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재능 살린 맞춤형 사회공헌
직원 재능 살린 맞춤형 사회공헌
“금융권에 입사하려면 면접은 어떻게 봐야 하나요?”
“일반 기업들과 큰 차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권은 특히 신뢰할 수 있는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돈과 신용을 거래하는 은행과 고객 사이에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대학을 졸업한 뒤 금융권에 취업하고 싶다는 고교생 조예린(17) 양이 질문을 던지자 강사로 나선 정사교 NH농협은행 영업부장이 답했다. 7월 26일 NH농협은행이 개최한 직업탐색 프로그램에서다. 이화여대 종합사회복지관 청소년 진로체험 캠프에 참여한 10여 명의 청소년이 대상자다. 금융권 취업전략을 소개하고 ‘은행원 1일 체험’ 등 여러 과목으로 나눠 진행됐다. 학생들은 특히 체험 행사에 큰 관심을 나타냈는데 직접 고객을 응대해보기도 하고 위조지폐 감별법도 배웠다.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쉽게 체험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조양은 “특별히 금융권 취업에 생각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특강을 듣고 나니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차근히 준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혜련(17) 양은 “가장 최근에 입사한 분이 강사로 나서 면접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한 부분이 좋았다”며 “돈도 직접 세어보고 실제로 체험을 해보니 관심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인솔한 이화여대 사회종합복지관강현주(28) 사회복지사는 “학생들이 직업 선택에 관해 여러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장에 나와 창구 업무도 경험해 보고 궁금한 점을 곧바로 해결할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NH농협은행이 진행하는 행복채움금융 행사 중 하나다. 올해 초부터 NH농협은행의 새로운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행복채움금융은 저소득층,청소년, 다문화가정 등을 대상으로 금융 전문가들의 재테크 노하우를 전하는 금융교실에서 출발했다. ‘NH새희망홀씨대출’, ‘NH전환대출’ 등 저소득층을 위한 금융 지원 사업과 병행하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노후 생활을 위한 자산관리법부터 불법 사금융 피해예방법, 절세법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강사는 주로 NH농협은행 직원들이 직접 나선다. 일종의 재능기부인 셈이다.최근 각 금융사의 경제교육 프로그램이 널리 확산되는 추세다. 이들과 비교해 행복채움금융의 가장 큰 장점은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금융교육은 물론 ‘행복한 가정만들기’, ‘직원 기 살리기’, ‘우리 아이 미래 설계’ 등 대상자들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계해뒀다. 어려운 금융교실에 재미를 더한 점도 눈에 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댄스 스포츠 강습이나 노래 교실을 연다. 행복채움금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상자가 자신들이 받고 싶은 수업을 직접 정할 수 있는 맞춤형이다.
학생·저소득층·공공기관 등 대상 다양기본적으로 진행하는 금융교실에 나머지 여가수업을 끼운 ‘1+1’ 형태다. 댄스 스포츠나 노래 강습 역시 NH농협은행 직원이 직접 강
사로 나선다. 5월 29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행사에 댄스 스포츠 강사로 나선 이도섭차장은 “딱딱한 금융교육과 함께 춤을 가르쳐 드리면 분위기도 좋아지고 어르신들이참 좋아하신다”며 “취미로 배우게 된 춤을 회사의 사회 공헌에 쓸 수 있으니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6월 말까지 행복채움금융 프로그램은 전국 각지에서 111회에 걸쳐 진행됐다. 수혜인원만 7912명에 달한다. NH농협은행은 행복채움금융을 위해 전국 영업점에서 170여 명의 행복채움금융전도사를 양성해 운영하고있다. 이와 함께 NH농협은행은 행복채움금융카드를 개발 중이다. 행복채움금융 프로그램을 들은 뒤 이 카드에 가입하면 이용금액의 0.02%(체크카드 0.1%)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적립해 저소득층 지원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카드 가입자가 채움정기적금에 가입하면 0.4%의 금리 우대혜택을 준다. 환전수수료도 50% 감면한다. 행복채움금융 프로그램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가까운 영업점을 찾거나 마케팅지원단(02-2080-7997)으로 연락하면 행복채움금융전도사가 직접 찾아 일정을 조율한다.
나차근 NH농협은행 마케팅지원팀장사회공헌 새 패러다임 제시행복채움금융 프로그램을시작하게 된 계기는?“기존 사내 교육을 담당하던 직원들이 있었는데 ‘우리도 교육을 받을 수 없느냐’고 문의하는 고객들이 있어 대상자를 넓히기 시작했다. 사내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직원들이 많은데 이들을 사회공헌 활동에 동참시키니 서비스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 이제는 NH농협은행을 대표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됐다. 행복채움금융과 행복채움금융전도사는 상표권 등록도 마쳤다.”
타사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과 차이점이 있다면?“전국에 있는 영업점 조직 활용을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NH농협은행이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만큼 혜택도 각 지역 사회에 골고루 나눌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각 영업점에 있는 행복채움금융전도사들이 직접 대상자들과 접촉해 고객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설계한다는 점 또한 타사에는 없는 부분이다.”
현장의 만족도는 어떤가?“재테크 방법 등 금융교육이 가장 기본이다. 예를 들어 다문화가정이나 새터민의 경우 자녀 교육이나 미래 설계 등에서 고민이 많다. 단순히 재무설계 방법을 안내하기보다는 국내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조언을 주려고 노력한다. 원하는 부분에 대한 응답을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어르신들은 댄스스포츠 등 추가로 준비한 나머지 프로그램을 특히 좋아하신다. 어려운 금융교육만 강조하다보면 만족도가 떨어진다. 악기 수업이나 노래 교실도 호응이 좋다.”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아직 행복채움금융을 제대로 모르는 분들이 많다.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직원들의 재능을 살리고 프로그램도 다양화하려면 행복채움금융전도사를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 강사로 나서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시상도 하고 각종 혜택도 주면서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신청 접수가 들어오면 행복채움금융전도사를 거쳐 곧바로 강사 인력과 연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특허출원도 했다. 시스템이 완비되면 전국 어디든지 신속하게 행사를 개최할 수 있게 된다. 참석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문제점들을 보완하면 행복채움금융이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400원 强달러’에 달러보험 눈길 가네…장·단점은?
2구글 최고의 무기, 세계 1등 브라우저 크롬…분사해야 한다면?
3‘제2의 도시’의 운명…성장과 쇠퇴 그리고 도전
4“최강야구부터 무쇠소녀단까지”...땀 흘리는 예능이 인기인 까닭
5코오롱 ‘인보사 사태’ 이웅열 명예회장 1심 무죄
6‘코인 과세유예·상속세 완화’ 물 건너가나…기재위 합의 불발
7최상목 “야당 일방적 감액예산…결국 국민 피해로”
8日유니클로 회장 솔직 발언에…中서 불매운동 조짐
9최태원은 ‘한국의 젠슨 황’…AI 물결 탄 SK하이닉스 “우연 아닌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