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lf] 골프볼의 끝없는 ‘기술·색깔·마케팅’ 전쟁

골프볼과 관련한 R&A골프협회와 미국골프협회(USGA)의 규정은 단순하지만 단호한 네 개의 문구로 되어 있다. ‘무게는 1.62온스(45.93g)이하여야 하고, 크기는 1.68인치(42.67mm) 이상이어야 한다. 대칭성을 가진 볼의 특성 외 다른 특성을 갖도록 디자인되거나 제조되거나 의도적으로 개조돼선 안 된다. 성능에서 초속과 총 거리 제한 규정을 넘어서는 안 된다.’
눈으로 거의 구분되지 않는 볼 성능을 위해 용품사들은 사소한 기술 차별화에 집중한다. 다른 골프용품과 달리 볼은 끊임 없이 소비되는 소모품이기 때문이다. 새 볼이 출시될 때마다 용품사들이 마케팅에 쏟아 붓는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첨단의 기술력과 과학이 언급된다. 어떤 건 이해되지만 어떤 건 미사여구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그중에서 골퍼들의 이해를 돕고, 본인의 스타일과 비교할 수 있고, 구매에도 참고할 내용을 모았다.
◇마케팅 변천사=선두주자인 타이틀리스트는 ‘프로들의 볼 사용률, 대회에서 우승한 볼의 비율’ 등 투어에서 사용되는 현황을 마케팅의 중심에 놓는 이른바 수비형 전략을 고수한다. 이에 반해 다른 브랜드들은 혁신성과 신제품임을 내세우는 공격형 전략을 주로 펼친다. 2년 전 테일러메이드는 5피스볼 개념을 주창했고, 올해 나이키골프는 고무 위주인 코어 소재에 레진을 처음 적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던롭은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컬러볼에 펄을 입히거나 향기 나는 볼을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 브랜드인 볼빅은 컬러볼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펼쳤다. 한 더즌에 4개의 볼 색깔을 넣어 출시하면서 ‘캐디들이 가장 선호하는 볼’이라는 구전 효과를 노렸다. 골퍼 4명의 볼을 일일이 확인하고 거리를 불러주는 캐디로서는 4개의 흰색볼보다는 각기 다른 4개 색깔의 볼이라면 거리를 불러주고 클럽을 골라주기가 훨씬 편하다는 이점이 반영됐다. 또한 컬러볼은 겨울에만 쓰는 볼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켰다. 흰색을 고집하던 타이틀리스트도 컬러볼을 내기에 이르렀다.
◇피스 구조=볼은 기본적으로 중심부인 코어와 커버로 구성돼 있다(연습장용 1피스 통볼도 있지만 요즘엔 드물다). 2피스 볼이란 저렴한 가격대의 볼, 비거리를 내는 특징을 이용한 볼이 주를 이룬다. 브랜드와 모델 중에는 타이틀리스트 DT솔로, 스릭슨 소프트필, 캘러웨이 HX디아블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3피스는 커버와 코어 사이에 맨틀층이 하나 코어를 둘러싸고 있는 볼이다. 이런 볼은 부드러운 감각으로 스핀이 잘 먹는 편이어서 숏게임에서 효과적이다. 타이틀리스트의 프로V1을 비롯해, 캘러웨이 헥스 디아블로투어, 브리지스톤 e6 등이다.
2008년 출시되기 시작한 4피스는 맨틀이나 코어가 2개의 층을 이룬 볼이다. 비거리에 효과가 좋은 2피스와 숏게임과 부드러운 조절감에서 장점인 3피스의 장점을 모두 추구한 제품이다. 그래서 티샷에서 스핀이 적어 비거리 향상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숏게임에서는 스핀이 잘 먹어 그린에서 잘 선다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성능이 마케팅 포인트였다. 타이틀리스트 프로V1x, 브리지스톤 B330, 테일러메이드의 뉴TP레드, 나이키골프 원플래니넘, 캘러웨이 투어ix 등이다.
2010년에는 테일러메이드에서 여기에 레이어를 하나 더 넣은 5피스볼 펜타TP를 출시했다. 3년의 연구 개발 기간을 거쳐 탄생했다는 이 모델은 골퍼의 스윙 스타일에 따라 평소보다 더 빠른 볼 스피드와 더 긴 비거리를 낸다고 홍보했다. 올해는 캘러웨이에서 5피스볼의 테마를 이어받아 헥스블랙투어를 출시했다. 코어와 맨틀을 각각 부드럽거나 단단한 2중 구조로 했다. 이를 통해 드라이버샷의 저 스핀과 웨지샷에서의 고 스핀의 차이를 최대한 벌렸다는 게 이 제품의 포인트다.
◇소재 차이=커버는 어떤 소재를 썼느냐에 따라 가격대가 나뉜다. 내구성이 있는 아이오노머 혹은 설린 같은 합성수지의 커버는 가격대가 낮은 편이다. 더 부드럽고 탄성이 좋은 재료인 우레탄 커버는 제조 단가가 비싸다. 특히 던롭의 젝시오 LX는 출시되는 제품 중 가장 얇은 0.5mm의 초슬림 우레탄 커버로 부드러운 타구감과 함께 숏게임에서 뛰어난 스핀 성능을 발휘하도록 했다. 그리고 맨틀 층에는 고반발에 강성의 아이오노머를 넣었다. 자체 실험 결과 이전 모델인 젝시오AD보다 탄도는 낮아지고 비거리는 더 길어진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올해 나이키골프에서 듀폰과 합작으로 출시한 모델 20XI는 코어에 고무 대신 플라스틱 신소재 레진을 적용했다. 코어를 레진으로 하고 레진과 고무를 합성한 이중 코어체제로 구성해 중심은 가볍고 외부로 갈수록 무거워져서 관성모멘트(MOI)를 극대화시킨 원리다. 이에 따라 드라이버 샷에서는 자연스럽게 스핀량이 줄어 비거리가 늘지만, 숏게임에서는 반대로 스핀량이 커져 컨트롤이 좋아진다는 것이 나이키골프의 설명이다.

◇딤플 구성=딤플은 볼의 양력을 높이고 공기 저항을 줄여 비거리를 늘리는데 절대적인 요소다. 1세기 전 우연히 흠이 난 볼을 쳤더니 의외로 볼이 더 멀리 나가는 데서 착안됐다. 이후로 볼록 딤플이나 가로세로 격자무늬의 딤플 디자인이 다각적으로 시도되었으나 요즘에는 오목 딤플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최근엔 딤플의 개수와 모양과 배열이 기술력으로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캘러웨이는 딤플을 벌집처럼 생긴 6각형 디자인으로 제조한 헥스(HEX) 제품을 특허로 가지고 있다. 브리지스톤의 e5, e6 모델은 작으면서 깊은 딤플과 넓으면서 얕은 듀얼 딤플 구조를 특징으로 내세운다. 작고 깊은 딤플은 초기 런치앵글을 높이고 넓고 얕은 딤플은 볼의 완만한 하향각도를 만들어 볼이 떨어지고 나서 런이 길어지는 기능을 돕는다는 원리다.
골프장갑 제조업체인 한영캉가루에서는 2004년 ‘딤플이 많으면 비거리가 더 늘어난다’면서 볼 하나에 딤플을 총 1070개나 판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딤플릿1070은 큰 딤플 364개와 작은 딤플 706개를 팠으나 지금은 나오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딤플 깊이를 달리한 폴라라 볼이 출시되어 공인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볼 가장자리의 딤플을 깊이 파고 가운데로 갈수록 얕아지도록 했다. 그랬더니 옆으로 휘어지는 슬라이스나 훅성 구질을 75% 이상 방지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1977년 출시 이후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미국골프협회로부터 비공인으로 판정 받았다. 최근 국내업체에서 폴라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컴프레션=볼을 쳤을 때 얼마나 딱딱한 느낌인지 부드러운지는 볼의 경도 즉, 컴프레션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골프볼은 임팩트 순간의 충격으로 변형이 가해지고 그 반발력을 에너지로 전환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다. 그때의 반발력을 결정하는 것이 컴프레션이다. 스윙 스피드가 느린 골퍼가 프로용 컴프레션 볼을 사용한다면 임팩트 때 볼에 전달되는 반발력이 충분치 못해 비거리에서 손실이 생긴다. 반대로 프로가 시니어나 여성이 사용하는 컴프레션 낮은 부드러운 볼을 사용한다면 너무 강한 변형이 생겨 볼 컨트롤이 힘들다.
일반적으로 남성 골퍼들은 컴프레션 90~100의 볼이 나오며 여성용은 70~80 정도로 부드러운 제품을 권한다. 시중에 나온 제품 중에서는 윌슨스탭의 듀오가 컴프레션 37로 가장 부드럽다. 커다란 코어에 순수 고무의 분량을 늘리면 이 정도로 나온다. 반면 스릭슨 Z스타와 나이키골프 원블랙은 컴프레션 100으로 스윙 스피드가 빠른 골퍼나 프로용 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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