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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모 비즈니스 모락모락 큰다

체모 비즈니스 모락모락 큰다

미용, 발모, 제모, 가발에 이르기까지 털과 관련된 비즈니스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자신을 가꾸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늘어서다. 각 분야별 최신 동향과 기업별 경쟁 구도를 취재했다. 인류학과 과학의 관점에서 털을 조명하고 털을 둘러싼 속설도 모았다.



인간의 체모는 오랫동안 터부의 대상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두건으로 머리카락까지 감추던 때가 있었다.털은 가급적 가리거나 제거해야 했다. 서양의 화가들도 근대에 이르기 전까지 머리카락을 제외하고는 인간의 털을 묘사하길 꺼렸다. 누드화에 음모가 드러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성기를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덧칠한 것이다.과학적 사고가 정착되기 전까지 털은 신비로운 존재였다. 근대에 들어와서도 사람들은 털에 대해 의학적으로 거의 무지했다. 1834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줄리아 파스트라나는 ‘늑대인간’ ‘원숭이 인간’이라 불렸다.

파스트라나가 자신과 닮은 아이를 낳자 사람들은 그녀를 동물과 인간의 교배라는 식으로 몰고 갔다. 그것은 유전질환에 불과했다.얼굴과 몸에 털이 수북한 선천성 다모증이 조금 심했을 뿐이었다. 유전질환의 하나인 ‘선천성 불치 전신다모증(CGHT)’을 알 리 없던 당시 사람들은 파스트라나를 서커스에 세웠고 죽어서도 미라로 만들어 공연장에 전시했다. 이 질환은 현대에 들어서야 DNA가 복제될 때 4~8개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나타나는 특이 증상인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워런 버핏은 질레트에 투자해 대박현대사회에선 다르다. 털이 미용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인간의 몸에 난 모든 털이 비즈니스의 대상이 됐다.올해 5월 별세한 ‘헤어 디자인의 황제’ 비달 사순은 1960년대 헤어 패션 문화를 싹 틔우고 헤어산업을 비즈니스로 탈바꿈시켰다. 가치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면도기 회사 질레트에 6억 달러를 투자해 주가 차익으로만 32억5000만 달러를 벌었다. 워런 버핏의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에서 성공한 케이스로 손꼽힌다. 워런 버핏은 “매일 밤 사이 전 세계 남성의 수염이 자랄 것을 생각하면 힘이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인은 털을 자르고, 기르고, 가꾸는데 기꺼이 돈을 쓴다. 발모제를 먹고 기능성 샴푸를 바르고 가발을 쓰고 심지어 머리카락

을 이식한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현대인들이 자신의 외모를 가꾸려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는

다면 피부미용산업의 중추가 되는 털은 이른바 돈이 된다. 심지어 가발·탈모 업계에서는 머리카락 한 올의 가치가 약 5000원이라

는 분석도 내놓는다.체모 관련 비즈니스는 ‘모락모락’ 성장하고 있다. 각 가정에서 이발소나 미용실에 쓰는 지출을 나타내는 한국인 가구당 월 평균이·미용용품 소비지출은 해마다 꾸준히 늘었다. 2003년 2만9322원에서 2011년 3만 8486원으로 9164원 늘었다.

대한화장품협회를 비롯한 헤어 비즈니스 업계가 추정하는 국내 헤어제품의 전체 시장 규모는 적게 잡아도 연간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샴푸와 린스, 양모제, 스타일링, 염모제 등의 매출이 여기에 포함된다. 머리카락 관리에 쓰이는 한국의 두발용 화장품 연간 생산실적은 지난해 9772억원으로 2007년(5926억원) 이후 연평균 13.3%씩 늘었다.새치를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각종 염색용 화장품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2007년 124억원에서 지난해 362억원으로 늘었다. 검은색 일색이던 염색약이 다양한 색상으로 확대되면서다. 아울러 미용업소가 아닌 가정에서 개인이 간편하게 염색할 수 있는 제품도 속속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성장 가능성 큰 비즈니스남성용 스킨을 포함한 면도크림 등 면도용 화장품 시장 규모는 다소 줄었다. 2007년 1657억원에서 지난해 1133억원을 기록했다. 면도제품 업계 관계자는 “면도칼을 이용하던 남성들이 차츰 전기면도기를 활용하면서 관련 화장품 시장 규모가 줄어든 것”이라며 “전체 면도시장 자체는 예전보다 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시장조사회사인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 면도기 시장은 약 980억원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 머리숱이 부족한 남성들을 위한 발모제시장은 경제상황에 민감한 편이다. 2005년 91억원 수준이던 한국의 모발용제(발모제제) 생산 규모는 2007년 308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생산 규모가 줄어 2008년 306억원,2009년 20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비교적 고가인 발모제를 덜썼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발모제 생산 규모는 2010년 한국 경제 상황이 호전되면서 226억원으로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털을 소재로 하는 헤어 비즈니스는 진화하고 있다. 과거 생각했던 방식을 넘는 서비스와 제품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머리카락을 자르고 파머를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헤어숍은 이제 건강을 위한 두피 관리업소로 진화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있는 헤어숍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보다 진일보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머리를 감추는 용도에 국한됐던 가발은 이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여성들과 젊은 남성들이 가발을 찾아 쓰고 있다.칼에 의존하던 면도기는 고급 전자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람의 피부선을 따라 깔끔하게 제모하는 것은 물론 완전 방수기능과 살균 기능을 가진 제품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헤어산업이 앞으로도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개발한 여지가 있는 상품군이 많고 개척할 시장도 많기 때문이다. 고민석 성신여대 겸임교수는 “털과 관련된 분야는 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예컨대 음모를 제거하는 왁싱이나 모근 관리와 관련된 화장품 제품은 아직 다양하지 않다”면서 “현재 헤어샵·피부샵에서 사용되는 전문가용 제품도 대중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일반용품으로 전환될 보인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왁싱만 해도 그렇다. 2010년에 들어 보건당국의 피부미용사 시험의 정식 실기 과목으로 채택되면서 발전 전망이 밝다. 현재 영업 중인 피부샵, 스파, 피부과 병원 등이 왁싱을 겸하는 정식 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털은 이제 피부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와 무궁한 발전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사그라지지 않는다면 털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계속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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