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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 | YOUNGTOYS CEO HAN, CHAN-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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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 대목으로 불리는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아이들의 성화에 부모들이 진땀을 빼는 선물이 있다. 국내 완구회사 영실업이 내놓은 변신 로봇 ‘또봇’이다. 국내 완구 시장에서 ‘완판’ 기록을 세운 또봇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다. 덴마크의 레고와 일본의 파워레인저가 휩쓸던 국내 시장에서 국내 완구가 바람을 일으킨 사례는 드물다.
한찬희 영실업 대표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완판’됐던 또봇 쿼트란을 들고 있다.



2000년대 한국의 완구시장은 해외 기업의 전쟁터였다. 아이들은 일본 반다이의 ‘파워레인저’를 입에 달고 살았다. 파워레인저 애니메이션의 인기도 높아서 완구까지 많이 팔렸다. 덴마크 레고그룹의 레고도 ‘스타워즈’ ‘닌자고’ ‘키마’ 등의 콘텐트와 결합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돌풍을 이어갔다. 여기에 한국완구기업이 끼어들 틈은 없어 보였다.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업고 완구 시장에 진출했던 ‘뽀로로’ 외에 아이들 눈에 한국 완구는 보이지 않았다.

한찬희(41) 영실업 대표는 아이들 손에 한국 완구가 쥐어진 모습을 보고 싶었다. “파워레인저만 갖고 노는 아이들에게 한국 완구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또 하나의 로봇’이라는 뜻을 가진 ‘또봇’이 탄생한 계기다. 해외 유명 장난감과 함께 하나 더 구입한다면 또봇을 선택해달라는 소망을 담았다.

2008년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완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일본의 반다이를 벤치마킹했다. 아이들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기본으로 하는 제품을 내놓아야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결론은 자동차였다. 국산 자동차를 이용해 현실성을 높이면 되겠다 싶었다.

한 대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협조를 구했다. 기아자동차가 먼저 답했다.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다. 다만 기아차는 디자인이나 라이선스 비용을 많이 요구하지 않았다. 또봇과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기아차 모델 디자인은 제품에 맞게 고치는 경우도 많다. 신사협정을 맺어 준 기아차가 고맙다.”

기아차의 모델을 바탕으로 변신로봇 완구와 애니메이션 제작에 들어갔다. 한 대표는 “쉽지 않았다”며 “’또봇X’가 나오기까지 8번이나 엎어졌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만 100억원이 투자됐다. 2009년 11월 변신 로봇 ‘또봇X’가 세상에 나왔고, 2010년 4월 또봇 애니메이션 ‘변신자동차 또봇’ 시즌1이 방영됐다. 상영 시간은 제작비의 한계와 스마트폰 시청을 고려해 4분 16초로 결정했다. 이 모든 것을 영실업이 맡아서 해냈다. 한 대표는 “투자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자체 제작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또봇은 한국 완구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또봇X를 시작으로 또봇 쿼트란까지 19종류의 제품이 출시됐다. 기아차의 모델은 소울·포르테쿱·스포티지R 등 8개 브랜드가 사용됐다.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완구 판매도 증가했다. 한 대표는 “애니메이션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지만 완구 판매에 큰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또봇은 지난 5월 현재까지 700만 개나 팔렸다. 처음 나왔던 ‘또봇X’와 ‘또봇Y’는 2013년 단종될 때까지 각각 40만 개와 42만 개나 판매됐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완판’ 기록을 세운 ‘또봇 쿼트란’은 지난 5월까지 25만 개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부모들이 또봇 쿼트란을 사기 위해 마트에서 줄 서서 기다렸다는 이야기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5~7세까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또봇의 가격은 또봇X부터 또봇W까지 개별 로봇은 3만6000~5만9000원이고, 또봇 쿼트란처럼 합체 로봇의 경우 4만5000~8만9000원까지 다양하다.

“완판 기록을 세우기 위해 물량을 조절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대표는 “우리에겐 그럴 능력이 없다”며 웃었다. “금형을 제작하면 한 달에 3만 개까지 찍어낼 수 있다. 당시 크리스마스를 대비해서 두 달 전부터 제작에 들어가서 6만 개를 제작했다. 국내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최대치를 제작했는데 완판됐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 또봇은 레고를 제치고 대형마트 완구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30년 역사의 완구기업 영실업이 거둔 성적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한국 완구 제품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판매량이다. 한 대표는 “뽀로로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뽀로로가 있었기에 우리의 성공도 가능했던 것 같다.”



8월 대만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또봇의 기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안방을 넘어서 세계로 진출한다. 또봇 완구와 애니메이션, 캐릭터 라이선스를 합한 ‘풀패키지’가 동남아시아로 수출된다. 오는 8월 싱가포르와 대만을 시작으로 9월에는 베트남, 10월에는 필리핀 어린이를 만난다. 내년 1월에는 중동에도 진출한다. 중국와 북남미에서도 또봇을 원하는 곳이 있어서 대형 배급사와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한 대표는 “한류 열풍도 한몫했지만 또봇의 상품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실업 설립 이후 완구를 수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직원들과 직접 캐리어에 완구를 싣고 다니면서 바이어를 만났다. 수출 계약을 맺기까지 1년 반 정도가 걸렸다.” 수출액은 국내 매출액의 10~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봇의 성공은 영실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가져다줬다. 2010년 240억원 매출은 2013년 761억원으로 3년 만에 3배나 됐다. 올해 목표 매출은 1000억원이다. 한 대표는 “우리가 거둔 성적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자랑했다. “또봇의 누적 매출액을 판매가로 환산하면 약 2500억원 정도다. 캐릭터 라이선스까지 합하면 6700억원 정도를 벌었다. 완구와 애니메이션이 결합해 만든 성적이다. 완구 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싶다.”

또봇의 성공은 해외 기업에서도 화제다. 한 글로벌 완구 기업에서는 ‘또봇룸’을 만들어서 또봇 현상을 연구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의 완구 시장을 연구하는 것이다. 한 대표는 “그런 소문을 들었을 때 솔직히 놀라웠다. 해외 완구 기업이 수십 년의 역사를 지속한 것은 이런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실업의 경쟁력은 독자적인 제품 개발이다. 1980년 설립된 이후 영실업은 다른 완구 업체처럼 해외 완구업체의 국내 유통사 역할이나 해외 완구 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작에 그쳤다. 외환위기로 한국 완구 기업이 무너질 때 영실업이 버틴 것은 1991년 내놓은 독자적인 제품 쥬쥬와 1999년 론칭한 콩순이 덕분이다. 영실업의 매출액 중 60%는 또봇, 25%는 시크릿 쥬쥬, 10%는 콩순이가 차지한다.

또봇의 성공에 힘입어 2012년 11월부터 케이블TV에서 시크릿 쥬쥬의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한국 완구 기업이 무너진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완구산업은 문화산업인데, 국내 완구 업체가 무너지면서 효과를 보지못했다.” 지난 6월 11일 특허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완구시장 규모는 8000억원이고, 수입완구가 약 8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대표는 또봇의 성공을 발판 삼아서 영실업의 미래를 ‘콘텐트 크리에이터’로 잡았다. 완구 개발과 콘텐트 사업을 함께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곧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보이액션 완구와 애니메이션을 출시한다. 어린이의 성장과정에 필요한 완구와 콘텐트를 영실업이 제공할 것이다. 미국의 마텔(1945년 설립된 글로벌 완구업체)이나 일본의 반다이(1950년 설립된 일본 완구업체)처럼 역사가 있는 완구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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