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음료 두 날개로 난다
맥주·음료 두 날개로 난다
기린홀딩스가 중기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기린홀딩스의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목표에 미달했다. 브라질 맥주 회사를 인수하면서 재무건전성도 나빠졌다. 주 사업인 국내 맥주 시장에서는 2년 연속 아사히 맥주에 시장점유율 1위를 빼앗겼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린홀딩스는 올해 4월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교체라는 이례적인 쇄신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린홀딩스의 미야케 센지(64) 사장을 만났다.
사장에 취임한 지 3년째다. 애초 마음속에 그리던 구상과 비교했을 때 지금을 어떻게 보는가?“대체적인 계획이나 회사의 방향성은 가토 카즈야스(현 상담역) 전사장이 2006년에 세운 장기경영계획 ‘KV2015’과 상통한다. 그러한틀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위기를 겪지 않고 지금까지 왔다. 하지만 최근 사장이라는 위치는 마음 놓고 간단히 앉아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국내외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다.어떻게 사업을 조정해 갈 것인가 하는 어려움도 있다. 3년째 사장을 하고 있지만 도저히 ‘익숙해졌다’고 말할 수 없다.”
현재 업적에 대한 평가는?“전반적인 업계 경향이 그렇지만 국내는 애초 예상보다 더욱 힘들어졌다. 지난해에는 어느 회사나 동일본 대지진으로 판촉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때문에 올해는 작년에 못한 만큼 더욱 공격적인 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발매하지 못한 신제품을 올해 출시했는데 이를 확실히 정착시키기 위해 대내외적으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에 비해 기대만큼 매출이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전반기에 출시한 이‘ 찌방 시보리’의 판로를 확대하고 ‘노도고시 <생> ’의 품질을 더욱 보완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러한 선행 투자요소가 하반기에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8월부터 주력 브랜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4월에 기린 맥주, 기린 음료 등 주요 사업회사의 사장단을 일신한 인사 정책에 놀랐다. 목적은 무엇인가?“생각 이상으로 모두가 놀라는 바람에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몇 번이나 말했듯이 기린 맥주, 기린 음료의 전 사장인 마츠자와 코이치씨와 마에다 히토시씨의 업적에는 불만이 없었으며 두 사람의 공적은 크다. 이번 인사는 문책성이 아닌 조직개편에 따른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국내총괄 중간지주회사인 기린 주식회사 신설 구상은 이전부터 있었다. 기린 맥주, 기린 음료, 메르시앙(와인, 양주 취급) 등 각 사업회사가 기린 주식회사의 산하에 들어감으로써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국내에서부터 가능하도록 조정했다. 동시에 고객들의 음료에 대한 통합적인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도 실현 가능하다. 물론, 판매 현장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맥주와 청량음료, 와인은 각기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전부 총괄할 필요는 없지만 큰 틀에서는 하나로 통합해 갈 방침이다.
지금까지도 가격 인하 등에 힘써왔지만 역시나 통합적인 자원배분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린 맥주 사장이 이번에 발표한 국내총괄회사사장을 겸임하게 될 전망이다. 이소자키 요시노리 사장이라면 가능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채로운 경력을 가지고 있다. 경영기획부에서 사업간 투자 배분이나 포트폴리오의 재고를 이미 경험했다. 동시에 영업, 해외주재, 자회사 재건 경험도 있다. 4월에 있었던 인사발표는 이소자키 사장을 기린 주식회사의 리더로 내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앞으로는 상품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각 사업회사의 일이며 그 상품 브랜드를 만드는데 각 사업회사 간 연대를 강화시키는 것이 기린 주식회사의 일이다. 상품 브랜드를 통합적으로 키워가면서 기린이라는 기업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싶다.”
이번 중기 경영계획은 대부분 미달이었다. 10월 발표 예정인 최종 중기 계획에서 ‘KV2015’상의 수치를 바꿀 가능성은?“가능성이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KV2015’에 최종적으로 매출 3억엔, 영업이익율 10% 이라는 목표가 정해져 있지만 2006년에 세워진 것이다. 당시는 여러 인수합병(M&A)에 관한 이야기가 막 나오던 때였고 지금의 기린 그룹은 그때와 비교하자면 상당히 글로벌화됐다. 차기 중기 계획을 2006년에 결정된 정량 목표에 맞춰간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기업 환경의 변화나 브랜드력 저하 등 각종 여건을 반영해 정확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소매 PB 상품(유통업체 브랜드 상품)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데?“맥주류에서 PB상품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제 3맥주(보리와 맥아를 이용해 만든 맥주와 혼합 맥주인 발포주 등과 달리 발포주에 다른 음료를 섞거나 보리가 아닌 원료를 사용하여 맥주맛을 낸 알코올 음료) 시장에서 10%, 맥주 전체에서 4% 정도다.음료 전체로 보자면 확실히 PB상품에 대한 요구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PB상품을 저지할 것인가’하는 생각은 의미가 없다. 어떻게 하면 한 획을 긋는 NB 상품(제조업체 고유의 브랜드 상품)을 내놓을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기린 맥주도 음료도 PB상품에는 뛰어들지 않을 방침인 이상 NB상품을 갈고 닦아 가치 있는 신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최대 과제다. 소매업체와의 관계 역시 우리가 PB상품에 협력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상품가치 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받느냐가 중요하다.”
앞으로의 해외 진출 전략은?브라질에서의 대형 M&A가 끝났다고 해서 앞으로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다. 동남아시아에 흥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이미 인수한 호주와 브라질 사업을 육성하는 일에 중점을 둘 것이다. 브라질의 스킨카리올(Schincarioll)은 예상대로 지금까지의 가족 경영으로 인한 낭비나 일관성 부재가 있었다. 반면 영업력에서는 상상 이상이었다. 일본에서는 판매점 선별이 불가능하지만 브라질에서는‘이쪽에서는 팔리지만 저쪽에서는 팔리지 않는다’는 구별이 완벽하다 할 정도다. 앞으로는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남부 상파울로나 리우데자네이루를 공격적으로 파고들 계획이다. 호주도 회복 상태에 있다. 우유 등 음료는 PB상품에 압도돼 여전히 힘들지만 맥주는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코로나가 새롭게 추가됐다. 회사 전체의 규모나 이익면에서 앞으로 호주가 큰 공헌을 하리라 생각한다.
중국에서는 아사히와 산토리가 청도 맥주를 둘러싸고 불꽃 튀는 경쟁을 하고 있는데 기린의 중국 전략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세계 최대의 맥주 시장으로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중요해도 지금 당장 중국에 투자해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나중에 중국 시장에 참전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는 시기라고 본다. 그 때문에 기린의 존재감이 미미해지긴 했으나 화윤이나 청도 등 거대 중국 자본 맥주 브랜드가 잇따라 생기는 상황에서 기린의 규모로 참전한들 비즈니스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경합하는 타사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 우리는 우리 방식으로 한다.
그렇다면 기린이 목표하는 해외 시장에서의 위치란?“우리는 코카콜라나 하이네켄과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통하는 브랜드를 지닌 기업이 아니라는 의미다. 일본의 맥주 제조사 중에 토요타나 소니 같은 기업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린 브랜드는 고집하지만 기린 브랜드로 세계를 제패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면 모두 실망한 얼굴을 한다. 하지만 스스로의 실력을 인식하고, 기린다운 글로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전략이 통합음료화이다. 해외 진출에서 뒤쳐진 일본의 맥주 메이커는 맥주와 청량음료, 양쪽 모두를 생산하는 것이 강점이다. 이익만 따지고 보면 주류에 매달리는 편이 좋겠지만 늦어진 만큼 성장을 노릴 것인가 이익률 절대치를 노릴 것인가는 항상 선택의 문제다. 이 점도 차기 중기계획에서 뚜렷이 제시할 방침이다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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