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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라면 판매 증가세는 주춤하다. 업계에서 “라면 소비가 정체기에

최근 라면 판매 증가세는 주춤하다. 업계에서 “라면 소비가 정체기에

블로그·SNS 활용하고 제품 개발 때 고객 참여 … 빨간국물 경쟁 치열할 듯



서울 화양리 이마트 라면코너에 들어서자 ‘짜파구리’ 조리법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짜파구리’는 농심의 라면 제품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합성어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조리법을 소개한 후 화제를 모았다. 짜파구리 조리법에는 끊이는 방법부터 스프넣는 비율까지 그림으로 쉽게 설명이 돼 있다.

사실 ‘짜파구리’는 2009년 한 대학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레시피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농심은 홈페이지에 요리법을 올려놓고 대형마트에서 ‘짜파게티+너구리’ 사은 행사를 열었다. 농심에서 제품마케팅을 담당하는 김현정 상무는 “소비자의 새로운 기호를 제품마케팅에 반영한 사례”라며 “짜파구리 같은 이색 요리법이 브랜드를 더욱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라면 업계의 온라인 마케팅 전쟁은 더욱 치열하다. 블로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격전지다. 오뚜기는 2011년 11월 페이스북에 ‘뚜기네 라면 이야기’란 이름의 채널을 열었다. 이곳에서 오뚜기 라면연구소 김규태 박사가 라면의 유통 기한이 왜 긴지, 컵 라면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안 되는 이유 등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 관심을 끌었다.

또 ‘혈액형 별로 알아보는 라면 끓이는 법’ ‘맛있는 라면을 먹었을 때의 반응’ ‘ 새로운 라면이 나왔을 때의 반응’ 같은 내용을 담은 웹툰도 연재했다. 이런 덕분에 오뚜기의 페이스북 친구는 3만여명으로 식품 업계에서 가장 많다. 오뚜기 김승범 과장은 “친구처럼 일상생활을 공유하면서 쉽게 다가가 호응을 얻었다”며 “지난해 출시한 참깨라면도 이런 마케팅 덕에 매출이 80%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라면 끓이는 법 웹툰으로 만들기도제품 개발에 소비자를 참여시켜 관심을 유발하는 방법도 동원한다. 팔도는 지난해 2월에 소비자 100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시장점유율이 27%인 농심 ‘신라면’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남자라면’을 개발하는 과정이었다. 대학생·주부·직장인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브랜드를 숨긴 ‘신라면’과 ‘남자라면’을 먹게 했다.

그 후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남자라면의 매운맛·면발을 조금 바꿨다. 팔도 임민욱 과장은 “브랜드가 아니라 맛으로 평가 받을 수 있고 소비자에게 제품과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선보인 남자라면은 올 2월 말 현재 250억원어치가 팔렸다. 지난해 나온 라면 신제품 중 가장 많은 판매액이다.

라면 업계의 마케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건 새로운 라면의 수명이 점점 짧아져서다. 라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0여종의 신제품이 출시됐다. 농심은 지난해 8개의 신제품을 내놓았다. 역대 가장 많은 수치다. 농심 김현정 상무는 “소비자의 입맛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내는 제품을 더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제품 수명이 짧아진 건 하얀국물 라면에서 볼 수 있다. 팔도의 꼬꼬면은 2011년 8월 등장 이후 넉 달 만에 120억원어치나 팔렸다. 그러나 그게 정점이었다. 꼬꼬면의 뒤를 이은 나가사끼 짬뽕도 2011년 11월과 12월에 각각 1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후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해부터 한달 매출이 30억원대로 급감했다.

전선이 하얀국물에 집중된 틈을 타서 점유율을 올린 제품도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 1월 한달 오뚜기라면의 시장점유율은 13.1%(판매량 기준)로 삼양라면(11.4%)을 앞질렀다. 오뚜기가 2002년 8월 이후 10년 2개월 만에 2위에 오른 것이다. 삼양식품은 나가사끼 짬뽕 생산라인을 증설했지만 하얀국물 열기가 식고 유사 제품이 늘어 고전했다. 오뚜기는 국물전쟁에 뛰어드는 대신 다른 전략을 폈다. 지난해 8월 ‘참깨라면’을 내놓고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층을 겨냥해 술 마신 후 해장에 좋은 라면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하얀국물 라면 인기가 시들한 틈새를 파고든 덕에 오뚜기 라면의 지난해 영업이익(95억원)은 전년(63억원)보다 50.7% 늘었다. 이에 비해 삼양라면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사이 46.2% 줄었다. 오뚜기 김승범 과장은 “특정 연령대·성별로 표적층을 나눠 마케팅을 벌인 게 먹혀 들었다”고 말했다.



매운 맛집 찾아 다니며 라면 맛 개선해경기 침체 때문인지 라면시장에선 지난해부터 다시 빨간국물의 매운 제품이 인기다. 업체들도 매운맛을 보강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라면시장 점유율 69%로 1위 농심은 지난해 라면시장 키워드를 ‘빨간(Red)’의 첫 글자인 R과 고급 제품을 가리키는 ‘블랙 라벨(Black Label)’ 첫 글자인 B를 딴 ‘R&B’로 잡았다. 농심 장재구 차장은 “앞으로 제2의 빨간 국물 라면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심은 지난해 출시한 ‘진짜진짜’ 라면 개발에만 연구원 28명을 투입했다.

면·수프·별첨수프에 각각 10·13·5명이 달라 붙었다. ‘매운맛’을 기본 방향으로 정한 뒤 세 가지 요소를 10가지 이상 조합으로 만들었다. 또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 테스트도 거쳤다. 농심은 라면 개발팀 160명을 운영한다. ‘튀기지 않은 면’만 개발하는 팀도 별도로 꾸렸다.

삼양식품도 이마트와 함께 공동 개발한 ‘도전 하바네로 라면’을 지난해 10월 내놨다. 청양고추보다 20배 매운 멕시코 하바네로 고추를 원료로 썼다. 삼양식품 연구원과 이마트 개발자는 매운 맛으로 소문난 서울 시내 맛집을 찾아 다녔다.

이마트 서울 성수동 본사 앞 코다리집, 용두동 주꾸미집, 건국대 앞 일본식 라멘집 등을 탐방했다. 이들 맛집에서 얻은 결론은 ‘중독성 있는 매운맛의 핵심은 매운맛과 단맛의 조화’였다. 국물도 매운 찜갈비집에서 힌트를 얻어 소갈비찜과 볶음 양파로 깊으면서 달콤한 맛을 냈다. 덕분에 출시 3개월 만에 월 매출 10억원을 넘어섰다.

오뚜기는 최근 기존 ‘열라면’을 리뉴얼한 제품을 선보였다. 하늘초 고춧가루를 두 배 더 많이 사용해 매운맛 강도를 높였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 팔도는 시장점유율 2위를 굳히기 위해 ‘남자라면’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또 3월 말에는 팔도의 대표 제품인 비빔면을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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