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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t Most Deadly 세금 빚을 죽음으로 갚다

Debt Most Deadly 세금 빚을 죽음으로 갚다



이탈리아 밀라노 근처 브레시아에서 광고 대행업자로 일하던 마르코 투리니(41)는 지난 5월 말 한계상황에 다다랐다(reached his breaking point). 1년 넘게 실직 상태였던 데다 세금 징수원(tax collectors)의 압력에 시달려온 그는 네 살짜리 아들 사무엘레와 14개월짜리 딸 베네데타를 6층 아파트의 창문 밖으로 던졌다. 그리고 부인까지 창문 밖으로 밀어 떨어뜨리려 했지만 그녀가 도망치자 스스로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투리니는 즉사했고(he died on impact), 어린 두 자녀는 이웃들이 달려와 목숨을 구하려 했지만 몇 분 후 숨을 거뒀다. 비극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이탈리아 전역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5월 10일 오후 나폴리 교외에 살던 사업가 아르칸젤로 아르피노(63)는 폼페이에 있는 로사리오 성모 성당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는 머리에 관을 쓴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그려진 그림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한 다음 밖으로 나와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나지막한 돌담 위에 앉아 7.65mm 구경(caliber)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쐈다(shot himself in the head).

그의 주머니에서 입구를 봉한 편지 봉투 세 개가 발견됐다. 한 편지는 성모 마리아에게 부인과 자녀를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한 봉투에는 자신이 운영하던 건설업체의 복잡한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쪽지가 들어 있었다. 마지막 봉투는 이탈리아 정부가 지정한 세금 징수 대행업체(national tax-collection agency) ‘에퀴탈리아’ 앞으로 돼 있었다.

아르피노는 반복적인 위협과 가차없는 조세사정(relentless tax assessments)으로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몬(pushing him over the edge) 그들을 비난했다. 클라우디오 달레시오 폼페이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현재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풀밭에 남은 (아르피노의) 핏자국은 이 지역과 이 나라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상징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그를 죽인 거나 다름없다. 시민들은 한계에 다다랐다.”

주제페 캄파니엘로는 5월 28일 볼로냐의 에퀴탈리아 사무실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set himself on fire). 에퀴탈리아로부터 체납 벌금을 두 배로 올리겠다는 최후통첩(a final notice)을 받은 뒤였다. 캄파니엘로는 9일 후 한 병원의 화상 병동(a burn ward)에서 사망했다. 그는 부인 티치아나마로네에게 자신들의 끔찍한 경제 상황(their dire financial straits)을 털어놓지 못했다.

자존심과 당황스러운 마음이 합쳐져서(a mix of pride and embarrassment) 그랬던 듯하다고 마로네는 말했다. 그녀는 남편이 자살 전에 남긴 가슴 아픈 편지(his poignant suicide note)를 발견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난 지금 울고 있소. 오늘 아침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에서 나왔소. 당신을 깨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하도 곤히 잠들었기에 차마 깨우지 못했소.

오늘은 끔찍한 날이오. 모두에게 용서를 구하오. … 그리고 온 가족에게 키스를 보내오. 사랑하오.”투리니와 아르피노, 그리고 캄파니엘로는올 들어 정부의 긴축조치(austerity measures)로 인해 자살하거나 죽음에 이른 이탈리아인 80여 명 중 세 명일 뿐이다. 마로네는 슬픔에 찬 자살 희생자의 미망인[이탈리아 언론은 이들에게 ‘백색 미망인(white widow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들을 규합해 단체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볼로냐에서 최초의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캄파니엘로의 분신으로새까맣게 그을린 보도(the charred sidewalk where Campaniello set himself alight)부터 그가 사망한 화상 병동까지 행진했다. 이들의서가 들려 있었다. 마로네는 로마와 남부 빈민 지역에서도 행진할 계획이다. 그녀는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가족을 부양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갈 수 있겠나? 이런 선택을 하기까지 남편이 얼마나 절박한 심정이었을까 생각하면 기가막힌다.” 자살 희생자 유족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이탈리아 신빈곤층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게 그녀의 목표다.

한때 유럽에서 자살률이 가장 낮았던 그리스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자살했다. 2009년 이후 정부의 긴축정책에 따른 경제적 압박으로 자살했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1727명에 이른다. 25세 미만 인구의 실업률이 50%가 넘는 스페인에서도 이런 섬뜩한 일이 늘어나고 있다. 2009년 이후 불경기가 계속된 아일랜드에서는 경제위기 이후 고의적 자해(deliberate self-harm) 비율이 두배로 늘었다. 유로존 위기의 타격이 심한 국가들에서는 우울증이 증가하고 자살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 경제위기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데이비드 스터클러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자살 증가의 주요인은 불경기와 긴축정책이다. 긴축정책은 힘든 시기를 한층 더 견디기 어렵게 만들(making hard times more difficult) 뿐 아니라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축소시킨다. 보통 ‘어떤 질병이 단기간에 증가할 때’ 그 병을 전염병이라고 말한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현재 자살을 전염병으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유럽 남부의 여러 국가에서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거나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없게 된 많은 사람에게 자살이 유일한 탈출구(the only way out)가 됐다. 최근에는 자영업을 하는 장인들(self-employed craftsmen)과 아르피노 같은 사업가, 디미트리스 크리스토울라스(77) 같은 퇴직자(retiree)들의 자살이 늘었다. 그리스 정부의 가혹한 긴축정책이 실시된 이후 크리스토울 라스가 다달이 받는 퇴직 연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약사였던 크리스토울라스는 지난 4월 초 그리스 의회 앞의 신타그마 광장에서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그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쪽지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내 인생을 품위 있게 끝내는 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는(fishing through garbage cans for sustenance) 신세를 면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공공장소에서의 자살(public suicides)은 많은 이에게 개인적 고통의 상징(a symbol of personal pain)으로 받아들여지며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5월 6일 그리스 1차 총선(거국 내각 구성에 실패했다)을 앞둔 주에는 같은 날 세 명이 자살했다. 실직한 지질학 교수 한 명이 가로등에 목을 맸고, 한 학생은 미래의 희망이 없다(he had no future)는 이유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쐈으며, 교구 주민들의 고통 (his parishioners’woes)을 보다 못한 한 사제는 발코니에서 몸을 던졌다.

요즘 그리스에선 하루 한 명꼴로 자살을 한다. 이렇게 자살이 잦다 보니 언론도 둔감해져 자살 사건이 공공장소에서 일어날 때만 보도한다.자살을 할 경우 일반적으로 생명보험의 효력이 없어지지만(are generally nullified)부채도 죽은 사람과 함께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몇 개월 전부터 자살을 계획하고 남은 가족이 빚을 떠안지 않도록(in order to ensure their survivors won’t be saddled with lingering debt) 서류를 모두 정리한 뒤 실행에 옮기는 경우도 있다.

2개월 전 트레비소에서 자살을 고려하는 장인들을 위해 개설된 상담전화의 한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자신이 자살하면 가족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 뉴스에 자살 소식이 보도될 때마다 상담전화가 급증한다.”이탈리아 자살 희생자의 유족들은 부채수금 대행업자들의 위협적인 방식이 사랑하는 가족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확신한다.

이탈리아 정부의 공식 세금 징수 대행업체 에퀴탈리아는 징수원들이 위협적인 방식을 사용해 비난 받아 왔다. 이 업체는 체납세금 1540억 달러와 장기 탈세(tax evasion)에 대한 연체료(late fees) 징수 임무를 맡았다. 에퀴탈리 손에는 항복을 상징하는 백기와 남편의 유아는 정부의 힘든 일을 대행하는 대가로 연체료에 9%의 수수료를 더 얹어 받는다.



이업체는 자동차 관련 벌금(car fines)과 개인 채권자의 미수금(unpaid bills for private creditors)도 징수하는데 수수료가 15%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2010년 이 업체는 88억 7000만 유로의 세금을 징수해 12억9000만 유로의 수익을 올렸다고 보고했다. 올해는 탈세자들의 숨통을 조인 덕분에 20배나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지난달 에퀴탈리아는 금리를 약간 낮췄지만 납부기한을 어긴 납세자들에게 매기는 벌금을 두 배, 세배로 올리는 바람에 세금 빚과 연체료를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만들었다. 아르피노는 유서에서 에퀴탈리아가 “내 인생을 망치려

고 작정한 듯 덤벼들었다”고 원망했다.

최근 에퀴탈리아는 전국 노동질서 컨설턴트 위원회와 합의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만한 극단적인 세금 징수 방식을 분류하기로 했다. 에퀴탈리아에서 세금 빚에 쪼들리는 고객들(debt-ridden clients)의 변호를 맡아 오던 수석 변호사 젠나로 데 팔코는 지난 4월 “에퀴탈리아의 세금 징수 방식”에 항의하며 공식 사퇴했다. “난 품위를 지키기 위해 이 직책과 수임료를 기꺼이 포기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내 사퇴가 고객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양심을 지키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리고 어쩌면 변호사들의 품위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고,우리 모두가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이탈리아의 사회적·도덕적 관리 방식을 되돌아보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에퀴탈리아의 세금 징수를 거부하고 징수원들을 몰아내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정부가 세금과 연체료를 징수하는 힘든 작업을 다시 떠맡고 있다.

또 최근 몇 달 동안에 퀴탈리아와 그 직원들은 무정부주의 단체들의 폭력적인 공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엔 로마 지국장이 소형 폭탄으로부상을 입었다. 지난 5월 초에는 루이지 마르티넬리(54)가 소총을 들고 베르가모의 에퀴탈리아 사무실을 습격해 15명의 직원을 인질로 잡고(took 15 employees hostage) 경찰과 11시간 동안 대치하다(after an 11-hour standoff) 투항했다.

마르티넬리는 체납 세금(back taxes)을 기한 내에 납부할 형편이 못돼 연체료 인상 없이 기한을 조금 더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경찰에 말했다.

5월 중순에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사람이 리보르노의 에퀴탈리아 사무실 현관에 화염병을 던졌다(lobbed aMolotov cocktail). 또 그 며칠 전에는 로마의 에퀴탈리아 본사에 소포 폭탄(a parcel bomb)이 배달됐지만 뇌관을 성공적으로 제거해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장기 탈세가 현재의 위기 상황을 촉발했다면서 에퀴탈리아의 행동을 전적으로 두둔해 왔다(has staunchly defended). 안나 마리아 칸첼리에리 내무장관은 에퀴탈리아의 각 사무실에 보호 병력 배치(assigning militaryprotection)를 고려 중이다.

칸첼리에리는 일간지 라 레푸불리카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몇 주 동안 에퀴탈리아 사무실 여러 곳이 공격 받았다”고 말했다. “에퀴탈리아를 공격하는 것은 국가를 공격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주고 싶다.”

‘백색 미망인’ 티치아나 마로네는 “에퀴탈리아는 국가가 오랫동안 소홀히 해 온 세금과 벌금을 징수해 수익을 올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몬티 총리는 돈을 세고 세금을 거둘줄 아는 은행 간부 출신이다. 국민이 선출한 총리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그녀는 몬티 총리와 과도정부(the interim government)가 시민들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로네는 또 시민들은 긴축정책으로 쪼들릴대로 쪼들리지만 이탈리아 의원들의 월급은여 전히 유럽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는 사실을지적했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식탁에 10유로어치 음식도 못 올리는 형편인데 의원들은 월급을 3만 유로나 받으니 이 정부를 어떻게 존경할 수 있겠나? 그들은 모두 죄인이다(They all have blood on their hands). 그들은 우리 모두를 악에 바친 마피아로 만들어 간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뭔가?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자유가 아니다.”“난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 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날마다 백색 미망인이 늘어난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추세로 자살이 늘어난다면 머지않아 이탈리아 인구가 몰라보게 줄어들 테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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