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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RIAGE - 당신이 결혼을 서둘러야 할 이유

MARRIAGE - 당신이 결혼을 서둘러야 할 이유

적령기를 놓치면 개인적·사회적 비용이 늘어나 남녀 모두에게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



수전 패튼은 1973년 프린스턴대에 입학했다(당시 그 학교의 여학생 수는 200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패튼의 두 아들이 프린스턴대에 다닌다. 올 봄 그녀는 아들이 다니는 모교 교지에 한 장 반짜리 편지를 썼다. 프린스턴 여학생들에게 “졸업 전에 캠퍼스에서 남편감을 찾으라”고 조언하는 내용이었다.

“똑똑한 여자는 최소한 자신과 지적으로 비슷한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패튼은 썼다. “프린스턴 여성으로서 우리에겐 너무 높은 가격표가 붙었기 때문에 결혼시장에서 거의 퇴출당했다. 실제로 우리보다 더, 또는 비슷하게 똑똑한 남자는 이 세상에 별로 없다. 학교를 떠나면 다시는 그런 괜찮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일 기회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이 들끓었다. ‘엘리트주의자(elitist)’부터 ‘구닥다리(archaic)’까지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엘리트주의자’라는 비난은 그런대로 정당한 듯하다. 난 평범한 노스플로리다대를 자랑스럽게 졸업한 남자와 결혼했다. 때문에 아이비리그인 프린스턴에 그처럼 훌륭한 남자들이 전부 다 모여 있다는 생각에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구닥다리’라는 비난은 좀 지나친 감이 있다. 대학 캠퍼스에는 거의 같은 인생 목표를 가진 싱글이 아주 많다. 대다수에겐 대학시절이 그토록 많은 훌륭한 신랑신부감에 둘러싸일 마지막 기회임이 분명하다. 학교에서 내 신랑감 또는 신부감이 될 만한 남자나 여자가 있는지 살펴보는 게 뭐가 나쁜가?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달라졌다. 20대는 결혼을 하는 시기가 아니라 교육을 마치고 자아를 찾아야 할 시기다. 과거엔 결혼이 성인기에 들어서는 통과의례였다. 성인 인생의 ‘초석(주춧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결혼이 ‘관석(돌기둥이나 담 위에 얹는 갓돌)’이다. 모든 기초가 마련되고 난 뒤 맨 마지막에 하는 일이다.

30대 후반에 결혼한 여성으로서 요즘 여성이 졸업식 직후 결혼식을 올리려고 달음질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일면 반갑기도 하다. 그러나 역시 30대 후반에 결혼한 여성으로서 말하자면 요즘 여성이 약간 심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결혼할 기회를 놓친다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설문조사에서 현재 50세 미국인 중 결혼한 적이 없다고 말한 사람은 1930년대에 비해 적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보다는 만혼 추세가 가속화되면 대가와 비용이 계속 불어난다는 사실이다.

기반을 잡을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고학력 여성의 경우 출산 적령기를 넘길 위험이 있다.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위험이지만 교육과 경력이 우리의 젊음을 더욱 많이 소모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불임치료를 여러 차례 받으며 고생하는 친구를 본 사람이라면 이런 작은 위험이 현실로 다가올 때 정서적으로 황폐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또 결혼을 늦추면 아기가 선천적 결함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 아울러 아기와 노부모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늦게 하는 결혼이 재앙이라는 뜻은 아니다. 결혼을 미루는 고학력 여성 중 소수는 일단 결혼하면 대부분 성공적인 삶을 구가한다. 30세까지 결혼을 미루는 대졸자들은 평균 연간 5만 달러의 소득을 올린다. 21세 이전에 결혼하는 여성보다 2만 달러 정도 많다. 그들은 부부 싸움도 덜 잦고 심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버드 공공정책 대학원 케네디 스쿨의 캐스린 에딘은 “어떤 면으로는 중산층이 과거엔 흔치 않은 결혼 형태로 이득을 본다”고 말했다. 에딘은 그런 결혼 형태를 ‘슈퍼관계(superrelationships)’라고 부른다. 소득만이 아니라 친밀성과 만족도도 높다.

이런 부부의 이혼율은 1960년대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잠재적인 단점도 있다. 원하는 자녀를 전부 가질 정도로 신속히 정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2011년 조사에서 여성 과학자 중 거의 절반과 남성 과학자의 4분의 1은 경력 관리 때문에 원하는 만큼 자녀를 가질 수 없다고 응답했다.

한편 5차례의 체외수정을 시술 받을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저학력 여성은 그럴 위험은 없다. 대신 그들은 더 큰 위험에 직면한다.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아기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여성들의 경우 첫 출산의 58%는 미혼 상태에서 발생한다.

출산 시기에 아이 아버지가 곁에 있다고 해도 5년 내에 갈라서는 커플이 많다. 1990년 이래 초혼 연령은 첫 출산 연령을 훨씬 큰 폭으로 넘어섰다. 현재 미국 여성의 첫 자녀 출산 연령 중앙값은 초혼 연령 중앙 값보다 꼬박 1년이 빠르다. 미국결혼프로젝트(NMP)의 최근 보고서는 그런 현상을 ‘대반전(The Great Crossover)’이라고 불렀다.

존스 홉킨스대의 가족구조 전문가인 앤드루 철린은 “그 통계를 보면 대졸자들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대졸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다수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여성이다. 그들은 아기는 일찍 낳고 결혼은 늦게 하기 때문에 가족구조에서 위기가 발생한다. 과거 도시 빈민층에서 많이 나타나던 아버지 없는 연약한 가족이 고학력자를 제외한 모두에게 표준이 되고 있다. 도시든 농촌이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마찬가지다.

물론 일찍 결혼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삶의 모든 다른 부분이 확정될 때까지 결혼을 미뤄야 한다는 개념을 재검토할 시점이 된 듯하다. 20대 초반에 결혼 상대를 찾기 시작한다면 고학력 여성이 출산 곡선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작을지 모른다. 대학졸업장이 없는 여성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관계에 이를 때까지 자녀 갖기를 미루기가 더 쉬워질지도 모른다.



행복을 연구하는 하버드대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몇 년 전 자신의 베스트셀러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Stumbling on Happiness)’를 읽은 한 독자와 대화를 나눴다. 그 책의 한 부분에서 길버트는 “우리는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뛰어나다”고 주장했다(예를 들어 사고로 불구가 된 사람이 일정 기간 적응 후에는 사고 이전과 행복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독자는 그게 바로 ‘결혼’과 ‘동거’의 차이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결혼은 일단 하면 물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결혼은 사랑을 표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그 사랑을 만들어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 독자의 말에 내가 무릎을 쳤다”고 길버트는 내게 말했다. “그래서 집에 가서 수년 동안 함께 살아온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그는 지금 그녀를 결혼 전보다 더 사랑한다.

물론 모두가 결혼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성별을 불문하고 대다수는 결혼을 원한다. 비록 자신의 판단이 옳은 이유를 알지는 못한다고 해도 결혼을 원할 만한 이유는 많다.

실제로 결혼은 이점이 아주 많다. 경제적으로 볼 때 결혼한 커플은 독신 가구보다 훨씬 풍족하다. 부분적으로는 결혼한 남자의 소득이 독신보다 거의 50%가 많기 때문이다. 보수를 많이 받는 남자가 결혼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결혼 직후 아기를 낳는 ‘속도위반’ 결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반드시 결혼할 생각이 없는 남자들의 경우도 ‘결혼 프리미엄’은 여전히 있다.

결혼의 경제적 이점은 그뿐이 아니다. 결혼을 하면 부부 서로의 자원을 공유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독신보다 재산을 더 빨리 모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사람의 생활비로 두 사람이 같이 살 수 있다”는 옛말이 반드시 옳지는 않다. 그러나 결혼한 가구가 독신 두 가구보다 생활비가 훨씬 적게 든다는 점은 확실하다. 부엌 하나, 침실 하나, 거실 하나, 식당 하나, 케이블 TV와 인터넷 청구서도 하나면 된다. 실내 온도를 두고 언쟁을 벌일지는 모르지만 냉난방 비용도 두 가구에 드는 돈의 절반이면 된다.

두 사람이 함께 벌면 주택 보증금처럼 돈이 많은 들 경우에 대비해 저축하기가 더 쉽다. 실직 같은 어려움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도 된다. 소득의 50%를 잃으면 타격이 크지만 100%를 잃는다는 것은 완전히 재앙이다. 부부 중 한 명이 전업주부 역할을 맡는다고 해도 그 주부는 비상시에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인 소득원이다. 하지만 독신의 경우는 모든 어려움을 혼자 떠안아야 한다.

결혼의 금전적 이득은 매우 크다. 평균적으로 결혼한 사람이 누리는 금전적 이득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거의 두 배다. 이런 경제적 안전망을 염두에 두고 결혼한 사람은 독신자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다른 이유도 있다. 평균적으로 볼 때 결혼한 사람은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

정신건강도 더 좋다고 말한다. 결혼 생활에 얽매어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포기하는 게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결혼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섹스를 더 많이 즐기며 성생활 만족도도 높다고 말한다. 일찍 결혼하는 사람은 소득 증가가 많지는 않지만 생활에 더 만족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모든 이점이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의 결과일지 모른다. 역사학자 스테파니 쿤츠는 이렇게 말했다. “자녀를 갖는 문제 등을 체계화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제도로서 결혼을 약화시키는 요인들이 하나의 관계로서 결혼을 강화해주었다.”

결혼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줄어들면서 불행하고 실패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모두 이혼하거나 아예 결혼을 하지 않게 됐다. 경제학자 베치 스티븐슨과 저스틴 울퍼스의 연구는 과실 책임을 묻지 않는 이혼(no-fault divorce)의 도입이 가정폭력과 자살의 감소를 가져왔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결혼을 장려하면 결혼의 평균 질이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결혼하지 않는 게 더 낫다는 뜻은 아니다.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줄어들면서 결혼이 과거보다 더 나아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혼의 모든 이점을 설명해주진 않는다.

늦게 결혼한 사람으로서 만혼에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늦게 결혼하는 커플은 일찌감치 결혼하는 커플보다 이혼할 가능성이 작다(물론 40세 이후 결혼하면 그런 이점이 없어질지 모른다). 또 학자나 의사, 외교관 등 교육이나 직업이 20대에 많은 활동을 요구할 경우 안정될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게 관계 유지에 더 용이할 지 모른다.

나와 친한 한 경제학자는 급우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은 일을 돌이켰다. 그가 데이트를 신청했던 여성 급우는 동급생들과 데이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직장을 잡기가 너무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나처럼 늦게 결혼할 때 불리한 점도 많다. 우선 스탠퍼드대 의대 정신과 교수 키스 험프리스가 말한 ‘할머니의 램프(Grandma’s Lamp)’ 문제가 있다. 할머니가 램프를 사러 갔는데 이것 저것 다 봐도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이건 너무 커서 다른 장식품을 가리고 저건 너무 작아서 낮은 곳에 있는 작은 탁자를 비추지 못한다고 불평한다.

그처럼 한 방에서 오래 살면 평생 모은 살림과 장식품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램프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마찬가지로 인생을 설계하느라 수십 년을 보내고 나면 이미 선택한 것(거주지, 취미 관심사, 근무 시간 등) 전부에 맞는 짝을 구하기가 보통 어렵지 않다. 험프리스는 40세가 다 된 시점에 배우자를 찾는 지인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하나의 아파트를 지었다. 벽지, 카펫, 가구 등 현재의 살림살이 모든 것을 돋보이게 하고 그것들의 가치를 저하시키지 않으며 어느 하나도 위치를 바꿀 필요가 없는 완벽한 램프를 원한다. 같은 문제를 가진 여성들과 데이트하지만 그들 역시 아주 특별하고 색다른 램프를 찾는다. 그러면 일이 성사될 수 없다.”

아직 배필감 찾기에 나서지 않은 사람에게는 또 다른 위험이 있다. 여러 남자와 데이트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결혼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 의해 임신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러면 낙태냐, 결혼이냐, 편부모가 되느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불행을 겪는다. 모든 연구 결과는 결혼이 자녀 양육에 최선의 환경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세라 맥래너핸과 게리 샌드퍼는 편부모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에서 편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양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만큼 잘 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런 아이들은 학교에서 말썽을 부리고 중퇴할 가능성이 더 크며, 나중에 자신이 편부모가 될 가능성도 더 크다. 안정되지 못한 사람은 편부모가 될 여지가 많으며 자녀 양육에서도 어려움이 더 크다. 한쪽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어려움이 더 많다. 편부모와 사는 아이는 무엇엔가 억눌린다.

맥래너핸과 샌드퍼는 그 ‘무엇’이 자원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에는 엄마와 아빠 역할을 겸하는 편부모의 지략과 용기에 관한 글이 넘쳐난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내야 마땅하지만 자녀에게, 그리고 때로는 부모에게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사회적 보수주의가 아니라 산술적 계산에서 나온 이야기다. 한 가구가 아니라 두 가구로 나눠지면 집세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두 배를 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과 관심도 마찬가지다. 편부모는 스트레스가 더 많다. 경제적 어려움이 하나의 이유이지만 양육 부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집안에 어른이 한 명뿐이라면 자녀를 적절히 돌보기가 당연히 더 어렵다.

어른이 한 명 더 있다고 해도 그 어른이 친부모가 아닐 경우엔 반드시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맥래너핸과 샌드퍼는 의붓아버지가 있으면 어머니가 자녀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아버지가 자녀에게 질투를 느끼기 때문이다. 조부모나 친척이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조사 결과는 그들이 아무리 잘해도 부모의 대안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동의하는 바다. 그는 최근 모어하우스 칼리지 졸업생들에게 “저는 영웅적인 편모와 훌륭한 조부모 아래 자랐고 그들은 저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여러분을 위해 바로 그런 희생을 한 어머니와 조부모가 계시리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곁에 있을 뿐 아니라 적극 양육에 참여한 아버지가 있었더라면 훨씬 더 나았으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편부모의 양육에 수반되는 진짜 문제는 편부모 자체가 아니라 사회의 안전망이 허약하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문명화된 유럽 국가에서는 편부모가 국가로부터 탁아 비용을 보조 받고 직장도 조기 퇴근을 허용하며 휴가를 많이 준다고 말한다. 물론 그런 안전망은 양육의 부담을 덜어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부모가 있는 가정의 이점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편부모가 이 모든 혜택을 누리는 스웨덴에서도 편부모 가정의 어린이들은 우울증, 자살, 약물남용 문제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크다.

불행하게도 지금은 편부모가 가족 구조의 지배적 모델로 급속히 자리잡는 중이다.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헌 상원의원은 1965년 노동부 차관보 시절 ‘니그로 가정: 국가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썼다가 인종차별주의자이며 보수반동주의자라는 비난을 샀다. 모이니헌은 흑인 사이의 편부모 양육(당시 약 25%)이 사회붕괴를 초래하고 빈곤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인 가정을 지원하는 고임금 일자리를 흑인 남성에게도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지금은 흑인 어린이의 73%가 미혼 부모에게서 태어난다. 인종에 따른 격차가 여전히 크지만 라틴계도 53%, 백인도 30%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장 큰 차이는 인종이 아니라 계층에서 비롯된다. 고학력 여성은 결혼과 자녀 갖기를 둘 다 미룬다. 반면 저학력 여성은 결혼은 미루지만 자녀 갖기는 미루지 않는다.



자녀 양육의 새로운 면은 엘렌(가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젊은 백인 미혼모로 미국 중서부의 작은 도시에 산다. 그녀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자영업을 했고 어머니는 공무원이었다. 엘렌은 머리가 좋았지만 학교의 속박을 참지 못했다. 다른 식구들과 달리 엘렌은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 인증서를 받고 저임금 직장을 전전했다. 한 직장에서 1년을 넘긴 적이 없을 정도로 계속 옮겨다녔다.

그러다가 만났다 헤어졌다한 남자친구 클라크(가명)의 아이를 가졌다. 21세 때였다. 그녀의 딸은 지금 여섯 살이다. 그녀는 아직 안정된 직장도 없다. 정착할 자금이 없어서 친척과 친구 집을 떠돈다. 현재 그녀는 아버지가 소유한 집에서 클라크와 함께 산다. 그러나 그녀의 실업 수당이 바닥났기 때문에 주택담보 대출금을 갚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해 아버지가 집을 팔아야 할 처지다.

그런 혼란이 딸에게 피해를 주었다. 우울증이 심한 엘렌은 딸아이를 제시간에 학교에 데려다 주지 못한다. 그 문제로 엘렌은 자신의 어머니와 여러 차례 심한 언쟁을 벌였다. 그 결과 사슴처럼 크고 아름다운 갈색 눈을 가진 상냥한 딸아이가 선생님에게 말대꾸를 하기 시작했다.

엘렌 같은 여성은 결혼을 거부하진 않는다. 전문가들은 그들 대부분이 고학력 여성 만큼이나 결혼을 원한다고 말한다. 다만 그들은 결혼에 이르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그들은 자녀는 일찍 갖고 결혼은 나중에 한다. 결혼 생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자녀를 갖는 기회를 놓치려 하진 않는다. 경제학자 칼 스미스에 따르면 대다수는 자녀를 갖는 일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을 기다리려고 그처럼 중요한 일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저소득층의 경우 비숙련자에게 괜찮은 임금을 지불하던 제조업 등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편부모 가정의 빈곤이 훨씬 심화됐다고 철린은 말했다. 역설적으로 바로 그런 상황이 그들을 편부모가 되도록 만들었다. 남성이 가정을 부양할 능력이 줄어들면서 가정에 대한 남성의 애착도 줄어들었다.

결혼 직전에 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안정을 제공할 능력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빈곤층에서는 교도소 복역으로 상황이 더 나빠진다. 남성이 아버지 역할을 배우기 전에 가정에서 찢어져 나간다. 출소하면 취업 전망이 너무도 암울하다. 여성은 그들을 가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추가적인 부담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을 경제로만 설명할 순 없다. 버지니아대 브래드 윌콕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결혼의 감소가 괜찮고 안정된 일자리에 접근할 수 없는 계층에 집중되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대공황 시절에도 미혼모가 크게 늘진 않았다. 부분적으로는 당시 사람들이 가정생활과 섹스, 결혼을 아주 달리 이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문화와 법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참고로 내 조부모는 대공황 시절인 1936년 결혼했다. 할아버지는 21세로 식료품점 점원이었다. 그들은 부모의 집에 방 하나를 임대해서 벽에 구멍을 뚫어 난로 연통을 설치했고 단칸방에 살림을 차렸다.)

얼마 전부터 보수파는 1960년대에 일어난 성해방 운동이 그런 문화를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사회자본과 자원을 가진 엘리트층에는 이로웠지만 나머지 사회 구성원에게는 오히려 해가 됐다고 주장했다. 엘리트층은 이 멋진 섹스 신세계에서 즐길 자원이 풍부하다. 그들은 피임약과 기구를 지속적으로 구입해 사용하고 실수를 했을 경우 낙태 수술을 받기가 더 쉽다.

그러나 금융·사회 자본이 풍족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변화가 재앙이었다고 보수파는 말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더트는 중상층 진보파가 “자신들이 이미 실천하고 있는 문화를 사회 전체에 전파하는 데 실패했다”며 그 결과 연약하고 불안정한 가정에서 양육되는 어린이 수가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동거를 생각할 때 아직 결혼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20대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철린이 말했다. 그러나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다. “그들의 경우 전혀 결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여자가 임신하면 곧바로 같이 살기로 결정한다. 영구히 동거할 의도는 전혀 없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전엔 부유하든 가난하든 미혼 상태에서 임신하면 똑 같은 제재를 받았다. 사회적 오명이 따라붙고 결혼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았다. 지금은 그 오명이 사라졌지만 엘리트층은 여전히 과거의 부르주아 기준을 유지할 여지를 갖는다. 그러나 근로계층에게는 기대할 수 있는 안정된 일자리가 없다.



자원이 많다고 해도 편부모로서 자녀를 양육하는 데는 큰 대가가 따른다. 중산층에서 성장했고 책임감이 강하며 유명한 장학금도 많이 받은 알렉산더(가명)는 25세에 아버지가 됐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가질 때였다. 그의 이야기는 이례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엘렌과 흡사하다.

캐스린 에딘이 저소득층 편부모의 자녀 양육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에서 말한 사례에 해당한다. 알렉산더는 뉴욕으로 이사한 직후 술집에서 당구를 치다가 몰리(가명)를 만났다. 말재주가 좋고 매력적인 그녀는 알렉산더에게 대학 동문이라고 말했다(알렉산더는 나중에 그녀가 중퇴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곧 몰리가 알렉산더의 아파트로 들어가 살았다. 그녀는 자신이 조심하면 된다며 콘돔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에딘이 연구한 가난한 독신 여성 대다수는 그런 식으로 임신을 했다. 그들은 임신할 생각이 없었지만 피임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피임에 관해 모르거나 피임약이나 기구를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 대다수는 관계 초기엔 피임을 했다. 그러나 잠시 후 피임을 중단했다.

에딘은 이렇게 말했다. “가난한 커플은 서로간의 애착이 아주 약할 때 자녀를 갖는다. 연애 6~7개월 만에 임신을 해서 아기를 낳는다. 남자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다면 함께 아기를 낳아 기르게 되는 여성은 우연히 같이 지내다가 임신하게 되는 여성이다.”

알렉산더와 몰리는 몰리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안 뒤 곧바로 헤어졌다. 몰리는 낙태 수술비를 요구해서 받아냈다. 그러나 몇 개월 뒤 나타나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래서 앤디가 태어났다. 미혼모 자녀가 겪는 전형적인 문제가 앤디에게도 나타났다. 양육권 분쟁에다 양육비를 두고 싸움이 벌어졌다.

몰리는 재정상황이 불안정하고 늘 빈털터리였다. 알렉산더는 대다수 독신 부모보다 더 많이 벌었지만 양육비와 집세를 지불하면 남는 게 없었다. 양육 부담 조건 때문에 좀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길 수도 없었다. 젊은 전문직종 종사자가 기대하는 근무시간도 한낱 꿈에 불과했다.

그는 “편부모로서 자녀를 키우면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에게 아이 교사가 연수를 받는 날이라 아이가 집에 있으니이 일이나 저 일을 못하고 집에서 근무하겠다고 늘 말해야 한다”고 한탄했다. 앤디도 고통 받았다. 못되게 굴기 시작해 초등학교 1학년 때 행동 문제아 치료학교로 옮겨야 했다.

알렉산더의 이야기는 엘린보다는 좀 더 행복하게 결말을 맺는다. 그는 오래고 쓰라린 법정투쟁 끝에 앤디의 완전한 양육권을 얻었다. 그래서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옮길 수 있게 됐다. 또 아름답고 쾌활한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 그녀는 알렉산더만큼이나 앤디도 끔찍히 사랑한다. 열두 살인 앤디는 이제 아주 좋아하는 동생도 생겼다.

물론 알렉산더의 이야기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그는 대다수 편부모가 갖지 못한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행복한 시나리오가 가능했다. 교육을 잘 받았고 아이가 생겼을 때 든든한 직장이 있었다. 또 여러 기관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는 노하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처럼 기댈 수 있는 자원이 없는 사람들은 훨씬 고달픈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 모두 일찍 결혼하기로, 적어도 마법의 연령인 28세 전에 배필감을 찾기로 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상당히 근사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비숙련 근로자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좀 더 만족스러운 관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더 나은 소득과 안정된 일자리(특히 남성의 경우), 자리잡을 때까지 자녀 갖기를 미뤄야 하며 결혼이 아니라 자녀가 궁극적인 ‘관석’이라는 문화적 기대치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런 조건을 갖추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20세기의 중산층 번영을 회복시키는 방안을 찾으려고 수십 년 동안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신통한 방책이 나오지 않았다. 문화를 바꿀 묘안도 없다. 과거엔 독신주의나 섹스, 미혼모에 심한 오명이 따랐기 때문에 가족 제도가 지탱됐다. 일찍 결혼해서 제때에 자녀를 갖지 않는 사람들은 큰 고통을 당했다.

지금은 그런 문화를 다시 불러오기를 원한다고 해도 그럴 방법이 없다. 특히 근로계층이 자녀를 가질 수 있을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데 필요한 경제적으로 안정된 미래를 가질 희망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변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초혼 연령을 조금씩 낮추고 첫 임신 연령을 조금씩 높여 다시금 그 선이 겹쳐지게 만드는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평균 초혼 연령이 무한정 높아지진 않겠지만 전문 교육과 경력을 결혼으로 마무리짓기 전에 자리를 잡는 데 갈수록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여성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뭔가 변하지 않으면 수많은 어린이가 아버지 없이 성장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문화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첫 단계다. 그 다음은 성인의 출발점에 있는 남녀에게 여생을 함께 보낼 사람을 서둘러 찾으라고 충고하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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