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후발주자 추격에 아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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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맥심’ 공식이 흔들린다. 한때 80%대 중반(2010년 기준)을 자랑하던 동서식품 맥심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부터 79%대로 떨어졌다. 대형마트 시장점유율 역시 78%로 주춤한 상황이다.
국내 커피믹스(봉지 커피) 시장은 20년 넘게 동서식품이 주도하는 독주 체제였다. 그 뒤에서 글로벌기업 네슬레와 2010년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프렌치카페)·롯데칠성음료(칸타타)가 나란히 경쟁을 벌였다.
동서식품의 점유율은 2010년 84.4%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감소 추세다. 지난해 점유율(79.6%)은 2008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후퇴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여전히 압도적인 1위라는 점에선 변화가 없다”고 했지만, 하락세는 완연하다. 후발업체의 추격이 주된 이유다. 특히 2위 업체인 남양유업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브랜드인 프렌치카페 3분기 점유율은 16%다.
지난해 한 자릿수 점유율에서 올 상반기 14%를 기록한 후 치고 올라오는 모양새다. 남양유업 측은 11월 완공한 전남 나주 커피공장을 가동해 생산 물량을 대폭 늘릴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연말까지 3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웰빙 추세 속 ‘지방 커피’ 논란남양유업은 5월 대리점주에 대한 영업직원의 폭언과 ‘물량 밀어내기’ 등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남양유업은 커피를 비롯해 우유·분유 등 전 분야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이후 대리점주와 협상을 체결해 사태를 수습하며 9월 들어 회복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파문이 아니었다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을 더 키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프렌치 카페를 내놓으면서 수십 년 간 변화가 없던 커피믹스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며 “지금 같은 공격적인 태세라면 점유율을 더 높이는 건 시간 문제”이라고 말했다.
커피 소비의 새로운 흐름을 재빠르게 읽지 못한 것도 동서식품에 위기를 불렀다. 커피전문점들이 커피믹스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며 ‘원두 커피믹스’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전문점 커피에 길든 소비자 입맛에 맞춰 이른바 ‘고급 커피믹스’를 들고나온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비아’, 카페베네 ‘마노’, 쟈뎅의 ‘벨류엔 라이프업’ 등이 대표적이다. 커피전문점은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 가격은 한 봉에 약 300~400원으로 책정해 한 잔에 4000원 안팎인 매장 커피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동서식품도 이에 맞서 2011년 원두커피믹스인 ‘카누’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여전히 ‘맥심 화이트 골드’다. 이 제품은 1989년 출시된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그간 써온 자사 커피 크리머 제품인 ‘프리마’ 대신 무지방 우유를 사용한 것이다. 커피의 쓴맛을 완화하는 ‘프리마’에 인체 유해 성분으로 알려진 카제인나트륨이 함유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때문이다. 유해 성분은 줄였지만 원두 커피믹스보다 칼로리가 높아 커피 시장의 ‘웰빙 트렌드’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생활과학연구소 황금택 교수팀이 올 초 국내 시판 중인 커피믹스 11개 제품의 지방·포화지방 함량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제품의 지방 함유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2월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뜨거운 물을 부어 바로 마실 수 있는 커피믹스가 돼지고기 목살 수준의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함유한 지방의 대부분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포화지방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동서식품은 “커피믹스에 들어있는 커피 크리머의 지방은 식물성으로, 섭취 후 독서 20분 또는 산책 12분만으로도 100% 소모되는 양”이라며 “트랜스지방과 콜레스테롤 성분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 소비자들 사이에선 ‘지방커피’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동서식품은 9월 커피믹스에 사용하는 고급 아라비카 원두 비율을 기존 70% 이하에서 80%로 높이는 내용의 ‘5차 리스테이지(제품 업그레이드)’ 계획을 밝혔다. 2008년 이후 5년만의 리스테이지 발표다. 앞서 8월엔 맥심 커피믹스 전 제품의 가격을 내리기도 했다. 동서식품이 밝힌 가격 인하 이유는 국제 원두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과 침체된 시장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서다.
최근 국제 원두 선물가격(아라비카 기준)은 1파운드(453g) 당 2011년 255.5센트에서 지난해 177.5센트, 올해 137.3센트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지난해 1조2000억원 규모로 전년과 같은 수준에 그쳤고, 올해는 3% 정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수익을 낮추더라도 전체 매출을 끌어올려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동서식품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다양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체된 커피믹스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와 불법 증여 의혹 등 부정적인 인식을 만회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동서식품을 계열사로 둔 동서그룹은 올 4월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실시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편법증여 등에 대한 세무조사였다.
동서 오너 일가가 지분을 가진 계열사에 그룹 일감을 몰아줘 막대한 이득을 올렸고, 이 과정에 불법 증여 의혹을 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 동서그룹 관계자는 “일상적인 정기조사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일감 몰아주기 문제의 첫 타깃이 되며 기업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은 게 사실이다. 이같이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가격인하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가격 인하폭 작고, 비인기 상품에 한정최근 국제 커피원두 가격의 하락폭을 고려할 때 동서식품 등의 커피 가격 인하폭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라비카 원두의 가격은 2011년도에 최고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해 최근 최고가 대비 약 45~4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동서식품의 가격 인하율은 5~10%에 불과하다. 가격인하 정책이 ‘생색 내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할인 폭이 큰 제품은 비인기 품목에 한정돼 있다. 맥스웰 하우스 모카(10%)와 맥심 오리지날(7.5%) 등 비인기 품목은 많이 내리고 주력 제품인 맥심 모카골드와 카누 다크아메리카노의 인하폭은 5%로 최소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믹스 시장 경쟁이 과열되고 경쟁 업체 역시 일상적으로 세일 행사나 사은품 증정을 하는데 이 같은 할인정책이 이미지 회복에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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