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기 개발 투자 늘리는 미국

미 국방부가 예산 삭감 소용돌이 속에서도 군사용 무인기(드론) 개발에 대대적 투자를 하며 하늘의 패권 지키기에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가 무인기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수성 작전에 나선 것이다.
미 국방부가 최근 공개한 ‘무인 시스템 통합 로드맵’ 보고서에 따르면 무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올해부터 2018년까지 5년 간 모두 238억8320만 달러의 국방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무인시스템은 미국의 육·해·공군을 대상으로 구축된다. 군사용 무인기 개발에는 216억9910만 달러가 할당됐다. 항목별로 보면 연구·개발(R&D)과 시험평가에 70억7500만 달러, 정부 조달에 102억5390만 달러, 운영·정비에 65억5430만 달러가 배정됐다.
무인시스템 예산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받은 미 공군은 적진 침투와 정찰을 수행하는 무인기와 로봇 형태의 소형 무인기의 개발에 나선다. 무인기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과 보호능력 등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무인기의 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이터스트림이 해킹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암호화를 강화할 방침이다.
펜타곤은 15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위기상황 시 협동작전’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형 무인기 개발을 추진한다. 펜타곤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작전에 투입된 무인기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무인기들과 서로 정보를 교환해 위기를 넘기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중국군, 스텔스 기능 무인기 개발펜타곤이 무인기 성능 개발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기존의 무인기 운영 체계로서는 미래 전쟁 환경에 대응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때문이다. 실전에 배치된 미군의 전투용 무인기나 정찰용 무인기는 지난 25년 동안 비교적 성공적으로 운영됐다는 게 중평이다.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등 후발주자들이 무인기 개발에 나서 미국에 필적할 만한 무인기를 양산해내자 비상이 걸렸다.
국경에 구애 받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비밀리에 전 세계 하늘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닐 수 있던 환경을 더 이상 누리기 힘들어졌다. 하늘에서 이들 나라의 무인기와 조우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군사용 무인기 세계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에게 유력한 경쟁국가로 부상한 나라가 중국이다. 러시아의 군사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군이 지난해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가 개발한 이룽 등 1500여 기의 무인기를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중국은 적의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무인기도 이미 개발했다. 지난해 11월 시험비행에 성공한 스텔스 무인기는 ‘리젠’. 미국·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로 개발돼 서방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은 지상 50㎞ 상공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고고도 무인기의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전쟁 당시 인해전술을 펼쳤던 것처럼 무인기 작전에서도 대규모 무인기 편대를 활용한 벌떼 공격 전술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아시아 안보정책 전문기구인 ‘프로젝트 2049 연구소’는 중국이 이 같은 전술을 통해 미군의 레이더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조종사 살상의 걱정이 없는 무인기의 장점을 살려 미 함대에 무인기 편대를 돌진시키는 ‘가미카제’식 공격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에 대항해 세계 최강을 꿈꾸는 중국이 자랑하는 또 다른 무인기는 이룽. 미사일 2기를 장착한 이룽은 고도 5300m에서 20시간 이상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룽의 수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의 고고도 무인 정밀 폭격기 MQ-9와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훨씬 싸다는 점을 내세워 제3국 등에 수출 타진을 하고 있다. 이밖에 최고 시속 750km로 7000km의 항속거리를 가진 샹룽도 중국의 대표적인 무인기로 손꼽힌다.
팽창주의 노선으로 복귀하고 있는 러시아도 군사용 무인기 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오는 2020년까지 모두 90억 달러를 투입해 무인기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해 “무인기가 현대 항공 발전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전투와 정찰용 등 다양한 종류의 군사용 무인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러시아가 운용하고 있는 무인기는 500대 정도로 알려졌다. 쇼이구 장관은 구매 대수 등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무인기 전력이 러시아군의 통신과 전투 능력 향상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2009년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IAI 등으로부터 12대의 무인기를 구매, 공군에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아랍에미리트(UAE)의 방위산업업체인 에드콤 시스템스사가 개발한 ‘얍혼 유나이티트 40’ 무인기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의 무인기 전력 강화에 맞서 최첨단 스텔스 무인기의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는 노스럽그루먼사가 개발한 X-47B는 적의 레이더망에 거의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이 있다. 6시간마다 급유를 하면 X-47B는 1만2000m 상공에서 며칠씩 비행할 수 있다.
정밀유도 폭탄 2기를 장착하고 있어 언제든 적의 주요 전략지를 폭격할 수 있다. X-47B는 인간과 일반 전투기가 견딜수 없는 고강도 방사선에도 버틸 수 있어 비행에 제약이 거의 없다. 또한 방사선을 발사해 적의 인명살상용 전자파 발생장치나 컴퓨터 네트워크 등을 파괴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알카에다나 북한 수뇌부 등 미국의 적대세력은 X-47B의 실전배치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군사용 무인기로 글로벌호크를 들 수 있다. 고고도 무인 정찰기로 명성이 높은 글로벌호크는 1998년 처음 개발된 후 세계 곳곳의 자연재해 현장에 투입되는 등 평화유지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무인기는 고도 20km의 하늘을 비행하며 1만5000km² 범위에서 움직이는 목표물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화창한 날씨면 목표물이 어디 있는지 1분 정도에 파악할 수 있다. 지구 궤도를 도는 정찰위성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정찰위성이 정해진 궤도 주변만을 감시하는 반면 글로벌호크는 타깃 지점으로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인기 실전배치 경험은 미국의 최대 장점펜타곤은 무인기 운영 경험을 살려 후발주자들이 따라 하기 힘든 전술적 운용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아프가니스탄·이라크·파키스탄 등에서 무인기를 실전배치 해서 운용한 경험은 군사비로 살 수 없는 귀중한 것이다. 무인기 조종 실력이 나 전략적 기동 측면에서 어떤 국가보다 월등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 받는다.
이 같은 점을 토대로 펜타곤은 무인기의 항공모함 탑재를 통해 그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항공모함에 무인기를 이 착륙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나라의 미국과 중국 등 몇 개 안된다. 미 해군은 지난해 무인기 X-47B의 항모 이착륙에 성공해 항공모함이 가는 곳에서 무인기를 바로 출동시킬 수 있게 됐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무인공격기 MQ-9 리퍼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MQ-9 리퍼는 현지의 정보 요원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본토에서 위성을 통해 원격 조종하고 있다. MQ-9 리퍼는 주요 무인공격기 중 최고로 꼽힌다. 앞으로 상당 기간 주력 무인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펜타곤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무인기 ‘X-51A 웨이버라이더’의 시험비행에도 성공해 배치할 수 있는 무인기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도 장점으로 들 수 있다. 한편 전 세계에서 7000여 대의 무인기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펜타곤은 앞으로 10년 내 무인기를 3만대 가량 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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