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IATION] ‘WE LOST THE CABIN’
[AVIATION] ‘WE LOST THE CABIN’
2011년 4월 1일 오후 10시 56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승객 118명을 태우고 이륙한 사우스웨스트 항공 812편은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로 향하려고 순항고도(cruise altitude)인 3만6000피트에 이르렀다. LA센터의 항공관제사는 조종사로부터 일상적인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1분 정도 후 관제사는 812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통신이 잘 들리지 않다가 드디어 조종사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 긴급상황 객실을 잃었다(declaring an emergency we lost the cabin).”
애리조나 주립대 박사 과정 학생인 쇼나 말비니 레든(29)은 8번 열의 창측 좌석에 편안히 자리잡자마자 귀청이 찢어질 듯한 파열음을 들었다. 산소 마스크가 천장에서 떨어지면서 비행기가 앞쪽으로 쏠렸다.
LA의 관제사는 조종사에게 메시지를 반복하라고 했다. “비상착륙을 요청한다 객실을 잃었다 하강한다(Request an emergency descent we’ve lost the cabin and we’re starting down).”
“객실을 잃었다”는 말은 객실여압(cabin pressure)이 갑자기 크게 떨어졌다는 뜻이다. 조종사들에게는 두 가지가 시급했다. 고도를 낮추고 비상착륙할 공항을 찾는 일이었다.
바람이 객실에 몰아쳤지만 말비니 레든은 침착한 승무원들을 보고는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다. 그래도 그녀는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손을 잡았다. “추락한다면 적어도 누군가와 가깝게 느끼고 싶다(If I’m going to go down, at least I want to feel connected to somebody)”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녀는 돌이켰다.
몇 분 뒤 812편은 애리조나 주 유마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기체의 외판이 벗겨져 객실 천장에 길이 150㎝, 넓이 23㎝의 구멍이 뚫렸다.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관들에겐 그런 구조적 결함이 눈에 익어 보였다. 2009년 7월에도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비행기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 비행기 역시 보잉 737기였다. 동체 외판(fuselage skin)이 취약한 내력이 있는 기종이었다.
NTSB 조사관들은 812편의 파손된 객실 천장을 떼어내 워싱턴의 실험실로 가져갔다. 심각한 제조 결함(serious manufacturing flaws)이 드러났다. 동체 외판이 겹치는 이음부(lap joints)의 상판과 하판 리벳 구멍 42개가 일치하지 않아 둥근 아래쪽 구멍들이 타원형으로 변한 상태였다. 그래서 피로균열(fatigue cracks)이 일어났고 외판 겉면에 칠한 페인트가 접합부 속으로 흘러내린 흔적이 역력했다.
1996년 인도된 비행기였다. 보잉 737 중 ‘클래식(Classics)’으로 알려진 모델이었다. 812편의 비상착륙 직후 이 모델의 수석 엔지니어 폴 리히터는 비행기의 그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균열이 예상됐지만 812편보다 훨씬 노후한 경우에만 그렇다고 말했다. 제임스 맥너니 보잉사 CEO는 문제가 비행기 한 대의 제조 실수일 뿐 전반적인 설계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보잉 737 클래식의 안전 운항 수명(safe service life)은 6만 차례의 운항으로 알려진다. 그 기준에 맞추려면 실제로는 그 두 배를 운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 항공 812편은 그때까지 3만9781차례 운항했을 뿐이었다. 안전 운항 한계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다. 따라서 안전 시스템 전체가 의문시됐다.
NTSB의 항공기 추락 조사관을 지낸 진 두브는 812편의 사고에서 발견된 결함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런 문제를 보면 ‘이건 단순히 휴일 기분이 가시지 않은 월요일 아침의 제조 라인에서 일어나는 그런 사소한 실수가 아니다(This is not just a Monday-morning mistake on a production line). 좀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항공안전연구소(ASI)의 패트 더긴스도 동의했다. 그는 이 분야에서 28년이나 일했다. “이런 일이 비행기 한 대에서만 일어나기는 불가능하다. 어쩌다가 한 번 일어나는 사고가 아니다(it’s not a flash in the pan). 제조와 보수·유지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보잉 737기의 동체에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을까? 보잉사는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문들의 서면 답변에서 “737기의 지속적인 안전 실적과 상업적인 성공을 고려하면 여러 해에 걸쳐 다양한 개선 사항과 기술적 발전을 비행기 시스템과 구조에 적용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무리 개선과 발전을 적용하더라도 지금의 737기 동체가 1960년대에 설계됐다는 사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업그레이드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737기가 여전히 금속피로(metal fatigue)에 의한 균열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결함이다.
화물칸의 냉동생선: 보잉 737은 지역간 노선용(intercity routes)으로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2.5초마다 한 대가 이륙하거나 착륙한다. 다른 비행기에 비해 사고율도 비교적 낮다. 250만 시간 운항마다 한 건 꼴이다. 첫 737기가 운항한 지 45년이 지났지만 항공사들이 737 최신 모델을 계속 원하기 때문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보잉 737처럼 객실 통로가 하나이며(single-aisle) 승객 120~200명을 태우는 제트기는 보잉이든 경쟁사인 유럽의 에어버스든 항공기 제조업계의 수익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다(sweet spot). 분석가들은 앞으로 20년 동안 항공사들에게 이런 비행기 2만5000대(약 2조 달러 규모)가 필요하리라고 예측한다. 세계 어디서든 대다수 항공 여행자들이 애용하는 비행기다.
그 시장을 수십 년 동안 보잉이 독차지했다(Boeing had had that market to itself). 그러나 에어버스의 A320 시리즈에 위협 받자 보잉은 1997년 737NG(Next Generation) 시리즈를 개발했다. 에어버스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날개, 엔진, 항공전자(avionics)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동체는 일부 개량 외에는 원래 그대로의 설계를 유지했다.
비용 면에서 합당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다른 유리한 점도 있었다. 엄밀히 말해(technically) NG 시리즈는 기존 기술과 신기술의 혼합이기 때문에 미 연방항공청(FAA)은 그 모델을 완전히 새로운 항공기로 취급하지 않아도 무방했다. 완전히 새 기종이라면 비용이 많이 들고 시일도 오래 걸리는 엄격한(rigorous) 테스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FAA는 ‘개량 모델 증명서(Amended Type Certificate)’의 발부로 NG의 운항을 승인했다. 항공사들은 첫눈에 737NG에 반했다(Airlines loved the NGs on sight). 이전 모델처럼 동체 외판에 똑같은 약점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 약점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객실 내부의 공기를 가압할(pressurizing the air) 때 발생하는 중압(strain)에서 비롯됐다. 제트기의 안전 운항 수명(safe working life)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압을 견딜 수 있는 횟수다. 비행기가 순항고도로 올라가면서 객실 내부와 외부의 압력 차이가 커진다. 순항 중 객실 창에 가해지는 팽창력(outward force)은 0.5t에 해당한다.
동체의 외판이 약해지면 객실 내부의 가압된 공기가 그 약한 부분을 찾아 빠져나가려 한다. 기내 흡연이 허용됐을 때 동체 외판의 약점을 찾는 안전검사 요원들은 공기가 새나가면서 남은 고리 모양의 니코틴 침전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외판에 결함이 있으면 두 가지 결과가 초래된다. 첫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두 경우처럼 급속한 감압이 나타난다. 두 번째는 구조적 결함이 광범위하고 치명적일 때 일어나는 순간적인 폭발 감압(explosive decompression)이다.
그로 인한 치명적인 사고가 1981년 발생했다. 대만의 한 항공사가 운항한 737기는 2만2000피트 상공에서 갑작스러운 감압으로 추락해 탑승한 110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조사관들은 그 비행기가 자주 운송하던 화물칸의 냉동 생선이 동체 외판에 부식(corrosion)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7년 뒤 알로하 항공사의 737기가 하와이 마우이 상공 2만4000피트에서 객실 천장의 240x360㎝ 정도를 잃어 승객들이 외부 공기에 노출됐다. 승무원 한 명이 빨려나가(A flight attendant was sucked out) 사망했지만 놀랍게도 조종사들이 비행기를 착륙시켰다. 알로하 737기는 습도가 높은 조건에서 단거리 운항 횟수가 과도해 부식과 금속피로로 중압을 견디지 못했다.
알로하 항공의 사고 후 보잉사, NTSB, 금속피로 전문가들은 737기 동체의 구조적 결함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해당 비행기 자체의 노후에 못지 않게 737기의 설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as much to do with the age of the 737’s design as with the age of the airplanes involved).
얇은 외판: 737기의 설계는 1964년 시작됐다. 보잉사가 미국 내의 경쟁사 맥도널 더글라스(나중에 보잉에 인수됐다)와 소형 제트기를 두고 경쟁을 벌일 때였다. 보잉사는 좀 더 대형인 727기에서 사용하는 동체 설계를 가져와 개조했다. 737기는 클래식 시리즈가 등장한 1985년에 이르러 황금알을 낳는 거위(cash cow)가 됐지만 당시에는 그러리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737기는 세계의 다른 어떤 1세대 제트기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았다. 얄궂게도 그런 장수의 결과로 737기는 60년대 비행기 설계의 원초적인 결함을 그대로 갖게 됐다.
항공기 노화와 금속피로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 코넬대 토목·환경 공학 대학원의 토니 잉그라피아 교수다. 알로하 737기의 파손된 동체를 철저히 조사한 그는 737기의 탄생을 돌이키며 당시 가용한 엔진은 새로운 모델을 감당하기에는 힘이 부쳤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설계자들은 무게를 줄이려고 동체 외판에 두께 0.036인치(약 0.9㎜로 기타줄의 넓이 정도)의 알루미늄 합금(aluminum alloy)을 사용했다. 잉그라피아는 737기 동체의 겹이음부(알로하뿐 아니라 사우스웨스트의 812편의 경우에도 문제가 된 부분이다)에 조사를 집중했다. 그는 그 부분이 “737기의 아킬레스건(Achilles’ heel of the 737)”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에는 아무도 저가 항공사(budget airlines)의 도래를 예상하지 못했다. 저가 항공사의 경우 비행기 한 대가 하루 5~6회씩 운항한다. 잉그라피아는 항공기의 노후는 햇수로 측정하기가 불가능하다(you can’t measure the aging of airplanes in years)고 강조했다. “누적된 운항 횟수로 파악해야 한다(it’s the total of flight cycles).” 가압이 이뤄지면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문제라는 뜻이다. 운항 횟수가 많을수록 금속피로에 따른 균열이 더 빨리 나타난다.
잉그라피아는 모든 사안이 원초적인 문제로 귀착된다고 생각한다. 외판의 두께(skin thickness)를 말한다. “737 시리즈가 계속 개량되는 동안에도 외판의 두께는 변함이 없었다. 외판과 관련된 모든 부품을 바꾸지 않고는 두께를 바꿀 수 없다. 바꾸려면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하지만 그런 노력은 없었다(It would constitute a radical redesign, which was never done).”
만성적인 균열: 보잉사는 1990년대 초 NG 시리즈를 설계하면서 737 클래식 동체의 되풀이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항공안전연구소의 패트 더긴슨에 따르면 NG가 생산되기 전 동체에 38가지의 설계변경이 이뤄졌다. 그 다음 중대한 결함이 해결됐는지 확인할 목적으로 실험을 했다. 단거리 운항 22만5000회(일반적인 안전 운항 횟수의 세 배)에 해당하는 스트레스를 가했다.
더긴스는 실험 자체가 실제 운항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험은 날개가 동체와 만나는 핵심 하중지지 부분인 날개박스(wing box), 그리고 착륙할 때마다 동체에 강한 스트레스를 전달하는 착륙장치(landing gear)가 없이 실시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더긴스는 NG 시리즈의 동체가 설계 변경으로 수명이 크게 늘어났다고 믿지 않는다. 그는 그 실험 결과가 보잉사의 설계 기준에 부합했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보잉사는 그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 실험이 “실제 운항의 완벽한 시뮬레이션”이었다며 “모든 하중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날개박스와 착륙장치가 실험 대상 동체에 붙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보잉사는 항공사에 신형 NG 모델 수백 대를 인도하는 중에도 실험 결과를 반영해 설계에 10여 가지를 추가로 변경했다고 인정했다. NG 시리즈의 동체가 실제로 어떻게 노후되는지 알려면 수 년이 지나야 했다. 실제로 균열과 관련된 새로운 결함이 드러나면서 이미 운항 중인 737기 수천 대를 대상으로 개조가 실시됐다.
그러나 737 NG 동체는 아직도 취약한 듯하다. FAA의 감항성 개선지시(Airworthiness Directives)를 조사해본 결과 그런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에서 운항되는 모든 항공기는 사소한 문제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장애까지 모든 문제에서 안전검사와 변경을 요구하는 이 지시에 따라야 한다.
2000~01년 운항 중인 NG 시리즈가 2000대를 넘어선 시점에서 737기 동체의 균열·금속피로와 관련된 감항성 개선지시가 13건으로 확인됐다. 특히 2001년 11월 5일 FAA는 기체후부 압력격벽(aft pressure bulkhead)의 결함을 해결하는 “즉각적인 수정 (immediate corrective action)”을 지시했다. 탄산수 병마개처럼 가압 상황에서 객실의 후미를 밀폐하는 부분으로 안전에 결정적인 부분이다. FAA는 그로 인해 꼬리날개의 수직안정판이 떨어져 나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즉시 시정 조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안전점검에서 항공사 4곳이 737기가 경착륙(hard landing, 앞바퀴로 착륙하는 방법으로 난기류에서 흔히 사용된다)을 할 경우 그 충격으로 기체후부 압력격벽이 손상돼 수직안정판이 완전히 고장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 격벽 문제와 관련된 개선지시가 다섯 차례나 내려졌다. 전 NTSB 조사관인 두브는 NG 시리즈의 꼬리날개 수직안정판은 클래식 모델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비례적으로 더 큰 하중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잉그라피아도 e-메일 인터뷰에서 FAA 개선지시와 관련해 “동체 외판 균열과 기체후부 압력격벽 문제가 확실히 만성적(Skin cracking and aft bulkhead problems are clearly chronic)”이라고 말했다.
보잉사의 NG 동체 금속피로 실험에서 착륙장치가 포함되지 않은 게 문제라는 더긴스의 지적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결국 항공사 네 곳이 737의 경착륙시 압력격벽이 손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체적으로 발견하게 된 것이다. 보잉사는 뉴스위크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압력격벽에 “지속적인 문제(persistent problems)”가 있었다는 말은 “옳지 않다(not correct)”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보잉사는 감항성 개선지시의 세부 사항과 관련된 질문에는 이렇게만 답변했다. “개선지시가 연령이든 다른 요인이든 737의 구조적인 문제나 균열의 정도에서 특이하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데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안전 실적(unmatched safety record)이 보여주듯 우리의 안전운항 시스템은 수십 년에 걸쳐 입증됐다.”
실제로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항공사의 NG 시리즈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 737은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판매 대수가 1만 대에 육박하며 넘치는 수요에 부응하고자 보잉은 2014년까지 매달 42대의 인도를 목표로 한다. 737이 에어버스 A320보다 사고가 더 많긴 했지만 안전도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영국의 항공 컨설팅업체 어센드의 폴 헤이스가 설명했다(그는 항공 안전의 가장 광범위하고 신망 높은 데이터뱅크 중 하나를 감독한다). 737의 높은 사고율은 안전 규제가 느슨한 지역에서 운항되는 비행기 중 A320보다 737이 더 많다는 사실이 부분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그가 말했다. “추락 사고 때문에 항공여행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사실 비행기는 매우 안전하다.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할 확률은 1500만 분의 1이다(the chances of dying in an air crash are one in 15 million).”
문제는 동체 설계 기술이 수십 년에 걸쳐 발전했지만 737의 경우는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그 결과 우리 안전의 최종 책임은 보잉사로부터 항공사와 FAA의 보수 유지와 안전 점검으로 넘겨졌다. 지금까지는 이런 최종 안전망이 대부분 잘 작동했다. 그러나 현 상태에 만족해선 안 된다(But that’s no cause for complacency). 만성적 문제의 전력을 가진 노후한 설계가 지금도 우리가 가장 애용하는 비행기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보잉사가 효자 기종인 737기를 조만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원래 보잉사는 부식하지 않는 합성재료(noncorroding composite materials)를 사용한 완전히 다른 동체의 새로운 737기 개발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2010년 12월 에어버스가 A320의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발표했다. 그뒤 9개월도 채 못 가 에어버스는 항공사들로부터 약 1200대의 신형 모델을 주문받았다.
그러자 보잉은 787 드림라이너의 신개발과 기존 747, 777의 개선으로 이미 많은 투자를 한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737 개발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737의 후속 시리즈 737MAX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연료 효율성을 10~12% 개선해 주는 새 엔진을 장착하지만 동체는 대부분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MAX는 2025년 훨씬 이후까지 운항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정은 경영 실적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지난해 12월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자사 최대 규모인 737기 208대를 주문했는데 그중 150대가 MAX 모델이다. 또 지난 1월 노르웨이의 한 항공사는 737기 122대를 주문했다. 보잉사가 유럽 항공사에서 주문받은 최고 물량이다.
MAX 시리즈로 737 동체의 원래 설계 수명은 또 다시 연장됐다. 토니 잉그라피아 교수는 보잉사의 그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내게 이렇게 말했다. “보잉은 설계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Boeing are stuck with a design that they want to fly forever).” 정확한 예측이었다.
[필자는 여행 전문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의 객원 기자이며 ‘대형 여객기: 747의 개가(Wide-Body: The Triumph of the 747)’ 저자다. Additional reporting by CLARK MERREFIELD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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