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자동차 브랜드 중국 정조준
고급 자동차 브랜드 중국 정조준
제15회 상하이 국제모터쇼가 4월 20~29일 중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전시장 규모만 28만㎡였다. 올해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서울모터쇼(10만㎡)의 3배 수준이다. 18개 국가에서 20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총 1300여종의 자동차가 전시됐으며,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차도 111대나 됐다.
상하이 모터쇼에서 관람객의 눈길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건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다. 람보르기니·페라리·부가티·마세라티 등 쟁쟁한 수퍼카들이 행사를 빛냈다. 차 값만 수억원이 넘는 럭셔리 브랜드가 몰린 ‘N1’ 전신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최고급 수퍼카만 인기를 모은 건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고급 브랜드 차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부진한 데 비해 유독 중국만 고급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4월 중국의 승용차 판매대수는 120만대를 넘었다. 전년 동월 대비 20% 성장했다. 상하이 모터쇼 개최를 전후해 신차가 대거 출시된 데다가 홍보·판촉활동이 다양하게 진행돼서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닫은 지갑을 열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앞으로도 고속 주행할 전망이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가 최근 자동차 딜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간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란 답변이 45%, 현상유지할 것이란 전망은 39.2%였다. 소비심리의 회복과 다양한 신차 효과에 힘입어 자동차 판매 증가세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벤츠·BMW·아우디 등 고급 브랜드 차종을 주목했다. 2020년까지 중국 신차 판매는 연평균 8% 늘겠지만, 고급 차종의 판매는 이보다 큰 12%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2020년 중국의 럭셔리 자동차 시장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 차의 시장점유율은 6%에 불과하다. 하지만 2020년에는 270만대의 고급 브랜드 차가 팔려, 점유율도 9%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이어지면서, 고급 브랜드 메이커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한 국가의 자동차 시장이 성숙하면 고급 브랜드 차종의 비중이 전체의 15%까지 올라간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고급 브랜드가 가장 많은 독일은 30%에 달하지만 중국은 이제 겨우 6%다. 그만큼 고급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고급차 시장만 가파른 성장세고급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의 주류가 되기 위해 현지화·국산화에 힘쓰고 있다. 중국에서 다년간 자동차를 판매하며 얻은 경험을 최대한 활용한다. 과거 일반 소비자와는 동떨어진 마케팅을 펼친 BMW·벤츠는 국산화를 통한 신모델 개발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볼보·인피니티 역시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고급 브랜드의 대명사는 아우디와 BMW다. 이들 브랜드는 현재 중국 수입차 시장에서 선두권을 형성했다. BMW는 X1 모델의 현지생산 체제를 구축해 아우디와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펼친다. 지난해 BMW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화천-BMW 선양 공장의 가동을 시작하며, X1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X1은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첫 번째 국산화 모델이다.
올해 초 출시된 X1의 부분변경 모델도 큰 인기를 누렸다. 중국에 진출한 수입차 중 최초로 수동 변속기 모델을 도입해 소비자 판매가격을 25만9000위안(약 4760만원)으로 낮췄다. X1은 2012년 중국의 3대 베스트셀러 모델에 올랐고, 총 3만9224대가 팔렸다. 전년 대비 148%가 증가한 수치다. 이 모델로 BMW는 아우디와의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역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아우디는 중국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차다. 현재 중국 고급 차종 1위 브랜드다. 2012년 40만5800대를 팔며, 29.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A4L·A6L·Q5의 인기가 높다. 이들 세 개 차종의 판매량은 아우디 전체 중국 판매량의 80%를 차지한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인수한 볼보는 과거 포드의 공장이었던 창안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며 국산화를 추진했다. 상하이에 연구개발센터와 중국본사를 설립하고 따칭과 청둥에 완성차 생산기지를 건설했으며, 장자커우에 엔진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인피니티는 2014년부터 샹양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먼저 두 개 모델을 국산화한다는 계획이다.
고급 차종의 판매가 늘자 외국계 기업이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졌다. 재규어-랜드로버 관계자는 부품 공급업체를 정할 때 ‘품질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를 전제로 삼는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중국 현지 부품조달 비율 목표를 단기적으로 40%, 최종적으로 60%로 잡았다.
유리·타이어·사이드패널 같은 비핵심 부품은 중국 현지 공급업체로부터 대부분 조달할 방침이다. 대신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 부품은 초기에는 수입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외국계기업으로부터 공급 받을 예정이다. 아우디·벤츠 등 다른 기업들 역시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외국계 자동차부품기업, 고급 차종의 중국 현지생산 확대는 한국 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고급 차종의 중국 생산 확대로 현지에서의 자동차 부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력이 있는 외국계 자동차 부품기업을 우선적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을 포함해 중국 진출 외국계 자동차 부품기업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한국 부품업체 中 중서부 내륙 공략해야분위기는 무르익었다. 5월 8일 코트라 주최로 열린 ‘2013 KOTRA-GEELY AUTOPARTS PLAZA’가 대표 사례다. 중국 자동차업체인 지리자동차에 한국산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상담회에 참가한 한 자동차 부품 제조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가 가지는 강점에 대해 “가격 대비 품질이 좋고, 중국 업체와 비교해 책임감이 강한 이미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리자동차 구매부 관계자는 “한국 부품업체의 부품이 품질이 좋고 유럽·미국산 제품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진출을 고려한다면)중국 동북부 연해지역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투자비용이 비싸고 정부 지원이 적기 때문에 중서부 내륙지역 시장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지역은 현재 한창 발전이 진행 중으로 정부 지원과 혜택이 많고 시장 확대 속도도 빠르다. 이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진출 노력이 필요하다. 향후에는 이곳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 진출의 적기라 볼 수 있다. 중국과의 문화 차이가 크지 않은 한국 기업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호 협력에 유리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7회 로또 1등 ‘7, 11, 24, 26, 27, 37’…보너스 ‘32’
2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3“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4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5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6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7“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8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9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