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덤의 유혹을 마다할 사람 있나요?
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덤의 유혹을 마다할 사람 있나요?
요즘 외식 업계에선 ‘덤’ 경쟁이 뜨겁다. 시작은 2014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맥도널드 슈퍼마리오 증정행사에서 부터 비롯됐다. 해피밀이라는 어린이 메뉴에 장난감을 함께 붙여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더니, 이를 사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고객은 다름 아닌 넥타이부대였다. 이후 롯데리아의 아톰피규어 증정행사 등 패스트푸드 브랜드를 중심으로 덤 경쟁이 확산하더니, 이내 다른 업계에까지 옮겨갔다. 겨울에는 던킨도너츠에서 핀란드 신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무민인형을 증정했는데, 인기가 높아져 인형이 매진되자 중고나라에서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려는 사람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해외 직구로 인형을 구매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도넛을 사면 인형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형을 샀더니 도넛을 덤으로 주는 격이다.
덤으로 고객의 구매를 유인하는 전략은 제품 판매를 위한 홍보 측면에서는 아주 고전적인 방식이다. 일례로, 여성지 시장은 책값보다도 비싼 덤을 증정해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달 어떤 잡지에서 무슨 선물을 덤으로 주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유통업계에서도 수시로 덤 증정 행사를 진행한다. 백화점에선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면 자체 제작한 시장바구니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대형마트에서도 일회용 비닐장갑 같은 작은 주방용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수시로 진행한다.
예전과 달라진 특징이 있다면, 덤으로 제공하던 것들이 아주 매력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시장바구니를 사은품 으로 증정하던 백화점에선, 그냥 시장바구니가 아니라 멀버리나 코치 같은 럭셔리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한 한정판 시장바구니를 사은품으로 내놨다. 잡지도 예전처럼 화장품 샘플 같은 것을 선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스와로브스키와 콜래보레이션한 테디베어 피규어를 덤으로 증정한다. 따로 구매하더라도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매력적인 덤이다. 덕분에 사은품을 받으려고 백화점이 문을 열기도 전에 달려와 2~3시간씩 줄을 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이처럼 시장에서 달라진 덤의 지위 때문일까. 이제 덤은 덤 이상의 역할을 담당한다. 스타벅스에서 매년 연말 진행하는 다이어리 증정 마케팅은 일시적인 프로모션을 넘어, 그 자체로 스타벅스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았다. 17잔(약 5만원 상당)의 음료를 마시면 다이어리를 증정하는 이 행사에는, 매년 새롭게 선보이는 특선 음료를 몇 잔 이상 꼭 마셔야하는 조건이 있어서 새로운 메뉴를 사람들이 주문하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있다. 그나마 다이어리 증정 행사도 선착순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매년 12월만 다가오면 다이어리를 받으려는 사람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덤은 고객의 매장 방문 횟수를 늘리는 모객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일본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에비앙 생수가 그러한 사례다. 일본에서는 에비앙을 구매하면 생수를 담을 수 있는 보틀케이스를 함께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보틀케이스 디자인이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수십 종류가 있어, 여러 종류의 보틀케이스를 수집하려는 사람들이 마치 사냥하듯 편의점 여기저기를 방문하게 된다. 그렇게 수집한 케이스는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며 ‘득템’의 즐거움을 공유하기도 한다.
덤 자체를 새로운 제품 콘셉트로 발전시켜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내수가 얼어붙었다는 2014년에도 고객들이 줄을 서서 쇼핑하는 잡화 브랜드 ‘론니 슈즈(Lonely Shoes)’가 그런 예다. 이 브랜드는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신발 한 족을 하나 더 주는 콘셉트로 ‘세 짝짜리 신발’이라는 입소문이 났다. 추가된 신발에는 색다른 자수를 넣어 일부러 ‘짝짝이’가 되도록 디자인했다. 이색적인 덤 전략 덕분에 신발을 한 켤레 샀을 뿐인데, 마치 두 켤레를 산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저 그런 사은품이 아니라, 본품과 사은품을 적절히 연계함으로써 개성 있는 제품조합을 탄생시킨 경우다.
잘나가는 덤을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이를 새로운 사업아이템으로 발굴할 수도 있다. 김치냉장고로 유명한 위니아 만도(현대유 위니아)에서는 2012년 11월 김장철을 맞아 이색적인 덤 마케팅을 진행했다. 김치냉장고를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김장김치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한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딤채에서 사은품으로 주는 김치가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본사에 김치를 따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자, 해당업체는 결국 직영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을 통해 그동안 사은품으로 제공되던 김치를 본격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덤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다변화되는 가운데, 덤 전략을 활용하려는 분들이 꼭 기억해야할 사항이 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덤이 그저 그런 것이 아니라,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매력적인 사은품이야말로 본품의 가치를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아이팟과 멋진 커버, 그리고 노래 한 곡이 공짜로 다운로드 되어 있는 ‘A 패키지’와 아이팟과 커버만으로 구성된 ‘B 패키지’를 보여주고 소비자에게 값을 매기라고 했더니, 사람들이 B 패키지가 더 비쌀 것으로 예상했다. 매력적이지 않는 덤이 오히려 본품의 가치를 떨어뜨린 결과다.
화장품 가게에서 증정하는 가방,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 때 주는 우산처럼 그저 그런 사은품이 지금 당장은 소비자를 기쁘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간에 걸쳐서는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먹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우리 브랜드를 찾아준 고객에게 감사의 의미로 전달하던 작은 선물이었던 덤이, 이제 판매를 견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덤 때문에 구매가 발생하고, 매출이 올라가고, 시장이 형성되는 바야흐로 ‘덤의 경제’가 시작됐다.
전미영 -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겸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수석연구원. 2010년부터 매년 <트렌드코리아> 를 공저하며 한국의 10대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고 있다. 2013년에는 <트렌드차이나> 로 중국인의 소비 행태를 소개했다. 한국과 중국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산업과 연계하는 컨설팅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 트렌드차이나>트렌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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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고객의 구매를 유인하는 전략은 제품 판매를 위한 홍보 측면에서는 아주 고전적인 방식이다. 일례로, 여성지 시장은 책값보다도 비싼 덤을 증정해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달 어떤 잡지에서 무슨 선물을 덤으로 주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유통업계에서도 수시로 덤 증정 행사를 진행한다. 백화점에선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면 자체 제작한 시장바구니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대형마트에서도 일회용 비닐장갑 같은 작은 주방용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수시로 진행한다.
예전과 달라진 특징이 있다면, 덤으로 제공하던 것들이 아주 매력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시장바구니를 사은품 으로 증정하던 백화점에선, 그냥 시장바구니가 아니라 멀버리나 코치 같은 럭셔리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한 한정판 시장바구니를 사은품으로 내놨다. 잡지도 예전처럼 화장품 샘플 같은 것을 선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스와로브스키와 콜래보레이션한 테디베어 피규어를 덤으로 증정한다. 따로 구매하더라도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매력적인 덤이다. 덕분에 사은품을 받으려고 백화점이 문을 열기도 전에 달려와 2~3시간씩 줄을 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효과
덤은 고객의 매장 방문 횟수를 늘리는 모객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일본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에비앙 생수가 그러한 사례다. 일본에서는 에비앙을 구매하면 생수를 담을 수 있는 보틀케이스를 함께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보틀케이스 디자인이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수십 종류가 있어, 여러 종류의 보틀케이스를 수집하려는 사람들이 마치 사냥하듯 편의점 여기저기를 방문하게 된다. 그렇게 수집한 케이스는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며 ‘득템’의 즐거움을 공유하기도 한다.
덤 자체를 새로운 제품 콘셉트로 발전시켜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내수가 얼어붙었다는 2014년에도 고객들이 줄을 서서 쇼핑하는 잡화 브랜드 ‘론니 슈즈(Lonely Shoes)’가 그런 예다. 이 브랜드는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신발 한 족을 하나 더 주는 콘셉트로 ‘세 짝짜리 신발’이라는 입소문이 났다. 추가된 신발에는 색다른 자수를 넣어 일부러 ‘짝짝이’가 되도록 디자인했다. 이색적인 덤 전략 덕분에 신발을 한 켤레 샀을 뿐인데, 마치 두 켤레를 산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저 그런 사은품이 아니라, 본품과 사은품을 적절히 연계함으로써 개성 있는 제품조합을 탄생시킨 경우다.
잘나가는 덤을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이를 새로운 사업아이템으로 발굴할 수도 있다. 김치냉장고로 유명한 위니아 만도(현대유 위니아)에서는 2012년 11월 김장철을 맞아 이색적인 덤 마케팅을 진행했다. 김치냉장고를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김장김치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한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딤채에서 사은품으로 주는 김치가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본사에 김치를 따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자, 해당업체는 결국 직영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을 통해 그동안 사은품으로 제공되던 김치를 본격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덤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다변화되는 가운데, 덤 전략을 활용하려는 분들이 꼭 기억해야할 사항이 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덤이 그저 그런 것이 아니라,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매력적인 사은품이야말로 본품의 가치를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아이팟과 멋진 커버, 그리고 노래 한 곡이 공짜로 다운로드 되어 있는 ‘A 패키지’와 아이팟과 커버만으로 구성된 ‘B 패키지’를 보여주고 소비자에게 값을 매기라고 했더니, 사람들이 B 패키지가 더 비쌀 것으로 예상했다. 매력적이지 않는 덤이 오히려 본품의 가치를 떨어뜨린 결과다.
화장품 가게에서 증정하는 가방,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 때 주는 우산처럼 그저 그런 사은품이 지금 당장은 소비자를 기쁘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간에 걸쳐서는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먹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우리 브랜드를 찾아준 고객에게 감사의 의미로 전달하던 작은 선물이었던 덤이, 이제 판매를 견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덤 때문에 구매가 발생하고, 매출이 올라가고, 시장이 형성되는 바야흐로 ‘덤의 경제’가 시작됐다.
전미영 -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겸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수석연구원. 2010년부터 매년 <트렌드코리아> 를 공저하며 한국의 10대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고 있다. 2013년에는 <트렌드차이나> 로 중국인의 소비 행태를 소개했다. 한국과 중국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산업과 연계하는 컨설팅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 트렌드차이나>트렌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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