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論濁論] - 제조업 경쟁력 약화가 부른 불황
[淸論濁論] - 제조업 경쟁력 약화가 부른 불황
통계를 보면 1980년 이후 미국의 경상수지는 적자다. 1990년 걸프전 참전비용을 우방국에 보전 받았을 때 잠시 흑자가 났을 뿐이다. 미국의 경상수지가 적자행진을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Made in USA’의 경쟁력 상실이다.
한때 미국산(産) 제품은 고급의 상징이었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경쟁력을 잃었다. 기름을 덜 먹는 소형 자동차가 인기를 끌면서 대형차 중심의 미국 자동차 업계가 침체하기 시작했다. 미국 전자제품의 품질은 일본에 뒤처졌고 그 결과 막대한 대일 무역적자가 쌓였다.
대일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 엔화 가치의 파격적 절상을 유도했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240엔에서 약 120엔으로 조정되면서 미국의 경상수지가 잠시 개선되는 듯했지만 결국은 적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1985년 엔화 가치 상승 이후 일본 경제가 침체를 거듭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일본경제가 ‘잃어버린 20년’에 빠진 이유를 엔고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압력에도 위안화 절상을 거부하고 있는 걸 보면 그렇다. 중국의 이런 행보는 미국의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를 의도적으로 저평가해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지속적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그에 따라 달러가 세계경제에 엄청나게 공급되면서 이른바 ‘글로벌 임밸런스(Global Imbalanc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임밸런스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의 경상수지 흑자로 대비되는 지역 간 불균형 현상을 말한다. 이런 글로벌 임밸런스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가 세계 경기침체를 불러일으켰다는 얘기다.
최근의 유로존 위기도 사실 제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것이다. 유로존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을 보면 1990년대 이후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유로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들은 유로를 발행할 권리가 없다. 유로 발행권은 유로중앙은행에 있다. 이 때문에 무역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유로로 결제를 하면 그 화폐가 흑자국으로 유출된다. 반대로 적자국은 화폐를 발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 통화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이런 경우 디플레이션이 발생해 임금과 물가가 하락하고 경기는 침체한다. 또한 해외수입이 줄어들고 자국 물가가 떨어지며 자국 상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커진다. 이에 따라 수입이 줄고 수출이 늘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된다. 적자로 빠져나갔던 돈이 흑자를 통해 다시 국내로 유입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로존은 이 이론을 적용하지 않았다. 유로존의 무역적자국들은 디플레이션을 감내하는 대신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국채 발행을 선택한 것이다. 정부가 국채발행으로 얻은 돈을 다양한 용도에 사용하면 화폐가 국내에 풀리면서 디플레이션이 사라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가 부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민간에 풀린 돈으로 상품수입이 지속되기 때문에 무역적자가 다시 쌓인다.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국채 발행에 의존하다 보니 문제가 더 커졌고, 유로존 위기가 심화된 것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는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과 그에 따른 무역적자가 원인이다. 제조업 경쟁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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