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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새 상권 - 요즘 뜨는 이색동네 3곳

주목 받는 새 상권 - 요즘 뜨는 이색동네 3곳

이태원 경리단길, 서교동 카페거리, 강남역 언덕길 ... 각 지역 중심 상권보다 임대료 저렴한 게 한몫
이태원 경리단길 입구.



요즘 서울 상가시장에선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상권이 ‘핫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전엔 지하철역이나 대로변을 따라 형성된 대형 상권으로 사람이 몰렸다면 최근엔 교통이 불편해도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색 상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었다.

대표적인 곳이 ‘이태원 경리단길’이다.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와 지하도로를 건너 3분 정도 걸으면 츄러스가게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골목이 나온다. 한눈에 봐도 꽤 경사가 가파른 이 골목이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로 이어지는 경리단길이다. 멕시코 타코·토르타 전문점, 그리스 팔라펠 전문점, 자메이카·브라질식 치킨 전문점 등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과 각 나라의 특성을 담은 빈티지 패션 소품점이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교통 불편해도 특색 있는 주변부로 몰려이태원 일대는 전통적으로 ‘이방인 상권’이었다. 1945년 해방 이후 일본군 조선사령부가 있던 용산 일대에 미군이 들어서면서 미국식 클럽 등 유흥가가 조성됐고 상권이 형성됐다. 이후 1960년대 들어 각국 대사관이 줄줄이 입주하면서 외국인 전용주택 등이 들어섰고 1970년대 들어 외국인 대상의 쇼핑지구가 조성됐다.

본격적으로 내국인이 이 일대를 찾기 시작한 것은 6호선이 개통한 2000년 이후다. 지하철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이색적인 분위기를 찾아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태원 중심 상권으로 꼽히는 이태원역 상권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경리단길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었다.

서울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홍대 상권도 변화가 생겼다. 홍익대 정문 앞에서 2호선 홍대입구역, 6호선 상수역 사이 중심 상권에서 벗어난 ‘서교동 카페거리’가 이색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대 중심상권이 1990년대 신세대·X세대로 불리던 10~20대 젊은층이 몰려 성장했다면 서교통 카페거리는 30~40대가 든든한 배후층이다. 이들은 클럽이나 패션 중심의 중심 상권 대신 차분하지만 특색 있는 카페를 찾는다.

‘강남역 언덕길’도 빼놓을 수 있는 핫 상권이다. 강남대로 중심에 자리 잡은 CGV 뒤 비탈진 언덕길을 따라 들어선 특색 있는 음식점과 카페로 이어지는 발길이 최근 부쩍 늘었다. 4~5년 전만 해도 이곳은 강남역에서 강남대로를 따라 형성된 중심 상권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낡은 주택이 몰려 있던 언덕길은 비탈진 탓에 유동인구가 몰리기 어려운 입지였다.

2~3년 전부터 미즈컨테이너·서가앤쿡 등 특색 있는 음식점이 이곳에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들 상권이 주목을 끌기 시작한 데는 색다른 공간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소득 수준 높아지고 어학연수나 유학, 출장 등으로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남들과 차별화된 생활을 즐기려는 성향이 강해진 것이다. 이들은 이미 대중화한 대형 상권보다 ‘중심 상권 옆에 있는’ 특색 있는 곳을 찾는다.

중심 상권의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밀려난 임차수요가 주변 상권으로 몰린 것도 이유다. 대개 중심 상권보다 30% 이상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태원 경리단길은 최근 점포 임대료가 크게 올랐지만 아직까지 이태원 중심 상권인 로데오거리보다 30% 이상 싸다. 로데오거리 평균 임대료는 보증금 6900만원, 월 342만원 선이다. 권리금은 2억6800만원 정도다. 골목 초입의 맥주전문점(36㎡, 이하 전용면적) 임대료는 3년 새 40% 뛰었지만 아직까지 보증금 3000만원에 월 170만원이다.

인근 중동 음식 전문점(22㎡) 월세도 같은 기간 7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올랐다. 권리금도 마찬가지다. 경리단길 초입의 카페(40㎡) 권리금은 1억2000만원, 카레 전문점(60㎡)의 권리금은 1억원 선으로 3년 새 각각 5000만원 정도 올랐지만 아직까지 로데오거리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서교동 카페거리나 강남역 언덕길도 사정은 비슷하다. 홍대역 인근 66㎡대 1층 점포 월세는 대개 300만원을 넘지만 서교통 카페거리는 200만원선이다. 권리금도 싸다. 66~80㎡대 점포의 경우 8000만~1억3000만원선으로 30~50% 저렴하다.

이들 상권이 활기를 띠면서 관심 갖는 투자 수요가 늘었다. 몸 값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 경리단길 중앙에 있는 미용실(대지면적 46㎡)은 현재 땅값이 3.3㎡당 5600만원을 호가한다. 1년 전 3.3㎡당 3000만원에서 50% 이상 뛴 것이다. 인근 한정식집(대지면적 910㎡)도 1년 전 땅값이 3.3㎡ 3700만원이였지만 현재 5000만원까지 올랐다. 강남역 언덕길 초입에 있는 상가(대지면적 191㎡)도 땅값이 1년 새 3.3㎡당 1000만~2000만원 정도 올랐다. 평균 3.3㎡당 1억2000만원선이다.

이들 상권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색 상권을 찾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색 상권에서 ‘우리끼리 커뮤니티’를 누리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에서 다양한 문화와 상권을 접한 이들이 비슷한 분위기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이들 상권은 본격적으로 상권이 형성되기 전 주거지였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은 대부분 낡은 단독주택이이라 리모델링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투자에 나선다면 매입 가격에 리모델링 비용도 포함해서 자금 계획을 짜야 한다. 현재 건축물 가치는 없다고 봐야 한다. 즉, 땅 가치만 생각하고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임대수익보다는 시세차익에 우선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태원 경리단길의 경우 1종 일반주거지역이라 용적률이 150%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없는 것이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은 5층 이하 낡은 건물이 대부분이다.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리모델링하지 않고 그대로 임대해도 되지만 건물이 낡은 탓에 임대수익률은 연 2~3%에 불과하다. 리모델링을 한다면 임대수익률을 5%까지 높일 수 있다. 리모델링 비용은 3.3㎡당 200만~250만원 정도 예상하면 된다.



땅값은 50% 넘게 올라강남역 언덕길도 용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지역이 제1종전용주거지역이라 업종이 제한된다. 건물은 2층 이상 지을 수 없고 음식점이나 술집은 입점할 수 없다. 카페 등 휴게음식점만 들어설 수 있다. 상가 거래 전문업체인 콜드웰뱅커 케이리얼티 박대범 본부장은 “대개 주거용 주택을 리모델링해 세를 놓는데 리모델링 비용을 감안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용적률 제한이 있어 리모델링 후 면적 제한이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할 계획으로 건물을 매입한다면 주차대수나 정화조 용량 등 리모델링할 수 있는 조건에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드물게 리모델링이 힘든 경우도 있다. 입점하고 싶어하는 임차수요가 몰리면서 장기 계약을 조건으로 임차인이 리모델링 비용을 내기도 한다. 어차피 내 가게의 콘셉트에 맞게 가게를 꾸며야 하니 주인 대신 리모델링 비용을 내고 10년씩 장기 임차계약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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