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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시작한 위기의 KT - 통신판 ‘黃의 법칙(황창규의 반도체 신성장이론)’ 통할까

개혁 시작한 위기의 KT - 통신판 ‘黃의 법칙(황창규의 반도체 신성장이론)’ 통할까

적자, 대출사기 사건, 구조조정 가시밭길 … 1조원대 해외 채권발행 희소식
황창규 KT 회장이 3월 21일 서울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3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개회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KT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통신회사다. 유선전화는 물론 이동통신, 초고속 인터넷, 위성 등 통신이 필요한 모든 영역에 진출해 있다. 민영화된 공기업으로서 한때 잘 나가던 KT는 2011년 이후 위기를 맞았다.

오랜 숙원이던 KTF와 합병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출발한 이석채 전 회장은 적자 회사를 물려주고 떠났다. 개인정보 유출과 계열사가 연루된 대출사기 사건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새로 수장에 오른 황창규 회장이 고강도 개혁을 시작했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KT가 4월 15일 1조원대 해외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차환하고 회사 운영 자금으로 쓸 돈이다. 3년 만기 6억5000만 달러(약 6770억원), 5년 만기 3억5000만 달러(약 3640억원) 규모다.

KT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국내 민간기업이 발행한 해외 채권 중 가장 큰 액수”라며 “총 163개 금융회사가 입찰에 참여하고, 입찰 금액이 40억 달러(약 4조16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투자자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번 해외 채권 발행으로 KT가 차입금 만기구조를 개선해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명예퇴직 등 비용 감축 노력에 따라 실적도 향후 1~2년 새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역시 “중장기 수익성에 긍정적”이라고 논평했다. 아직 KT가 믿을 만한 회사라는 걸 해외 시장에서 입증한 셈인데 오랜만에 들려온 희소식이다.

같은 날 이석채 전 KT 회장은 배임과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6개월 간 이어진 검찰 수사의 결과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벤처기업 3곳을 비싼 값에 인수해 회사에 103억5000만원의 손해를 끼치고, 규정에 없는 상여금을 임원들에게 줬다가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회삿돈 27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이 전 회장과 김일영 전 KT 사장을 함께 기소했다. 총액 131억원이다.

사실 이 돈은 이 전 회장 재임 기간 동안 부실 경영으로 회사가 입은 손실에 비하면 극히 적은 액수다. 2010년 1조20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냈던 KT는 지난해 적자 회사로 돌아섰다.

아이폰 독점 공급을 바탕으로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1위 SK텔레콤을 맹추격하던 모습은 사라졌고, 3위 LG유플러스의 거센 압박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2010년 1월 5만원 고지를 밟았던 주가는 3만원 대에 묶여 회복이 요원하다. 2007년 19개였던 계열사 수는 2009년 이 전 회장 취임 이후 크게 늘었다. 지난해 57개였다. 덩치는 커졌는데 재계 순위(자산 기준)는 오히려 2007년 10위에서 지난해 16위로 떨어졌다. 악재까지 연이어 터졌다. 980만명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이어, 자회사인 KT ENS의 협력업체 대출사기 사건까지 터지면서 코너에 몰렸다.

황 회장은 취임 하자마자 부실을 수습하기 바쁘다. 황 회장은 취임과 함께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첫 카드는 인적 쇄신이었다. 전체 임원수를 27%가량 줄이는 동시에 본인의 임금을 30% 삭감하겠다고 선언했다. 성과급도 포기했다. 황 회장이 나서자 임원들도 임금 삭감에 동조했다.

삼성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하며 조직 개편을 시작했고, 계열사 10여 곳의 사장도 교체해 위기 의식을 불어넣었다. 사외이사 역시 8명 중 5명을 교체했다. 전 정권 관련 인사와 이 전 회장 측근 사외이사들이 자리를 비웠고, 관료나 언론계 대신 학계 전문가를 기용했다. 방만한 자회사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 작업도 시작했다.



인적 쇄신 이어 대규모 명예퇴직개혁의 상징과도 같은 ‘구조조정 카드’도 빼 들었다. 현재 KT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명예퇴직을 진행 중이다. 매년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체급조절 없이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체 직원 약 3만2500명 중 이번 특별 명예퇴직 대상자는 2만3000여명에 달한다. 이 중 5000~6000명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력 감축은 주로 유선 부문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2010년 4조3458억원이던 KT의 유선전화 매출은 지난해 처음 2조원대로 떨어졌다. 어차피 적자를 피할 수 없는 구조라면 인력이라도 줄이자는 계산이다.

일단 황 회장의 첫 출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신중하면서도 핵심적인 문제를 잘 짚어나간다(KT 임원)’‘통신업계를 잘 모른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장점이 될 것(한 애널리스트)’ 등이다. 사실 황 회장에 대한 기대는 ‘보신주의가강한 KT에 삼성의 DNA를 이식해 줄 것’이란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는 후발주자를 시장 선도자로 탈바꿈시킨 경험이 있다. 황 회장 입사(1989년) 이후 삼성전자는 16메가 D램 양산을 선도하면서 일본을 제치기 시작했고, 1994년 256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격차를 벌렸다.

부장으로 입사해 1999년 단 10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그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반도체총괄 사장을 맡아 삼성전자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으로 입지를 굳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삼성 성공 스토리의 주역인 만큼 누구보다 삼성의 장점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KT 내부에서는 ‘큰 기대 하지 말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전 회장도 외부 인사였는데 개혁에 실패하지 않았느냐’ ‘황 회장도 별 역할 못할 것’이란 냉소주의가 잠재돼 있다. 조직 내 뿌리깊은 KT의 모든 문제점을 황 회장의 개인기로 해결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팎의 시선이 황창규식 개혁에 집중되는 상황. 어떤 결과가 나오든 2014년이 KT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해가 되리란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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