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패러디 허용해 성공한 싸이 배워라

상업적 사용 의도 없어도 형사책임 물어 … 저작권 보호·제한의 균형점 찾아야

우리나라는 학문·예술적 가치가 있는 저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1957년 저작권법을 만들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최근의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무엇보다도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저작물 이용 환경에 큰 영향을 줬다. 과거 저작물은 물리적 한계로 일정한 지역이나 국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저작물은 인터넷을 통하여 전 세계 사람에게 시공간을 초월해 복제 배포된다.

선진국 못지 않게 강한 규제이런 이유로 저작권 보호 환경에도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 저작권법도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응해 저작권자 보호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 차례 개정됐다. 예를 들어 1986년 저작권 관련 국제조약에 가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06년에는 저작물의 개념 확대를 꾀하고 공중송신권·디지털 음성송신권 같은 새로운 권리를 도입했다.

저작권 보호수준이 높은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일시적 복제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면제 등에 관해 좀 더 자세하게 규정하고 법정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다. 디지털 환경과 새로운 기술에 부합하도록 끊임 없이 발전한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보호수준은 여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낮다고 보긴 어렵다.

그동안 꾸준히 발전한 저작권법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사회변화에 대응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저작권법은 저작권자 보호가 핵심이다. 하지만 저작권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저작권자를 보호해 새로운 저작물 창작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학문·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저작권자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도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저작권법을 연혁적으로 살펴보면 저작권의 보호가 미흡했던 제정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저작권자의 권리보호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입법태도는 자칫 사람들의 저작물 이용을 소극적으로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저작권이 저작권자의 이익만을 보호하기 위한 소송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어린 딸이 노래에 맞춰 유명 여가수의 춤과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한 적이 있다. 이런 저작물의 일상적 이용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신탁관리하는 단체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다.

그리고 몇 년 전 청소년들이 상업적 이용의사 없이 인터넷상 블로그나 게시판에 사진을 포함한 여러 저작물을 게시했을 때도 비슷했다. 일부 로펌이 해당 청소년에게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경고장을 남발하거나 고소를 통해 합의금을 받아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침해 행위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거의 모든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규정을 가지고 있어서다. 순수한 의도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행위나 저작권 침해와 공정한 이용의 경계선 상에 있는 행위까지도 모두 형사처벌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저작물의 적법한 이용이 위축될 수도 있고, 저작권자의 부당한 합의 요구에도 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

2009년 개정된 저작권법은 이른바 ‘삼진아웃 제도’를 도입해 온라인상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행정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나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권을 고려할 때 저작권자의 적정한 보호를 넘어 국가의 과도한 개입 소지가 있다. 즉 삼‘ 진아웃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행해지는 인터넷상 조사 확인 과정은 개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

더구나 2011년 한·미 FTA의 결과 개정된 저작권법은 비친고죄의 요건과 관련해 종전의 ‘영리를 위하여 상습적인’이라는 침해 행위 요건을 ‘영리목적 또는 상습적인’으로 바꿔 비친고죄의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비영리 목적이라 하더라도 상습적인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검찰이 직권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제 저작권의 보호목적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작권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저작권의 보호만이 아니라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즉 저작권법은 창작을 장려해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의 보호로 저작물을 이용하려는 일반 대중의 접근과 공정한 이용이 제한 받아서는 곤란하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이 있듯이 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은 새로운 창작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런 취지에서 2011년 12월 2일에 개정된 저작권법은 공정이용제도를 도입했다. 종래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개별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둬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제한적으로 인정했다.

이에 비해 개정법에서는 종래 개별적 제한규정에 추가해 포괄적인 공정이용 조항을 도입했다. 이에 개정법 아래서는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으면 보도·비평·교육·연구를 위해 저작물을 다양한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또 개정법은 공정이용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도 구체적으로 규정해 공정이용 여부에 관한 논란의 소지도 줄였다.

과도한 저작권 보호는 저작물의 이용을 위축시키고, 이는 결과적으로 창작의 감소로 이어진다. 반대로 저작물의 무분별한 이용은 창작에 대한 인센티브나 창작 의지를 감소시켜 마찬가지로 저작물의 감소를 유발한다. 물론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이런 저작권의 보호와 제한의 균형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본 사례처럼 상업적 이용의사 없이 인터넷상 블로그나 게시판에 사진을 포함한 여러 저작물을 게시한 것에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인터넷을 통한 저작물의 이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비롯한 인터넷 환경에서 사소해 보이는 저작권 보호의 공백이 결과적으로는 매우 큰 피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최근 음악·영화 등이 복제되어 유포되는 범위와 속도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빨라졌다. 저작권자로서는 저작물에 대한 적법한 접근마저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과보호로 창작 의욕 꺾지 말아야‘강남 스타일’로 세계적 뮤지션이 된 가수 ‘싸이’는 과거 다른 한류 뮤지션과 달리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공유하고 패러디를 허용하는 전략으로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올랐다. 이는 저작권의 보호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바꾸어 말하면 저작권의 보호와 저작물의 이용 확대 중 어느 한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새로운 저작물의 창작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학문·문화예술을 발전시킨다는 저작권법의 궁극적인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저작권제도는 저작권의 보호와 제한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운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