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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200세까지 살 수 있다

당신도 200세까지 살 수 있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틸은 120세까지 살 계획이다. 그래도 다른 기술업계 억만장자들에 비하면 그리 야심적이지 않다. 러시아 인터넷의 ‘대부’ 드미트리 이츠코프는 1만살까지 사는 게 목표다. 보안 솔루션 전문업체 오라클을 세운 래리 엘리슨은 ‘인간 필사’라는 개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을 공동창업한 세르게이 브린은 언젠가는 “죽음이라는 병의 완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틸(위).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아래).
헛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터무니없는 생각도 아니고 허영심도 아니다. 그들의 불로장생 추구는 실질적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과학을 바탕으로 한다. 삶과 죽음에 관한 이해와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만한 과학이다. 그러나 솔직히 믿기는 어렵다. 인간의 불사 추구는 고대로부터 시작됐지만 하나같이 실패로 끝났다. 기원전 200년께 중국 최초의 황제 진시황은 영원히 살려고 발버둥쳤지면 ‘불사의 약’이라는 수은을 먹고 중독돼 약 50세에 허망하게 죽고 말았다.

수 세기 뒤에도 영원한 삶의 추구는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 1492년 교황 인노첸시오 8세는 젊은 피를 수혈하면 회춘할 수 있다고 믿고 건강한 소년 3명의 피를 수혈 받다가 사망했다. 현대 가까이 와선 1868년 미국 켄터키주 정치인 레너드 존스가 기도와 금식을 통해 불사의 삶을 얻었다며 ‘죽음을 속일 수 있는 비결’을 알려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지만 그해 말 폐렴으로 생을 마쳤다.

그런 무수한 실패 전례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의 거물 몇몇은 불사신이 되겠다는 꿈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페이팔의 피터 틸은 생명공학 연구재단 므두셀라(Methuselah, 성서에 나오는 최고령자로 969세까지 살았다고 한다)에 350만 달러(약 38억원)를 기부했다. 므두셀라 재단의 공동설립자 오브리 드 그레이는 핵심 연구 프로젝트가 ‘노화방지 전략(Strategies for Engineered Negligible Senescence: SENS)’이라며 노화와 관련된 7가지 손상 유형을 치유하는 약 개발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세포 손실, 과도한 세포 분열, 부적절한 세포 고사, 세포 내부 쓰레기, 세포 외부 쓰레기, 미토콘드리아(세포에서 에너지 대사의 중추를 이루는 세포 내 소기관) 변이, 세포외 기질의 교차결합이 그 일곱 가지 손상이다. 인체는 기계처럼 기능의 모든 측면을 결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기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그 구조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분자와 세포 차원에서 그 구조를 복원할 수 있다면 기능도 복구할 수 있다. 전반적인 신체의 회춘을 의미한다.”
우리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으로 장기를 만드는 기술적인 수준에는 이미 도달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그러나 SENS(연간 예산 500만 달러)는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프로젝트 칼리코(Project Calico)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구글은 대형 제약사 애브비와 합작한 ‘죽음이라는 병의 완치(cure death)’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을 계획이다. 구글은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진 않았지만 장수와 관련 있는 유전자 foxo-3을 모방하는 약을 개발하려 한다는 소문이 떠돈다.

그 외 글렌 의학연구재단도 있다. 현대 노화방지 운동의 선구자 격으로 1965년 벤처자본가 폴 F 글렌이 설립했다. 2007년 이래 글렌 재단은 연례 ‘글렌 상’을 수여한다. 노화와 관련된 유망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 개인에게 상금 6만 달러를 준다. 또 대형 조직 내부의 노화방지 운동을 장려하는 일도 한다. 글렌 재단 대변인 마크 R 콜린스는 “하버드대에서 먼저 시작했고, MIT, 솔크연구소, 메이요 클리닉 등으로 그 운동을 확산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화 관련 질병 퇴치를 목표로 하는 자선재단 미국 노화연구연맹에도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다.

실험실 연구에서 GDF11 단백질이 늙은 쥐의 노화를 역행시켰다.
글렌 재단은 엘리슨 의학재단(1997년 설립)과도 제휴했다. 엘리슨 의학재단은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 개인에게 매년 수십만 달러를 지원한다. 거창한 조직 내부 프로젝트 대신 그런 독립 연구를 지원하기로 한 결정이 주효한 듯하다. 엘리슨 의학재단과 글렌 재단이 지원하는 소규모 프로젝트가 노화를 방지하는 실질적 수단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실험실 생쥐 차원에 국한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감질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런 실험실 연구 결과가 인간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1956년 노인학 전문가(gerontologist) 클라이브 M 매케이는 코넬대에서 다소 엽기적인 실험을 했다. 살아있는 생쥐 2마리의 옆구리를 꿰매 붙여 혈류를 연결한 것이다. 각 쌍마다 한 마리는 어리고 건강하며, 다른 한 마리는 늙고 병든 생쥐를 선택해 서로 연결했다. 혈류가 연결되자 시간이 갈수록 늙은 쥐가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 더 건강하고 젊어졌다. 반면 어린 쥐에겐 나이에 비해 빨리 늙는 조로 현상이 찾아왔다.

당시엔 분자 차원의 혈액 구성요소에 관한 지식 수준이 지금보다 크게 떨어졌다. 매케이의 실험은 흥미진진했지만 결국 막다른 길에 봉착했다. 그래서 그는 초점을 열량 제한으로 옮겼다. 그 분야의 연구로 매케이는 이름을 날렸지만 그의 순진한 혈액 연구는 대부분 묻혀 버렸다.

그로부터 48년 뒤인 2004년, 하버드대 줄기세포·재생생물학과에서 에이미 웨이저스가 매케이의 생쥐 옆구리 꿰매 붙이기 실험을 다시 시작했다. 매케이가 얻은 결과를 반복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놀랍게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웨이저스(글렌과 엘리슨 의학재단의 일부 지원을 받았다)는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생쥐 혈액에서 개별적인 단백질을 분리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웨이저스는 젊은 쥐 혈액에선 흔하지만 늙은 쥐 혈액에선 보기 드문 GDF11 단백질이 늙은 쥐의 ‘노화 역행(reverse aging)’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혈류에서 GDF11은 줄기세포를 활발하게 유지해준다. 나이가 들어 GDF11 수준이 떨어지면 조직을 재생시키는 줄기세포의 활동이 약해진다. 따라서 손상 부위가 더 느리게 치유되면서 노화가 진행된다. 그러나 GDF11이 별로 없는 늙은 쥐의 혈액에서도 줄기세포는 그대로 있다. 다만 GDF11 수준이 떨어지면서 활동을 중단할 뿐이다. GDF11이 많은 젊은 피를 늙은 쥐에게 주입하면 휴면기에 있던 줄기세포가 깨어나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 늙은 쥐가 ‘나이를 거꾸로 먹는(age in reverse)’ 결과가 나타나는 듯했다. 글렌 재단 대변인 콜린스는 그 연구가 “아주 유망하다”고 말했다.

한편 텍사스주 휴스턴의 MD 앤더슨 암센터에서도 엘리슨 의학재단의 노화 전문가 로널드 드피노 박사가 생쥐 노화를 막는 방법을 연구했다. 드피노 박사는 텔로미어(telomeres)에 집중했다. 신발끈의 끝마디처럼 염색체 끝부분을 단단히 묶어두는 말단소립을 말한다. 젊은 몸에서는 텔로미라제(telomerase)라는 효소가 텔로미어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그러나 늙으면 텔로미라제 수준이 떨어지면서 텔로미어가 짧아져 염색체 끝부분이 해진다. 그처럼 해어진 염색체가 노화의 물리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큰 듯했다. 드피노 박사는 그 원리를 알아내려고 했다.

연구팀은 텔로미라제 생산을 개폐식(on-off)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생쥐의 유전자를 조작했다. 그 결과 텔로미라제 생산 중단 상태에선 생쥐가 급속히 늙어갔다. 드피노 박사는 “사람의 90세에 해당할 정도까지 생쥐의 노화를 진행시켰다. 뇌가 줄어들고 인지력이 떨어지고 생식력이 사라지고 뼈가 가늘어지고 털이 빠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날 때까지 그대로 뒀다.”
 회춘할 수 있는 ‘생명의 샘’ 찾아라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사진은 올해 117세 생일을 맞은 일본의 오카와 마시오 할머니. 세계 최고령자다.
그 다음 연구팀은 그 생쥐의 텔로미라제 생산을 재개시켰다. 그랬더니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신체 기관이 스스로 복원되기 시작했다”고 드피노 박사는 말했다. “뇌의 용량이 커졌고 인지력이 개선됐으며 생식력이 돌아왔고 털에 다시 광택이 나기 시작했다. 그 외 모든 다른 노화 증상도 완화됐다.” 텔로미라제 생산이 중단된 생쥐에게 그 효소를 주입하자 노화를 중단시켰을 뿐 아니라 GDF11처럼 회춘 효과까지 나타나는 듯했다.

이런 발견을 바탕으로 실제로 인간을 회춘시킬 수 있는 ‘젊음의 샘(fountain of youth)’을 찾을 수 있을까? 웨이저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직 생쥐 같은 동물의 수명 전체에 관한 연구는 하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그런 결과가 생존 기간에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건강 수명’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중대한 질병 없이 비교적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예비 연구는 유망해 보인다. 웨이저스는 한 동료가 GDF11의 ‘파리 버전’으로 부르는 단백질을 연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동료가 파리에게 그 단백질을 더 많이 투여하자 파리가 더 오래 살았다. 그 단백질을 없애자 파리의 수명이 짧아졌다.”

오라클의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위). 러시아 인터넷의 ‘대부’ 드미트리 이츠코프(아래).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텔로미라제는 암의 예방과 진전 양쪽 모두에 관여한다. 텔로미라제가 부족한 늙은 세포는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늙은 세포가 복제하면 테로미어의 보호를 받지 못해 ‘끝이 해어진’ 염색체가 암 유발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단 세포가 암으로 발전하면 그 텔로미라제 수준이 올라가 변이 세포가 통제되지 않고 증식돼 널리 퍼진다. 암을 치료하는 일부 의사는 종종 텔로미라제 세포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처럼 텔로미라제 과잉이 암의 확산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의사가 많다. 우리를 더 오래 살게 해 줄 수 있는 수단이 우리의 생명을 더 일찍 중단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드피노 박사 같은 학자들은 텔로미라제 요법이 오히려 염색체 끝부분을 보호해 암 발생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GDF11의 경우에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이리나 M 콘보이 같은 학자들은 그 단백질이 세포 재성장을 촉진함으로써 암 발생을 증가시킬지 모른다고 우려하지만 웨이저스는 그런 증거가 없다며 신중한 낙관론을 견지한다. 물론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또 웨이저스도 드피노 박사도 GDF11이나 텔로미라제가 인간 임상시험 단계에 도달하려면 수년 또는 수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의 발견이 학계를 흥분시키면서 우리가 더 오래, 몇 년이 아니라 한 세기나 수백년 더 살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다가오는 세기의 흥미진진하고 논란 많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므두셀라 재단의 공동설립자 오브리 드 그레이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그런 발견이 장수에 무엇을 의미하지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런 극적인 발전으로 지금까지 인간의 수명과 앞으로 기대되는 인간의 수명 사이에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평균 수명이 80세가 아니라 400세가 된다면 삶과 죽음의 개념 중 많은 부분이 달라져야 할지 모른다.

웨이저스에 따르면 노화가 중단 또는 역전될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는 점진적인 노화 대신 신체기관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건강하고 젊어 보이는 상태로 계속 살게 될지 모른다. 그런 비전은 일부 학자가 수명 연장과 관련해 상상한 반이상향 미래와 현격한 대조를 이룬다. 경제 전문 저술가 그렉 이스터브룩은 지난해 월간지 애틀랜틱에 ‘우리 모두 100세까지 산다면?’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신체 수명은 계속 연장되지만 ‘건강 수명(health span, 건강 상태가 유지되는 생의 기간)’은 늘어나지 않아 병든 노인이 수십 년 동안 버티며 사회에 막대한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 미래를 그렸다. 그에 반해 웨이저스의 비전은 모두가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은퇴 정년이 필요 없기 때문에 경제는 계속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상황이 또 다른 형태의 반이상향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죽는 날까지, 예를 들어 384년을 쉬지 않고 계속 일하는 미래를 상상해 보라.

우리 미래에는 신체기관의 고장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실험실에서 배양하거나 3D 프린터로 찍어내는 복제 장기가 곧 나올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미 간과 신장이 3D 프린터로 생산됐고, 피부세포가 줄기세포로 만들어지고, 그 줄기세포가 장기로 만들어졌다. 또 저온 식염수 소생법(cold saline resuscitation) 덕분에 ‘치명성(fatality)’의 정의도 달라지고 있다. 죽어가는 몸의 혈액을 냉각 식염수로 대체해 체온을 떨어뜨리면 가사상태를 유도할 수 있다. 그동안 의사는 환자에게서 치명적일 수 있는 여러 문제(총상, 자상, 출혈, 장기 부전 등)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응급실에 복제된 장기가 갖춰져 있다면 금상첨화다.
 3D 프린터로 장기 찍어낸다
실험실에서 키운 인공 신장(사진)을 쥐 생체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우리의 취향으로는 이런 패러다임이 약간 섬뜩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계속 젊은 상태로 영구히 또는 아주 오래 살며 나이가 들수록 응급실을 자주 들락거리며, 주기적으로 망가진 장기를 대체하는 삶 말이다. 제약사 화이자(Pfizer)의 2012년 연구에 따르면 노화 문제에서 우리의 가장 큰 두려움은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거나 고통속에서 사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여기서 그리는 미래에선 그런 두려움이 계속 젊게 살다가 갑작스럽게 죽는 두려움으로 바뀔지 모른다. 병원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200년 된 심장이 갑자기 멈춘다면? 미래의 그런 공포는 지금과 양상이 아주 다르겠지만 공포 자체는 똑같다.

어쩌면 몸 자체를 통째로 바꾸는 게 더 나은 해결책일지 모른다. 믿지 못할 혈관과 수많은 문제가 있는 몸뚱이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러시아 재벌 이츠코프가 주창한 ‘2045 이니셔티브’의 목표가 바로 그것이다. 억만장자가 지원하는 ‘영원한 삶’ 연구 투자 중 가장 야심적인 프로젝트다. 2011년 초 시작된 ‘2045 이니셔티브’는 이미 로봇공학부터 신경인터페이스, 인공장기 제조까지 다양한 분야의 일류 전문가들을 끌어모았다. 2045년까지 지금의 우리 몸을 로봇이나 홀로그램 아바타로 대체한다는 게 목표다.

어떤 면에선 ‘2045 이니셔티브’의 목표가 그렇게 터무니없진 않다. 원격 조종되는 로봇 아바타는 이미 존재한다. 물론 아직은 실생활에 활용되기보다 신기한 기술에 불과하다. 이츠코프는 원격 제어되는 아바타가 한층 더 미세하게 조정될 수 있다면 “소방관, 경관, 응급구조대원, 광부 등 인간의 목숨과 건강에 위험한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이런 원격 조종되는 아바타는 능력 면에서 생물학적 신체보다 훨씬 우월하기 때문에 아바타의 인기가 높은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엑사스케일’ 컴퓨터는 뇌세포와 시냅스 차원에서 인간 두뇌 전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로봇 아바타가 더 저렴해지고 널리 사용된다고 해도 의식 자체는 여전히 연약하고 복잡한 우리 뇌에 연결돼 있다. 지금까지 그 의식을 좀 더 내구성 있는 매체로 옮기는 데 성공한 사례는 없다.

그렇다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기술 대기업 인텔은 2018년까지 ‘엑사스케일(exascale, 1초에 100경 연산이 가능한)’ 컴퓨터를 개발할 계획이다. 인간 뇌와 같은 속도의 연산 능력을 가진 슈퍼컴퓨터를 말한다. 2013년 8월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과 독일 율리히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일본이 만든 K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1초 동안의 인간 뇌 활동 중 1%를 모방하는 데 성공했다. 대단치 않게 들릴지 모르지만 곧 등장할 ‘엑사스케일’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데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K 슈퍼컴퓨터 실험에 참여한 마르쿠스 디스만은 지난해 영국 데일리 텔리그래프 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K 슈퍼컴퓨터 같은 ‘페타스케일(petascale, 1초에 1000조 번 연산이 가능한)’ 컴퓨터가 현재 인간 두뇌 네트워크의 1%를 대신할 수 있다면 ‘엑사스케일’ 컴퓨터는 뇌세포와 시냅스 차원에서 인간 두뇌 전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10년 안에 그런 컴퓨터가 나오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로봇이나 주사, 또는 단백질 팩으로 불사의 삶을 구가할 수 있다고 해도 한 가지 심오하고 불편한 의문이 남는다. 과연 우리가 영구히 살기를 원할까? 영원히 살기를 원한다면 그 이유가 뭘까?

이츠코프는 좌절감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유도, 역기, 다이빙, 사격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긴다. “하지만 새로운 스포츠나 취미활동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결과를 얻고 나면 매번 허무한 생각이 든다. 진정으로 높은 수준의 결과를 원한다면 다른 흥미로운 것을 전부 포기하고 한 가지에 생애 전체를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 딜레마가 인생의 짧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고 그는 말했다. “삶은 우리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지만 결국 우리가 찾아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적다.” 그래서 이츠코프는 ‘2045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이 대형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다면 나는 드디어 1만 년 동안 수없이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억만장자들은 노화가 가져다 줄 게 뻔한 재앙을 불로장생 추구의 이유로 꼽는다. 그 재앙이란 우리 대다수가 불가피하다고 받아들이는 점진적 노쇠와 죽음을 말한다. 오라클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쇠락하는 것을 보며 좌절했다. 그는 노화 퇴치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2001년 영국 신문 가디언에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를 암으로 잃었다. 암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지켜보면 삶은 정말 끔찍하게 느껴진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틸은 우리 대다수가 죽음을 막으려는 생각조차 거부한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그는 지난해 벤처 알파 웨스트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가 노화를 심리적으로 다루는 방식은 수용과 부인의 복합이다. 수용이란 ‘노화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포기하는 것이다. 부인이란 ‘노화는 나에겐 일어나지 않는다’는 자만심이다.”

늙은 세포를 복제하면 테로미어의 보호를 받지 못해 ‘끝이 해어진’ 염색체가 암 유발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윤리학자들에게 불사에 관해 물으면 그런 삶의 추구가 약간 덜 영웅적으로 보인다. 에머리대 윤리학센터의 폴 루트 울페 소장은 우리가 수명 연장을 생각하기 전에 현재 노인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명 연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수명 연장으로 창출되는 지혜와 경험, 식견에 관해 말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는 70~90대 노인이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에게서 무엇인가 배울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런 주장은 내겐 설득력이 없다. 이미 우리 수명은 두 배로 늘어났다. 현대 사회에서 그런 현상이 만들어낸 것은 청춘 숭배 현상 뿐이다.”

한편 노인은 폐기물 취급을 받는다. 미국 노인학대센터(NCE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노인 8~10%가 학대당한 것으로 신고했다. NCEA는 미신고 사건은 그 14~24배나 될 것으로 추정한다. 영국 드몽포르대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가 자신을 짐으로 본다고 생각하는 노인이 61%에 이르며, 57%는 노인이 사회 문제라고 언론이 부추긴다고 생각한다. 노인 중 3분의 1만이 자신의 사회 기여가 합당하게 인정 받는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울페 소장은 행복 추구가 결국 행복을 구가할 더 많은 시간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나이가 들면서 더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가 되는 건 당연하다. 노화의 해로운 측면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더 오래 건강을 유지하며 삶을 존중하고 즐길 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회가 그럴 준비가 돼 있다면 그 과정에서 수명이 늘어나는 것 또한 좋은 일이다.”

수백 살이 된 사람이 무수히 많을 때 가장 걱정스런 문제는 지구가 과연 지탱할 수 있는지 여부다. 세계 인구는 현재 70억 명에서 2050년엔 약 90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게 많은 인구가 어떤 일자리를 가질지, 건강하게 사는 데 필요한 식수와 식량을 어디서 얻을지 이미 많은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그런 예측은 우리가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갈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영구히 살게 된다면 차세대 혁신적인 건강·기술 사업가들은 지금보다 더 힘든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천문학적인 수의 ‘인간 2.0’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지구를 재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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