차마다, 지역마다, 중고차 딜러마다 가격과 상태가 다르게 마련이다.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손해도 볼 수 있다. 심지어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 차를 중고차시장에 팔 때도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조심해서 몰고 사고도 내지 않고 소모품도 제때 교환하는 등 애지중지 관리했더라도 상태가 나쁜 다른 차종보다 돈을 덜 받을 수도 있다.
중고차를 좀더 싼 값에 사고 내 차를 좀더 비싼 값에 팔고 싶다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때 기본 중의 기본은 자신이 사거나 팔려는 차의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차의 가치는 중고차 평균 거래가격에 해당하는 시세와 이 시세를 바탕으로 가격이 내리는 정도를 수치로 표시한 감가율을 알아야 한다. 감가율은 새 차를 살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가율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는 새 차를 사면 값이 비슷한 다른 차보다 가치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커서 나중에 중고차로 팔 때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가율은 새 차 구매자들도 반드시 따져봐야 하는 중요한 요소다. 자신의 차를 중고차시장에 내놓거나, 중고차를 살 때 참고할 수 있도록 2009년식 자동차의 감가율을 자동차 브랜드별로 살펴봤다. 2009년식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새 차 소비자들은 대개 구입 후 3년째에 들어서면 차를 바꾸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감가율 낮으면 값 덜 떨어져나온 지 3년째에 들어선 현대자동차의 2009년식 20개 차종의 평균 감가율은 34.5%로 국산차 메이커 가운데 가장 낮았다. 중고차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중 감가율이 가장 낮은 ‘베스트 감가율’ 1위 모델은 베라크루즈 4WD 300VX 럭셔리로 27.2%였다. 싼타페 2WD 2.0 VGT CLX 고급형도 감가율 27.9%로 현대차 평균 감가율보다 낮은 인기차로 꼽혔다. 인기 준중형차인 아반떼 HD도 감가율 30.0%로 비교적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거꾸로 감가율이 높아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차는 그랜저 뉴럭셔리 Q270 프리미엄 기본형으로 감가율이 46.3%에 이르렀다. 쏘나타 트랜스폼 N20 프리미어 블랙 최고급형과 베르나 트랜스폼 1.5 VGT 디젤 프리미어의 감가율은 각각 39.6%와 38.9%였다.
기아자동차에서 나오는 14개 차종의 평균 감가율은 34.6%로 현대차 다음으로 가치가 높았다. 감가율 1위는 20.7%를 기록한 쏘렌토R 2WD 2.2 VGT TLX 프리미엄이다. 국산차 56개 차종 중에서 감가율이 가장 낮은 ‘국산차 베스트 감가율’ 1위 자리에 올랐다. 차종은 같지만 일부 옵션이 빠져 새 차 가격이 220만원 저렴한 TLX 최고급형은 감가율 25.6%로 기아차 감가율 2위를 기록했다. 인기 경차인 기아 뉴모닝 SLX 고급형은 29.6%, 포르테 1.6 CVVT SLi는 32.0%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와 달리 프라이드 1.5 VGT 디젤 SLX는 감가율 48.7%로 기아차는 물론 비교대상 국산차종 중에서 가장 감가율이 높았다. 3년 만에 신차 값의 절반 수준에 거래되는 것이다. 로체 이노베이션과 오피러스도 가치 하락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로체 이노베이션 LEX20 최고급형은 42.7%, LEX20 프리미엄은 41.5%로 나왔다. 오피러스 프리미엄 GH330 고급형도 40.1%라는 높은 감가율을 보였다.
르노삼성의 6개 차종의 평균 감가율은 35.8%였다. 감가율이 가장 좋은 차는 뉴 SM3 LE16으로 25.1%다. 뉴 SM3 PE 모델이 그 다음 순이었지만 감가율 32.9%로 1위 차와의 간격이 컸다. SM5 뉴임프레션 LE 익스클루시브는 감가율 35.8%로 평균 감가율에 해당됐다. 반면 감가율이 가장 나쁜 차는 SM7 뉴아트 RE35로 평균보다 11.7%포인트 높은 47.5%를 기록했다. 같은 차종이지만 트림(세부 모델)이 다른 SM7 뉴아트 RE는 감가율이 36.8%로 10%포인트 이상 가치를 더 인정받았다. 뉴 SM3와 SM7 뉴아트에서 알 수 있듯이 모습과 성능은 같은 차종을 사더라도 트림에 따라 사거나 팔 때 이익을 볼 수도 있고 손해도 볼 수 있다.
한국GM 10개 차종의 평균 감가율은 36.4%였다. 감가율이 가장 낮은 차는 젠트라X 1.2 SX로 26.7%다. 라세티 프리미어 SX 일반형과 올뉴마트즈 SX 오렌지 에디션은 그 다음 순이었다. 감가율은 각각 29.8%와 32.2%로 산정됐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대표 차종은 토스카로 조사됐다. 토스카 프리미엄6 L6 2.0 SX는 감가율이 45.6%로 집계됐다. 몇몇 사양만 다른 L6 2.0 CDX도 감가율이 45.5%로 나왔다. 라세티 프리미어 CDX 고급형은 41.6%, 윈스톰 7인승 2WD LT 고급형은 40.2%로 그 뒤를 이었다.
쌍용에서 나오는 6개 차종의 평균 감가율은 38.9%로 산정됐다. 국산 메이커 중에서 감가율이 가장 나빠 차의 가치가 빨리 하락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쌍용차 중 감가율이 가장 좋은 차는 30.8%를 기록한 슈퍼 렉스턴 RX6 4WD 최고급형이다. 액티언 2WD 클럽은 37.6%, 슈퍼 렉스턴 RX7 AWD 고급형은 38.1%, 액티언 4WD 클럽은 39.1%였다. 구동방식에 따라 감가율이 달라졌지만 그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가치 하락폭이 큰 워스트 감가율 모델은 체어맨H다. 체어맨H 600S VIP는 감가율 48.1%로 조사대상 쌍용차 중 감가율이 가장 나빴다. 트림이 다른 500S VIPS는 그 다음으로 감가율이 높았지만 600S VIP보다는 낮은 39.7%로 산정됐다.
중고차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24개 수입차 차종을 대상으로 감가율을 분석한 결과, 평균 감가율은 40.5%로 나왔다. 국산차보다는 감가율이 나쁜 셈이다. 가치가 가장 높은 차는 감가율 29.8%를 기록한 미니(MINI) 쿠퍼S 1.6다. 조사대상 수입차 중 유일하게 20%대의 감가율을 보였다. 폭스바겐 골프 TDI는 31.6%,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는 33.3%, 아우디 뉴A4 2.0 TFSI 콰트로 다이내믹은 34.9%로 그 뒤를 이었다. 독일차들의 감가율이 비교적 좋게 나왔다.
이와 달리 일본차들은 워스트 감가율 모델에 많았다. 렉서스 GS350 스탠다드는 감가율 54.5%로 국산차와 수입차 통틀어 가장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혼다 레전드 3.7도 감가율 50.3%로 가치 하락폭이 컸다. 두 모델은 신차로 출고된 지 3년 만에 반값 이상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중고차 틈새시장
경매나 공매 활용하라
중고차 구입 루트는 크게 4가지다. 이 중 온라인을 이용한 개인 간 직거래, 매매업체 구매가 대세다. 아직 일반화되지는 않았지만 틈새시장인 경매와 공매도 있다. 자동차 경매장을 이용하면 중고차를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경매장은 매매업체에 중고차를 공급해주는 도매시장이기 때문이다. 경매장이 매매계약과 이전도 모두 처리해줘 편리하다. 그러나 현재 일반 소비자는 경매에 차를 팔려고 내놓을 수는 있지만, 경매에 참여할 수는 없다. 경매 참가 자격은 경매 회원으로 등록한 매매업체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경매장에 회원업체를 문의한 뒤 업체 직원과 함께 경매장을 찾아 간접적으로 응찰하거나 입찰을 의뢰하면 된다. 다만 매물 대수가 많지 않아 선택폭은 좁다.
경매와 비슷한 공매로도 차를 살 수 있다. 공매는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금융사 등에 지방세나 과태료가 장기 체납돼 압류된 차, 불법 주차로 견인된 차 중 30일이 지나도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장기 보관차, 무단 방치차 등을 공개 매각하는 것이다. 시세 70~80% 수준에서 입찰이 시작되므로 차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공매업체는 출품차 사고 유무, 주행거리 등 정보를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낙찰자에게는 이전 등록과 탁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만 매물이 적고, 매매업체에서 산 차와 달리 광택이나 수리가 안 돼 외관이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다. 공매로 차를 구입하려면 업체 홈페이지를 방문, 매각공고를 확인하고 희망차가 있을 경우 보관소를 방문해 실물을 확인하고, 입찰보증금(입찰금의 10%)을 지정계좌에 입금한 후 입찰신청을 하면 된다. 차를 낙찰 받으면 이전서류를 구비해 주거지 구청 자동차등록과 혹은 자동차등록사업소를 방문하면 소유권을 옮길 수 있다. 낙찰 받지 못하면 입찰 보증금은 입찰자의 은행계좌로 환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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