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POLITICS | ‘문 앞의 늑대’ 푸틴
GEOPOLITICS | ‘문 앞의 늑대’ 푸틴
지난 9월 중순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 폭격기 6대가 북극 부근을 비행하면서 캐나다와 미국의 ‘방 공식별구역(ADZ)’으로 들어갔다. 북아메리카를 둘러싼 그 구역으로 들어 가는 비행기는 해당 국가에 무선으로 목적지를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 폭격기들은 통보 요건을 무시했다. 그러자 캐나다와 미국 전투기들이 출격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요즘 러시아 전투기들은 발트해 상공을 빈번히 날아다닌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영공을 침범하기도 했다. 올 여름 초에는 러시아 항공기 4대가 캘리포니아 해안선에서 50마일(80㎞) 이내로 비행하다가 잠시 후 항로를 바꿔 나갔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군이 지난 9월 발트해에서 훈련을 했을 때는 러시아 전함 24 척이 리투아니아 근해까지 출동했다. 9월 말에는 러시아가 극동 지역에서 냉전 후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냉전을 좋아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푸틴은 KGB(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 간부 시절 동독에서 근무했다. 동독은 공산주의 소련과 민주주의 서방이 30년 동안 대치한 최전선이었다. 나중에 푸틴은 소련의 붕괴를 세계 최대의 ‘비극’ 중 하나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군사력 과시를 두고 냉전 후 애처로울 정도로 쇠퇴한 러시아의 군사적 자부심을 약간이나마 회복하려는 푸틴의 시도에 불과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서방의 대다수 군사 전략가들과 외교관들은 반드시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은밀한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이런 훈련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중동에서 다시 전쟁(공습)의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서방 외교관들과 정보기관, 군사 전략가들은 어느 때보다 다급하게 푸틴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애쓴다.
9월 5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발효된 ‘휴전’은 한동안 어느 정도 지켜졌지만 지금은 매우 위태로운 처지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세력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전략적 핵심도시 도네츠크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도네츠크의 놀이터에 박격포 포탄이 떨어져 최소한 10명이 사망했다. ‘휴전’이 발효된 이래 우크라이나 병사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 나토 관리는 “현 상황은 이 위기의 끝이 아니라 일종의 공백 기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동감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싸움은 다른 전선에서 계속되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 강화에 맞서는 대응으로 러시아 의원들은 9월 25일 러시아 주재 외국회사들의 자산을 압류하겠다고 협박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그날 미국 주가가 급락한 원인 중 하나가 러시아의 그런 위협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지는 않겠다고 말하지만 뉴스위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휴전이 깨질 경우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서방 분석가들은 푸틴의 다음 행보를 예상하려고 애쓴다. 독일의 한 고위 관리에 따르면 그들의 우려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크렘린이 말하는 ‘노보로시야( 신 러시아)’다. 현재 러시아 정부는 노보로시야의 범위를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엔 우크라이나 동부의 주요 도시들(드니프로페트로우시크과 하르키우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크림반도(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가장 먼저 점령한 곳)와 트란스니스트리아(몰도바의 한 주로 러시아가 지배한다)를 연결한다.
둘째는 나토에 그보다 더 큰 골칫거리를 안겨주는 문제다. 발트해 국가들(나토 회원국인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을 향한 러시아의 행동이다. 그 나라들 전부 러시아계 주민이 많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그랬던 것처럼 러시아에 편리한 구실을 제공한다.
러시아인들의 권리가 짓밟히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구실이다. 1939년 독일이 북부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점령할 때 동원한 구실과 똑같다. 최근 러시아 군용기들이 발트해 국가들의 영공을 빈번히 침범하면서 푸틴이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다.
지난 9월 3일 오바마는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을 방문해 발트해에 나토군을 증강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미국은 나토 조약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일개 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무를 가리킨다.
“우리는 에스토니아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올 겁니다”라고 오바마는 말했다. “라트비아를 지키기 위해서도 이곳에 올 겁니다. 리투아니아를 위해서도 이곳에 올 겁니다. 여러분은 과거에 독립국의 지위를 잃었습니다. 나토가 있으면 여러분은 다시는 주권을 잃지 않을 겁니다.”
푸틴은 미국이 IS를 격파하는 공습에 정신이 팔려 러시아의 또다른 ‘침공’에 대응하지 못하리라고 판단하고 도박을 감행할까? 러시아 언론인 안드레이 피온트코프스키는 최근 칼럼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일부가 되려는 것을 저지하는 데 성공한다면 푸틴은 그런 일을 계속할 것이다. 그의 다음 표적은 발트해 국가들이 될 것이다.” 바로 그게 유럽의 일부 외교관들이 속으로 고민하는 문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국과 서유럽의 정책 책임자들은 대부분 그런 가능성을 일축한다. 그들은 흔히 “푸틴이 공격적인 건 사실이지만 그 정도로 무모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또 탈린의 연설에서 오바마는 서방이 단합돼 있고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지만 서방 내부에서도 동과 서로 분열돼 있다.
동유럽 외교관들과 정책 책임자들은 우크라이나를 넘어서는 푸틴의 추가적인 모험주의를 매우 두려워한다.
한 소식통은 최근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실린 앤 애플봄의 칼럼을 지적했다.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결코 터무니없지 않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애플봄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전면전에 대비하는 것이 히스테리일까? 대비하지 않는 것이 고지식한 것일까?” 왜 이 칼럼에 주목해야 하느냐고? 애플봄의 남편은 폴란드 외무 장관 라데크 키코르스키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쟁에 대비하지 않고 있는 게 거의 확실하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어떨까? 전쟁은 예상치 않았던 곳, 예를 들어 영유권을 두고 분쟁 중인 극동의 쿠릴 열도를 장악하려는 시도에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폴란드 국방부의 관리를 지냈고 현재 바르샤바 동방연구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안드레이 빌크는 러시아가 국방비 지출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군사훈련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로선 러시아가 시작한 군사력 강화가 이미 회귀 불능인 상태에 도달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앞으로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지는 않았지만 움직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미국을 방문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월 18일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는 1962년 미국의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 최악의 안보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만약 포로셴코의 말이 옳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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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러시아 전투기들은 발트해 상공을 빈번히 날아다닌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영공을 침범하기도 했다. 올 여름 초에는 러시아 항공기 4대가 캘리포니아 해안선에서 50마일(80㎞) 이내로 비행하다가 잠시 후 항로를 바꿔 나갔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군이 지난 9월 발트해에서 훈련을 했을 때는 러시아 전함 24 척이 리투아니아 근해까지 출동했다. 9월 말에는 러시아가 극동 지역에서 냉전 후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냉전을 좋아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푸틴은 KGB(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 간부 시절 동독에서 근무했다. 동독은 공산주의 소련과 민주주의 서방이 30년 동안 대치한 최전선이었다. 나중에 푸틴은 소련의 붕괴를 세계 최대의 ‘비극’ 중 하나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군사력 과시를 두고 냉전 후 애처로울 정도로 쇠퇴한 러시아의 군사적 자부심을 약간이나마 회복하려는 푸틴의 시도에 불과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서방의 대다수 군사 전략가들과 외교관들은 반드시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은밀한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이런 훈련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중동에서 다시 전쟁(공습)의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서방 외교관들과 정보기관, 군사 전략가들은 어느 때보다 다급하게 푸틴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애쓴다.
9월 5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발효된 ‘휴전’은 한동안 어느 정도 지켜졌지만 지금은 매우 위태로운 처지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세력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전략적 핵심도시 도네츠크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도네츠크의 놀이터에 박격포 포탄이 떨어져 최소한 10명이 사망했다. ‘휴전’이 발효된 이래 우크라이나 병사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 나토 관리는 “현 상황은 이 위기의 끝이 아니라 일종의 공백 기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동감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싸움은 다른 전선에서 계속되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 강화에 맞서는 대응으로 러시아 의원들은 9월 25일 러시아 주재 외국회사들의 자산을 압류하겠다고 협박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그날 미국 주가가 급락한 원인 중 하나가 러시아의 그런 위협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지는 않겠다고 말하지만 뉴스위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휴전이 깨질 경우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서방 분석가들은 푸틴의 다음 행보를 예상하려고 애쓴다. 독일의 한 고위 관리에 따르면 그들의 우려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크렘린이 말하는 ‘노보로시야( 신 러시아)’다. 현재 러시아 정부는 노보로시야의 범위를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엔 우크라이나 동부의 주요 도시들(드니프로페트로우시크과 하르키우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크림반도(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가장 먼저 점령한 곳)와 트란스니스트리아(몰도바의 한 주로 러시아가 지배한다)를 연결한다.
둘째는 나토에 그보다 더 큰 골칫거리를 안겨주는 문제다. 발트해 국가들(나토 회원국인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을 향한 러시아의 행동이다. 그 나라들 전부 러시아계 주민이 많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그랬던 것처럼 러시아에 편리한 구실을 제공한다.
러시아인들의 권리가 짓밟히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구실이다. 1939년 독일이 북부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점령할 때 동원한 구실과 똑같다. 최근 러시아 군용기들이 발트해 국가들의 영공을 빈번히 침범하면서 푸틴이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다.
지난 9월 3일 오바마는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을 방문해 발트해에 나토군을 증강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미국은 나토 조약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일개 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무를 가리킨다.
“우리는 에스토니아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올 겁니다”라고 오바마는 말했다. “라트비아를 지키기 위해서도 이곳에 올 겁니다. 리투아니아를 위해서도 이곳에 올 겁니다. 여러분은 과거에 독립국의 지위를 잃었습니다. 나토가 있으면 여러분은 다시는 주권을 잃지 않을 겁니다.”
푸틴은 미국이 IS를 격파하는 공습에 정신이 팔려 러시아의 또다른 ‘침공’에 대응하지 못하리라고 판단하고 도박을 감행할까? 러시아 언론인 안드레이 피온트코프스키는 최근 칼럼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일부가 되려는 것을 저지하는 데 성공한다면 푸틴은 그런 일을 계속할 것이다. 그의 다음 표적은 발트해 국가들이 될 것이다.” 바로 그게 유럽의 일부 외교관들이 속으로 고민하는 문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국과 서유럽의 정책 책임자들은 대부분 그런 가능성을 일축한다. 그들은 흔히 “푸틴이 공격적인 건 사실이지만 그 정도로 무모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또 탈린의 연설에서 오바마는 서방이 단합돼 있고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지만 서방 내부에서도 동과 서로 분열돼 있다.
동유럽 외교관들과 정책 책임자들은 우크라이나를 넘어서는 푸틴의 추가적인 모험주의를 매우 두려워한다.
한 소식통은 최근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실린 앤 애플봄의 칼럼을 지적했다.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결코 터무니없지 않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애플봄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전면전에 대비하는 것이 히스테리일까? 대비하지 않는 것이 고지식한 것일까?” 왜 이 칼럼에 주목해야 하느냐고? 애플봄의 남편은 폴란드 외무 장관 라데크 키코르스키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쟁에 대비하지 않고 있는 게 거의 확실하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어떨까? 전쟁은 예상치 않았던 곳, 예를 들어 영유권을 두고 분쟁 중인 극동의 쿠릴 열도를 장악하려는 시도에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폴란드 국방부의 관리를 지냈고 현재 바르샤바 동방연구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안드레이 빌크는 러시아가 국방비 지출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군사훈련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로선 러시아가 시작한 군사력 강화가 이미 회귀 불능인 상태에 도달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앞으로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지는 않았지만 움직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미국을 방문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월 18일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는 1962년 미국의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 최악의 안보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만약 포로셴코의 말이 옳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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