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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 충무로의 미다스 손

Entertainment - 충무로의 미다스 손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대표, ‘7번방의 선물’의 성공을 발판 삼아 영화·공연·음반 유통 아우르는 미디어 그룹 꿈꾼다.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의 김우택 대표. 캐주얼한 스타일에서 자유분방함이 엿보인다.



사무실 벽면의 포스터들이 NEW의 그동안 성과를 말해준다.
한국 영화가 신(新)르네상스를 맞았다. 지난해 한국 영화를 본 관객은 1억2461만여 명으로 처음 1억 명을 넘어섰다. 한국 영화 점유율은 58.8%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올해 1분기 한국 영화 총 관객 수는 3800만 명으로 역대 분기 관객 수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둑들(1298만 명)’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 명)’ ‘늑대소년(665만 명)’ ‘범죄와의 전쟁(472만 명)’ 등 지난해 흥행작에 이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올해 흥행을 이끈 영화가 있다.

‘7번방의 선물’은 1월 개봉해 1280만6364명 누적 관객수(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를 기록했다. 도둑들에 이어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2위다. 뒤이어 개봉한 신세계 역시 누적 관객 수 468만2333명이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특히 3월에는 관객 수 각각 1·2위를 차지하며 박스오피스를 독식했다. 두 영화를 투자·배급한 NEW는 올 1분기 배급 순위 1위에 올랐다. 충무로 최강자로 떠오른 김우택(49) NEW 대표를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만났다.

영화 성공 이후 많이 바빴겠다.

지난 몇 달 동안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경쟁사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라 더 주목하는 것 같다. 영화 성공과 더불어 조직과 직원들이 성장해 더 기쁘다.

‘7번방의 선물’이 대박 날 줄 알았나.

스토리가 워낙 좋아 어느 정도는 잘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크게 성공할 줄은 몰랐다. 관객이 원하는 바를 잘 읽은 것이 주효했다. 투자·배급을 결정한 영화는 확신을 갖고 전 직원이 전력투구한다. 모두 함께 결정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뛴다. NEW는 투자작을 결정할 때 최종 단계에서 신입사원부터 대표까지 모두 한방에 모여 회의를 한다. 직원 중 누구라도 ‘필 꽂힌’ 시나리오가 있으면 안건으로 오른다. 토론을 거쳐 90% 이상 찬성한 영화는 투자·배급에 들어간다.

투자작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어려운 얘기를 간단하게 하자면, 재미있어야 한다. 또 영화를 보고 관객이 긍정적이고 따뜻한 기운을 나눴으면 좋겠다.

극장 수입 등을 포함한 ‘7번방의 선물’ 공식 매출액이 914억원을 넘었다.

구체적으로 액수는 밝히기 어렵지만 더 많은 영화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수익뿐 아니라 직원들의 자신감, 업계의 신뢰감 같은 무형자산까지 얻었다.

NEW는 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CJ E&M과 함께 한국 영화 4대 투자배급사로 꼽힌다. 각각 롯데·오리온·CJ 계열사로 막강한 자본력을 자랑한다. NEW는 대형 투자배급사와 경쟁하며 점점 영역을 넓히고 있다.

NEW의 경쟁력은 뭘까.

아무래도 대기업 조직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자유롭다. 직원들끼리 친밀해 팀워크가 좋다. 콘텐트를 다루는 회사이기 때문에 정형화된 교육이나 관리보다 직원들의 다양한 성향을 중시한다. 사람을 뽑을 때도 학력보다 열정과 태도를 본다.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우리만의 고유 분위기가 있다.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그 역시 몇 년 전만 해도 대기업 계열사를 이끌었다. 2002년 38세에 쇼박스 상무에 올라 이듬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쇼박스에서 ‘가문의 영광’ ‘웰컴 투 동막골’ ‘괴물’ ‘디워’ 등을 성공시켜 영화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이후 메가박스 사장을 지낸 김 대표는 2007년 오리온이 메가박스를 사모펀드에 매각하자 2008년 자본금 20억원으로 NEW를 설립했다. 회사 매출은 2010년 385억원, 2011년 440억원으로 꾸준히 상승 추세다.

영화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지만 업으로 삼게 될 줄 몰랐다. 경영학과를 나와서 삼성물산에서 기획 업무를 하다 회사가 인수합병되면서 영화 일을 하게 됐다.

안정된 직장 대신 불확실한 창업을 택했는데.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로 대중과 소통하는 게 즐거웠다. 회사 규모가 작더라도 소신껏 일하고 싶었다. 회사를 세울 때 자유롭게 결정하고 목표를 향해 한 마음으로 움직이자고 결심했다. 직원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생각을 나누려고 한다. 지난해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에 이어 4월 말에는 30여 명 임직원이 모두 미국 뉴욕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영화는 공감하는 내용을 영상으로 만드는 일이다. 직원·협력사·제작사와 많은 이야기를 하면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된다.

NEW의 필모그래피(영화 작품 목록)는 길지 않지만 알차다. ‘내 아내의 모든 것’ ’헬로우 고스트’ 같은 코미디 영화부터 ‘부러진 화살’ ’피에타’ 등 작품성을 강조한 영화까지 두루 갖췄다. 외국 영화 중에서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투자·배급을 맡아 성공을 거뒀다.

막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NEW는 어떤 단계에 와 있나.

이제 첫 단추를 제대로 채운 것 같다. 크고 작은 성과를 내면서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롯데시네마, CJ E&M은 CGV 라는 대기업 극장 체인이 있어 세가 불리하지 않나.

치명적 약점은 맞다. 하지만 불평할 시간에 우리만의 강점을 강화하는 게 낫다. 작품 편수나 시장점유율보다 한편 한 편 더 집중해 질적인 성공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다시 르네상스를 맞았다고 하지만 대기업의 독과점은 계속 문제로 지적된다.

대기업은 영화가 산업으로 발전하는데 분명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제작사·투자사·스태프 등 시장 참여자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굉장히 치열해졌다. 대표적인 문화산업으로 자리를 잡은 지금은 좀 더 미래지향적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양성에 대한 배려라든지 공정함 같은 가치를 생각하면서 시장을 확대해가야 한다.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한국 감독과 배우가 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영화가 먹힐 부분은 무엇인가.

탄탄한 스토리와 다양한 소재다.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인기를 끌긴 어렵지만 시장이 더 커지면 가능하다고 본다. 아시아에서는 영향력이 크다.

2008년 영화 투자배급사로 출발한 NEW는 콘텐트 전문 유통회사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5월 16일에 개봉한 ‘몽타주’는 스릴러에 감동을 더한 한국형 스릴러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음악사업부 뮤직앤뉴의 소속 가수인 바이브와 린의 정규앨범 출시에 이어 올해 스윗소로우 공연과 고(故) 김광석의 노래를 담은 뮤지컬 ‘디셈버’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영화나 음악이나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콘텐트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형적으로 크지 않아도 의미 있는 미디어 그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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